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 체험에 아동학대 두 번… “그냥 사표 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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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체험에 아동학대 두 번… “그냥 사표 쓸게요”
  • 최규화 기자
  • 승인 2018.09.08 19:2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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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기] 보육교사 휴게시간 지키기, 기자가 한번 해봤습니다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8일 오후 서울 동숭동 마로니에공원 입구에서 공공운수노조 보육1·2지부가 주최한 ‘진격의 보육교사 가짜 휴게시간 버스킹’이 열렸다. 현장에 마련된 일일 보육교사 체험에 기자도 참여해봤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8일 오후 서울 동숭동 마로니에공원 입구에서 공공운수노조 보육1·2지부가 주최한 ‘진격의 보육교사 가짜 휴게시간 버스킹’이 열렸다. 현장에 마련된 일일 보육교사 체험에 기자도 참여해봤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선생님, 아이한테 그렇게 억압적으로 말씀하시면 어떡해요! 그건 아동학대예요!”

억울했다. 플라스틱 공으로 과녁을 맞추는 놀이였지만 아이는 내 코를 향해 공을 던졌다. 솔직히, 아팠다. 나도 모르게 ‘선생님 얼굴로 공을 던지면 어떡해!’라고 얘기했는데 말투에 감정이 묻어 있었나보다. ‘일일 원장’을 맡은 이현림 공공운수노조 보육1지부장은 어느새 달려와 내게 ‘아동학대’ 딱지를 붙였다.

8일 오후 서울 동숭동 마로니에공원 입구. 공공운수노조 보육1·2지부가 주최한 ‘진격의 보육교사 가짜 휴게시간 버스킹’ 현장. 법으로는 분명 하루 8시간 노동에 1시간의 휴게시간이 보장돼 있다. 하지만 보육교사들이 실제로 일하는 어린이집에서는 휴게시간 지키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이들은 이날 현장의 실태를 ‘버스킹’으로 고발함과 동시에 모의 어린이집을 운영하며 일일 보육교사 체험을 진행했다.

기자도 한 시간 동안 일일 보육교사 체험에 함께했다. 모의 어린이집 원아들은 노조 조합원들의 자녀들과 현장 신청을 받은 시민들의 자녀들이었다. 걱정은 됐지만, 그래도 나름 다섯 살, 세 살 두 아이 아빠로서 쌓은 경험을 믿어보기로 했다. 여러 장의 미션지 중 ‘아이들과 볼풀을 가지고 마음껏 놀이해주세요’라는 미션지를 뽑았다. 밀가루 놀이나 물감 놀이가 아닌 이상 한번 해볼 만하다고 살짝 안도했다. ‘그때는’ 그랬다.

두 아이 아빠라는 내 경험을 너무 자신했을까. 몇 번이나 안경을 벗고 눈물 같은 땀을 닦아야 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두 아이 아빠라는 내 경험을 너무 자신했을까. 몇 번이나 안경을 벗고 눈물 같은 땀을 닦아야 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울고 던지고 도망가고 부수고 기어들어가고… ‘얘들아 제발’

“얘들아, 우리 공 던지기 놀이 하자~. 공 던지기 놀이 할 사람 이쪽으로 모이세요!”

아무도 오지 않았다. 보육실로 꾸며놓은 체험공간 안에서 자유롭게 교구를 만지며 놀고 있던 아이들은 잠깐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봤을 뿐이었다. 다시 한번 “얘들아, 우리 공 던지기 놀이 하자!” 더 크게 외쳤다. 그래도 안 왔다. 원장 선생님은, 빨리 애들 모아서 진행하지 않고 뭐하냐고 밖에서 계속 다그쳤다.

한두 명 관심을 보이는 애들에게 다가가서 정말 재밌을 거라고 설득(?)했다. 내가 먼저 공을 몇 개 집어서 던지고는 “우와 진짜 재밌다!”라고 ‘오버’도 했다. 효과가 있었을까. 두 명의 남자아이가 들어와 놀이를 시작했다. 다행이다. ‘어디 한번 놀아볼까’ 하는데 원장 선생님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다른 애들은 다 놀고 있잖아요! 두 명만 데리고 할 거예요?”

여전히 다른 교구를 만지고 놀거나 가만히 밖에서 구경만 하던 아이들에게 다가가서 같이 놀자고 열심히 이야기했다. 그런데, 먼저 놀이를 시작한 한 아이가 운다. 엄마를 구슬프게 찾으며 우는데, 다가가서 토닥토닥 달래봐도 소용이 없다. 돌발상황. 황급히 원장 선생님을 찾아서 SOS를 보냈지만 또 혼만 났다. 애가 울고 있는데 그냥 두고 오면 어떡하냐고. 아, 나도 울고 싶다.

