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식이지만 안아줄 수 없어요" 장애엄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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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식이지만 안아줄 수 없어요" 장애엄마 이야기
  • 이유주 기자
  • 승인 2018.09.11 14:17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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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8주년 특별기획] 바퀴 달린 엄마-⑧김기애·남송 씨 부부

【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장애가 있는 부모들은 어떻게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갈까?’ 베이비뉴스는 지난해에 이어 창간 8주년 특별기획 시리즈 ‘바퀴 달린 엄마’ 시즌2를 연재합니다. 장애가 있는 부모들의 삶과 육아 이야기를 그들의 목소리로 직접 듣고, 우리 사회는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 기자 말

엄마는 아들을 구할 수가 없었다. 살짝 열린 베란다 문 사이로 생후 19개월 아이의 작은 몸이 통과했다. 호기심 많은 아이가 베란다 난간에 가까워지는 만큼, 엄마의 심장이 녹아내렸다. 몇 분이 흘렀을까. 기어코 난간에 올라선 아이를 보자마자 엄마는 애간장이 끊어질 듯 울음을 터뜨렸다.

“어떻게든 베란다로 몸을 움직여서 팔을 뻗고…. 결국 아이를 끄집어 내렸어요. 속상하고 가슴이 미어지죠. 모든 뇌병변장애 어머니가 같은 마음일 거예요."

대민이(7)·대현이(19개월)의 엄마 김기애(46) 씨는 언어장애를 동반한 뇌병변장애 1급이다. 뇌병변장애는 ▲외상성 뇌손상 ▲뇌성마비 ▲뇌졸증 등 뇌의 기질적 병변으로 상지와 하지의 마비가 나타나 보행과 일상생활 동작에 제한을 받는 장애다. 뇌병변장애 1급은 모든 일상생활동작을 하는 데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고 타인의 도움 없이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

김 씨는 지난여름 있었던 사고를 회상하며 목이 메었다. 김 씨는 “도와주는 사람이 없을 땐 어떡할지…. 아이를 내리다가 결국 아이의 팔, 다리가 다쳐 많이 울었다. 아무것도 못하고 지켜만 보는 나는 가슴이 찢어졌다”고 털어놨다.

자유롭게 아이를 돌보지 못하는 삶. 도와주는 사람 없이 자신의 아이를 온전히 지킬 수 없는 부모의 심정은 어떨까.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자양동에 있는 김 씨의 집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그녀의 삶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김 씨의 집에서 만난 김기애(46) 씨.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김 씨의 집에서 만난 김기애(46) 씨.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나도 엄마가 된다는 사실에 행복했지만….“

김 씨는 마찬가지로 뇌병변장애 1급 판정을 받은 남편 남송(38) 씨와 지난 2010년 중증장애인 활동보조 기관 '문화날개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처음 만나 남들처럼 예쁜 인연을 이어왔다. 남 씨는 어린 시절 중국에서 한국으로 입양됐다. 두 사람이 연애한 지 2년 즈음 됐을까. 김 씨는 남편을 따라 잠시 중국에서 생활하는 동안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첫째 대민이를 임신했다.

결혼도 하기 전인데다가, '힘들지 않겠냐'는 주변의 부정적인 반응이 예상대로 따라왔다. 하지만 김 씨는 엄마가 된다는 사실에 걱정과 두려움보다 행복이 앞섰다고.

"다행히 양가 부모님은 서로 행복하게 살길 빌어줬어요. 다 큰 남자, 여자로서 우린 남들처럼 가정을 꾸리고 누리고 싶은 거 누리고 싶었죠."

아이를 낳기로 결심하자마자 김 씨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생활비도 만만찮았고 지원도 복지도 없는 타지에서 더 이상 생활을 잇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에 온다고 해서 생각처럼 정부의 보호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뭐든 스스로 알아서 정보를 얻고 신청해야 했어요. 당시 장애인(1~6등급)에게 출산지원금 100만 원(보건복지부)을 줬는데, 저는 그런 제도가 있는지도 몰랐어요. 알아서 주지 않더라고요."

김 씨는 장애인 자조모임을 통해 이러한 정보를 얻고, 출산지원금 등을 받기까지 직접 발로 뛰어야 했다. 김 씨는 "당시 전화를 엄청 돌렸다. 그런데 동사무소 직원들조차 출산지원금이 있는지 모르더라. 장애인 자조모임에 나갔으니 망정이지. 그런 모임조차 없었다면 지원도 못 받았을 것"이라며 "처음부터 쉬운 게 없었고 걱정이 됐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첫째 대민이를 만났을 때는 그간의 우여곡절이 눈 녹듯 사라졌다고.

