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기 휴식도 서러운데 “조용히 처리하라”는 근로감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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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개기 휴식도 서러운데 “조용히 처리하라”는 근로감독관
  • 김재희 기자
  • 승인 2018.09.08 20:0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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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8일 진격의 보육교사, 가짜 휴게시간 버스킹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진격의 보육교사, 가짜 휴게시간 버스킹’에 앞서, 본지 최규화 기자가 일일 보육교사 체험에 도전했다. 보육일지 작성을 멈추고 아이를 돌보는 최 기자.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진격의 보육교사, 가짜 휴게시간 버스킹’에 앞서, 본지 최규화 기자가 일일 보육교사 체험에 도전했다. 보육일지 작성을 멈추고 아이를 돌보는 최 기자.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휴게시간을 이용하는 거 자체가 아동학대예요. 방임을 조장하는 거예요. 한 시간 동안 아이들을 한 교실에 몰아놓고서 방치하는 거거든요. 아이들은 물건이 아니에요. 청소한다고 이쪽으로 옮겨놓고… 그렇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아동학대 사건 나올 때마다 ‘아이들을 때렸네’ ‘방치했네’ 하는 이야기가 나와요. 과연 그 일이 비단 그 어린이집만의 문제인지를 많이 고민했으면 좋겠어요.” 

올해 들어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휴게시간 사용 실태가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7월 1일부터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되면서 보육사업이 근로시간 중 휴게시간 변경 가능 특례업종에서 제외된 탓이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하루 8시간 근무 중 휴게시간 1시간을 의무적으로 보장해야 해야 한다. 

적게는 3명(만 0세반)에서 많게는 20명(만 4세반)까지의 영유아들을 보육교사 한 명이 동시에 보육해야 하는 어린이집 인력 구조에서, 보육교사들의 휴게시간 사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기에, 고용노동부가 ‘상황에 따라 10분 단위까지 휴게시간을 쪼개 쓸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10분씩 휴게시간을 쪼개서 사용하라고 하거나, 휴게시간을 줬다는 합의서를 쓰고 실제로는 휴게시간을 주지 않는 등의 탈법이 발생해 보육교사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보육1·2지부는 8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진격의 보육교사, 가짜 휴게시간 버스킹’을 진행했다. 전국 각지 어린이집에서 근무 중인 현직 보육교사들이 어린이집의 가짜 휴게시간 실태를 증언하는 자리였다. 아울러 보육교사들의 쉴 권리를 올곧게 보장하고 이로써 영유아 보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실질적인 대안이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조이현주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휴게시간을 “법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 하에서 벗어나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버스킹 현장에 참석한 현직 보육교사에게 “아이들의 낮잠시간, 점심시간에 선생님들은 사용자의 지휘와 명령에서 벗어나 쉬고 있느냐”고 질문했다. 보육교사들은 큰 소리로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보육1·2지부가 진행한 ‘진격의 보육교사, 가짜 휴게시간 버스킹’에서 조이현주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보육1·2지부가 진행한 ‘진격의 보육교사, 가짜 휴게시간 버스킹’에서 조이현주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보육교사 휴게시간 이용 자체가 아동학대… 방임 조장하는 것" 

버스킹은 조이현주 변호사가 던진 질문에 대한 대답이 이어졌다. “현장에서 휴게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들려주겠다”며 버스킹에 참여한 한 보육교사는 “감사하게도 휴게시간을 한 시간 보장받았으나, 휴게를 할 수 있는 공간에서 쉬라는 조건 때문에 매일 밖에 나가서 돌아다녀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겨울이 되면 어디서 헤매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휴게시간은 원장이 받아들이기 힘든 만큼 교사도 받아들이기 힘들어요. 경력 많고 성격 있는 보육교사는 원장님과 대화를 하면서 싸움 일보직전까지 갑니다. 경력 교사는 초임 교사와 갈등이 시작돼요. 노동조건을 더 좋게 하려고 애쓰는데,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는 주범이 되기 때문이죠.”  

