【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태풍으로 인한 어린이집 휴업 당시 일부 어린이집들이 보육교사에게 개인 연차 사용을 요구한 정황이 확인됐다.
지난 24일 태풍 ‘솔릭’의 영향으로 전국의 많은 어린이집이 휴업했다. 하루 앞선 23일 보건복지부는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부모들에게 '등원 자제'를 권고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자연재해로 인한 갑작스런 휴업 결정. 그런데 이날 일부 어린이집에서는 보육교사들에게 개인 연차를 사용을 요구했다.
서울시의 한 국공립어린이집에 근무하는 보육교사 A 씨도 그중 하나다. 휴업을 앞둔 23일 원장으로부터 '자율 등원이니 가까이 사는 선생님만 나와라(출근하라), 하루 쉬는 건 휴가에서 뺄 테니 이해하라'는 말을 들은 것이다. A 씨는 27일 베이비뉴스와 한 통화에서 “(이직으로) 4일밖에 안 되는 휴가 중 여름에 2일 썼고, 급할 때 쓰려고 아껴둔 2일 중 하루를 태풍 휴업에 쓰고 나면 이제 하나밖에 남지 않는데 매우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어서 A 씨는, 연차 차감에 대한 교사들의 반응이 좋지 않자 '24일 출근하는 교사에 한해서 반차를 돌려주는 것'으로 정리됐다고 덧붙였다.
강원도의 한 국공립어린이집에 근무하는 보육교사 B 씨 역시 태풍 휴업일에 개인 연차를 사용했다. B 씨는 “학부모님들께 5시까지 태풍 예상일에 원아 등원 여부를 연락달라고 공지했는데 아이를 보내겠다고 하시는 분이 안 계셔서 휴원으로 공지 올리고 퇴근하려고 하니까, 원장님이 연차사용일지에 사인 하고 가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결국 B 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연차사용일지에 사인을 할 수밖에 없었다.
◇ 자연재해 휴업 시 휴가 처리 규정 없어… "노동자의 결정권 침해 소지"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로 인한 임시휴업. 보육교사의 휴가 처리에 대한 규정은 따로 없는 것일까. 결론은 '없다'다. 보건복지부 보육정책과 담당자는 29일 베이비뉴스와 한 통화에서 “보육교사 자체만으로 휴업과 관련한 지침이 없다. 보육교사 채용 시 원장과 보육교사 간에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때 그런 내용이 포함되는 것으로 안다”며 “혹시 그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으면 근로기준법을 따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근로기준법에도 해당 규정은 없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 담당자는 베이비뉴스와 한 통화에서 '근로기준법에 따로 명시된 것은 없다'고 답변했다. “휴업 수당을 주긴 하는데 사업주의 귀책 사유로 사업장을 운영하지 못할 때 임금의 70% 지급하는 것은 있으나 천재지변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다만, 사업장 자체 취업규칙, 회사규정이 있다면 그 규정에 근거해 따른다”는 것이다.
박공식 이팝노동법률사무소 대표는 태풍으로 인한 어린이집 휴업일을 보육교사의 개인 연차에서 차감한 데 대해 "결정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차 휴가에 대한 시기 지정권은 근로자에게 있다. 태풍 휴업은 근로자의 선택에 의해 휴가를 신청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연차) 시기 지정권을 침탈당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박 대표는 “시기 지정권은 법에 명시된 게 아니라 학계나 이론적 판례에 의한 것으로 연차휴가 시기 지정권을 침해당한 데 대해 고용주에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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