"그래도 아이를 낳으니까 행복하더라고요. '진짜 내가 낳은 거 맞나' 싶고 신기했어요. 한동안 말도 안 나왔고 믿기지도 않았죠. 정말 행복했어요." 

집에서 TV를 보고 있는 대민이와 대현이.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집에서 TV를 보고 있는 대민이와 대현이.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아이 어린이집에 기어 올라가는 심정… 아무도 몰라요"

행복을 느끼는 만큼 고충도 뒤따랐다. 자신의 몸을 간수하기도 힘든 김 씨와 남 씨가 아이를 돌보는 일은 녹록지 않았다. 아이 기저귀 하나 갈아주는 시간만 20분. 밥을 직접 먹여주는 것도, 옷을 입히는 것도, 씻기는 것도 그 어느 것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대민이를 직접 안은 횟수가 손에 꼽을 정도예요. 팔이 자유롭지 못하니 아기가 떨어질까봐 마음 놓고 안지도 못하고…. 모유수유도 못했죠. 마음껏 안을 수 없는 상황이 마음 아팠어요."

둘째 대현이를 낳았을 때도 마찬가지. 김 씨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도 그려주지 못하고, 말이 어눌해 동화책도 읽어줄 수 없다. 아플 때 제대로 돌봐주지 못하는 것도 안타까울 뿐이다. 김 씨는 "특히나 대현이는 활동적이라서 늘 밖에 나가고 싶어 하는데, 제 몸이 이렇다 보니 밖에 데려가 같이 놀아주지 못하는 게 항상 맘에 걸린다. 그게 너무 미안하다"고 털어놨다. 

또 대민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 자유롭게 가지 못하는 현실도 김 씨의 마음을 후벼판다고.

"어린이집이 2층이고 엘리베이터가 없어 가기가 힘들어요. 한 번은 기다시피 올라가 봤는데 너무 힘들어서 못 가겠더라고요. 애들 시선도 그렇고…. 어린이집에 아이를 직접 데리러 가지 못하는 심정은 아무도 몰라요. 상상도 못할 거예요."

더욱이 어린이집에서 부모 참여수업을 할 때는 미술, 요리 등 손을 쓰는 활동조차 같이 해주지 못하니 안 가느니만 못하다고 김 씨는 씁쓸해했다.

◇ 하루 2시간으로 애 보라고? 현실과 동떨어진 '홈헬퍼' 

김 씨와 남 씨는 모든 일상생활동작을 하는 데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뇌병변장애 1급이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김 씨와 남 씨는 모든 일상생활 동작을 하는 데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뇌병변장애 1급이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김 씨와 남 씨 대신 두 아이를 안아주고 놀아주는 몫은 서울에 거주하는 시어머니 또는 활동보조인, 홈헬퍼다. 정부는 식사, 용변, 이동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활동을 혼자서 하기 어려운 장애인을 위해 활동보조인 제도를, 서울시는 임신·출산·육아에 어려움이 있는 여성장애인의 자녀양육 및 자녀양육과 관련된 가사를 돕는 홈헬퍼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홈헬퍼 제도 역시 신청한 사람만 이용할 수 있어요. 그런데 홈헬퍼 제도도 장애인 부모에겐 턱 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에요."

홈헬퍼 이용 시간은 1일 최대 6시간(생후 100일 전), 한 달 70시간 이내(100일 후). 생후 100일부터는 하루 2시간 내외로 홈헬퍼를 이용할 수 있는 셈인데, 김 씨는 "하루 2~3시간 도움으로 아이를 키우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마저도 인력이 부족해 홈헬퍼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실정이다. 김 씨만 해도 미취학 아동이 두 명이지만 현재 홈헬퍼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홈헬퍼를 신청했더니 관계자로부터 돌아오는 답변은 "현재 남은 인력이 없다"는 참담한 말뿐.

서울시의 홈헬퍼 예산은 현재 약 11억 원, 서비스 대상자는 145명으로 한정돼 있다. 현재 서울에 거주하는 여성장애인 중 영유아를 키우고 있는 부모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있는 자료가 거의 없는 실정. 참고로 2017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여성 장애인 수는 16만 4394명이다.

◇ "아이 못 키워 입양 보낸 장애인… 그 마음 이해해요"

김 씨는 현재 어쩔 수 없이 활동보조인으로부터 육아 도움을 받고 있다. 부부가 받는 활동보조 시간은 남편 118시간, 아내 약 350시간을 합해 한 달 총 470시간 정도다. 장애인은 장애등급에 따라 47시간에서 최대 118시간까지 활동보조 시간을 제공받는데, ▲양육이 필요한 자녀 여부 ▲장애정도 ▲소득수준 등 생활환경에 따라 김 씨처럼 시간을 추가로 지원받을 수 있다.