자신을 인천에서 왔다고 소개한 한 보육교사는 동료 교사들과 사이가 멀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휴게시간 논의로 촉발한 열악한 어린이집 노동조건이 교사 간의 갈등까지 불러오는 셈이다. 이 교사는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법이 발의되면 사업주는 탈법이나 위법을 생각한다”며 “보육노동자와 학부모가 합심해서 막을 형성해야 한다”며 연대를 당부했다.

천안에서 온 보육교사는 휴게시간 때문에 더욱 열악해진 노동환경을 고발했다. “원장님은 서류(작업) 할 시간에 쉬라고 한다”며, 서류를 작성할 시간이 없다고 항의하는 교사에게는 “울거나 떠들고 안 자는 아이들을 자는 아이들과 한 공간에서 보육하며 서류(작업)까지 하라 한다”고 발언했다. 이 교사는 “교사들은 아이들을 방치하는 휴게시간을 요구한 적 없고 갖고 싶지도 않다”며 “휴게시간이라는 이름의 연장근무는 그만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조리한 노동환경을 감시해야 할 근로감독관이 오히려 탈법을 부추긴다는 증언을 한 보육교사도 있었다.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교사 A씨는 “제도적인 부분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믿었던 고용부 근로감독관이었는데, 그분도 원칙적으로 하기보다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게 지금처럼 조용히 넘어갔으면 좋겠다’는 걸 알려준다는 것에 충격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천안에서 왔다고 자신을 소개한 한 발언자는 “서류할 시간에 휴식을 강요하는 원장”이 있다고 전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어린이집의 주먹구구식 운영, 멈추려면 사회서비스원 필요하다”

버스킹을 진행하기에 앞서 보육1·2지부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일일 보육교사 체험 신청을 받아 모의 어린이집을 운영했다. 일일 교사들은 모의 어린이집에서 1시간 동안 아이들을 돌보며 10분씩 휴게시간을 쪼개 써야 했다. 

일일 보육교사로 아동 6명을 돌본 김정아 씨는 “한 손으로는 분신술을 쓸 수도 없고 혼이 나가는 느낌이었다”는 소감을 말했다. 김 씨는 “이런 분들이 휴게시간 때문에 (교대로 반을 합쳐서) 46명을 돌보게 되면 숨 쉴 시간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체험을 해보니 보육교사 가짜 휴게시간 문제는 심각”하다고 했다.

서진숙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이번 버스킹 행사를 두고 “휴게시간 문제를 풀기 위해 목소리를 낸 첫 날”이라고 말했다. 서 부위원장은 “보육교사 근무 시간에 행정업무 시간은 없다. 8시간 30분 동안 쭉 대면보육만을 한다”며 보육교사 근무시간표 자체가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근기법 개정으로 근무시간에 휴게시간이 포함되면서 보육교사들은 9시간을 어린이집에 매여 있어야 한다. 휴게시간 1시간도 원장 지시나 남은 업무 때문에 마음 편히 쉴 수 없다. 어린이집 교사들의 근무시간은 1시간 늘어난 셈이다. 서 부위원장은 “9시간 붙잡아 놓고 일을 시키지 말고, 8시간 일하고 퇴근하게 해달라”는 일선 보육교사의 목소리를 전했다.

서 부위원장은 “주먹구구 식으로 운영되는 어린이집이 많기 때문에 공공이 운영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쭉 해왔고, 그 단초가 사회서비스원”이라며, “사회서비스원에 바라는 것은 딱 하나다. 제대로 근로기준법이 지켜지는 현장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공운수노조 보육1·2지부는 오는 17일부터 서울시청 앞에서 사회서비스원에 보육분야 포함을 요구하기 위한 5일간의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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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 2018-09-17 12:27:39
제발 자기 일처럼 잘해  주시기 바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