따라서 남편 남 씨가 밖에서 생활용품 방문판매 일을 하는 동안 118시간을 쓰고, 김 씨와 아이들은 집에서 350시간, 하루 약 10시간 정도씩 사용한다. 하지만 집에서 하루 10시간 쓰는 활동보조인도 김 씨에게는 모자라다. 몸이 성치 않은 김 씨가 도와주는 사람 없이 미취학 영유아 두 명을 온전히 돌보기란 결코 쉽지 않다.

실제로 활동보조인이 없는 시간에는 김 씨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게 하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어린 대현이가 현관문을 열고 나갈 때도 있고, 위험한 물건에 손을 댈 때도 있다.

"저 같은 장애인이 애를 키울 수 없는 상황이라 입양 보낸 경우를 봤어요. 전 그 마음을 이해해요. 활동보조인조차 없었다면 저도 아이를 못 키웠을 거예요. 저도 이렇게 힘든데 저보다 심한 장애인은 어떨까요?" 

일을 마치고 돌아온 아빠 남 씨가 소파에서 자고 있다. 아빠 옆에서 TV를 보고 있는 대민이.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일을 마치고 돌아온 아빠 남 씨가 소파에서 자고 있다. 아빠 옆에서 TV를 보고 있는 대민이.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엄마가 될 수 없는 현실 와서는 안 돼요" 

김 씨는 장애인 모성권을 위해 생계와 관련된 보다 기본적인 지원도 필요하다고 힘줘 말한다. 무엇보다 생활 및 주거비 등 의식주 해결에 갈증을 느낀다. 아이를 안전하게 키울 온전한 보금자리와 돈이 필요하다는 것.

거동이 불편하고 한 쪽 팔이 없는 남편 남 씨가 방문판매 일을 하고 있지만, 소득은 거의 없다. 김 씨 역시 거동조차 불편해 경제적 활동은 꿈도 꾸지 못한다. 때문에 김 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주거비 약 34만 원을 포함, 한 달 기초생계비 136만 원(4인 가족)가량 받는다. 여기에 부부 각각 25만 원씩 장애인 연금을 추가로 받아 한 달 총 186만 원으로 생활을 이어간다. 하지만 주거비로 나가는 돈만 72만 원이다.

"할 수 없이 보증금 8500만 원에 월세 60만 원짜리 집을 구했어요. 대출이자는 12만 원을 내고 있고요. 주거비 빼고 나면 한 달 100만 원…. 식비를 해결하기도 너무 퍽퍽해요. 어떻게 살 수 있겠어요. 애들한테 사주고 싶은 것도 못 사주는 게 마음 아파요."

참고로 지난해 보건복지부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 따르면 도시가구 4인 가족의 최저생계비는 181만 원이다. 거주비를 제외한 김 씨 가족의 생활비는 지난해 산정된 4인 가족 최저생계비의 절반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김 씨는 가족과 행복한 여행을 꿈꾸는 여느 엄마와 다르지 않다.

"만약 지금 세상 어디에도 갈 수 있고, 하고 싶은 것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면 아이들과 여행 한 번 가보는 게 소원이에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경제적 여유도 안 되고 애들을 돌보지 못하는 몸이니 꿈도 못 꾸죠. 남들 다 가는 여름휴가 저는 못 갔어요."

여행은 고사하고 마루에서 방으로 이동하는 것도 힘든 김 씨는 그저 아이들이 집에서 TV를 보고, 춤을 추고, 심부름을 하고, 웃는 모습만 봐도 행복하다. 하루하루 다르게 자라는 아이들 보는 작은 재미에 힘들어도 버틸 수 있다고.

"저도 느낄 수 있고, 아이를 사랑할 수 있고, 엄마이고 싶은 엄마예요. 장애라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엄마가 될 수 없는 현실이 와서는 안 돼요. 장애인도 엄마가 될 수 있고 모성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가 계속해서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김 씨는 가족과 행복한 여행을 꿈꾸는 여느 엄마와 다르지 않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김 씨는 가족과 행복한 여행을 꿈꾸는 여느 엄마와 다르지 않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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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 2018-09-25 23:08:45
뭉클하네요  행복 하시길요

lsy1**** 2018-09-21 18:44:07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어요 마음이 많이 아프네요

ahrdudal**** 2018-09-17 11:11:32
기사를 통해 이런아픔도 있다는것을 처음..알았습니다
모르고 살아갈 뻔 했는데 귀한 기사를 통해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