담장을 넘어 탈주(?)하는 아이를 붙잡는 동안 다른 아이들을 방치해 '아동학대' 딱지를 받았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담장을 넘어 탈주(?)하는 아이를 붙잡는 동안 다른 아이들을 방치해 '아동학대' 딱지를 받았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매트 아래로 기어들어가 노는 아이를 잡아끌어 꺼내려 하다가 '아동학대'로 딱지를 받았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매트 아래로 기어들어가 노는 아이를 잡아끌어 꺼내는 것도 '아동학대' 딱지감이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주변에 대기하고 있던 보육교사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드디어 놀이를 시작했다. 네 명의 아이들이 즐겁게 공 던지기를 한 것은 고작 3분쯤 됐을까. 한 아이가 체험공간 담장을 넘어 탈주(?)하려 했다. 나가는 것도 문제지만 일단 떨어져 다칠까봐 걱정됐다. 놀라 다가가 아이를 붙잡았다.

그런데 뒤에서 우당탕 소리가 들린다. 공 던지기 놀이의 과녁으로 쓰던 그물 달린 천막을 다른 아이가 잡아당겨서 떨어졌다. “선생님, 저기 교구 다 부수잖아요! 근무태만이에요!”라는 원장 선생님 목소리가 들린다. 또 그쪽으로 달려갔다. 떨어진 그물을 붙잡고 다시 달아보려 애쓰는 동안 아이들은 아래에서 신나게 그물을 흔들었다. 또 두 명은 길에 지나가는 강아지를 만지러 가겠다고 열심히 ‘탈주’ 중이었다. 얘들아 제발….

어느새 내 몸에는 다섯 개의 딱지가 붙었다. 원장 선생님께 지적당할 때마다 붙은 ‘페널티’ 딱지였다. ‘근무태만’ 세 장과 ‘아동학대’ 두 장. 교구를 망가뜨린 것, 탈주하는 아이를 잡으려다 다른 아이들을 방치한 것, 바닥에 떨어진 딱딱한 교구를 치우지 않아서 아이들을 위험하게 한 것이 ‘근무태만’ 딱지의 이유였다.

그리고 ‘아동학대’ 딱지의 이유는 공을 맞고 아이에게 무섭게 얘기한 것, 바닥 매트 아래에 기어 들어가서 노는 아이를 손으로 잡아끌려 한 것이었다. 원장 선생님이 말로만 야단을 치고 넘어간 것도 부지기수이니, 그럴 때마다 딱지를 받았으면 아마 내 옷이 전부 딱지로 누더기가 됐을 거다.

바닥에 쏟아진 위험한 교구를 치우지 않아서 '근무태만'으로 또 딱지를 받았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바닥에 쏟아진 위험한 교구를 치우지 않아서 '근무태만'으로 또 딱지를 받았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주변에서 지켜보던 실제 보육교사들의 도움으로 다행히 공놀이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평화는 짧고 '멘붕'은 길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주변에서 지켜보던 실제 보육교사들의 도움으로 다행히 공놀이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평화는 짧고 '멘붕'은 길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아동학대 두 번·근무태만 세 번 징계… 서류 뭉치 앞에서 ‘멘붕’ 

드디어(!) 다음 체험자가 왔다. 원장 선생님이 ‘영아반’으로 옮기라고 했다. 살았다! 뛰지 않고 앉아서 노는 아이들이 얼마나 반가운지. 하지만 두꺼운 서류 뭉치를 내미는 원장 선생님. 알림장이니 뭐니, 아이들은 보면서 매일 작성해야 하는 문서가 열세 종류나 된다고 했다. 흰 종이처럼 내 머릿속도 하얘졌다.

입이 바짝바짝 타들어갔다. 잠깐만 두 다리 뻗고 앉아서 물 한 잔만 마시고 싶었다. 몸도 마음도 내 것이 아닌 기분. 노조 지부장과 기자로서 몇 번이나 만나고 이야기도 나눈 적 있는 ‘일일 원장’ 선생님이 오늘은 거의 저승사자처럼 보였다. 원장 선생님께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선생님 저 너무 힘들어요. 그냥 사표 쓸게요”라고 말했다가 또 혼났다. “다른 교사 구할 때까지는 사표도 안 돼요”라니….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구나. 

“휴게시간이에요. 지금부터 10분간 쉬셔야 돼요. 교구 다 정리해놓으시고 밖으로 나가서 쉬세요.”

서류뭉치만 손에 들고 우물쭈물 있던 내게 원장 선생님이 말했다. 애들을 두고 나가서 쉬라고? 그럼 애들은 누가 보냐고 소심하게 되물었다. 그건 “재량껏” 해야 한다는 차가운 대답. 아까 담장을 넘어 탈주하는 아이를 붙잡느라 다른 아이를 그냥 뒀다가 ‘방임’으로 아동학대 딱지를 받은 일이 기억났다. 이대로 아이들만 두고 나가면 또 아동학대로 딱지를 받을 텐데…. 고민하는 내게 원장 선생님이 단호하게 얘기했다.  

“얼른 나가서 쉬세요. 안 그러면 선생님 때문에 저만 범법자 되는 거예요. 저는 분명 휴게시간을 드렸는데 지금 선생님이 안 쉬겠다고 하신 거예요. 선생님이 휴게시간 안 쓰기로 선택하신 걸로 간주할게요.”

억울했다.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아이들을 적게는 세 명(만 0세반)에서 많게는 20명(만 4세반)까지 보육교사 한 명이 봐야 하는데, 무슨 수로 이 아이들을 두고 밖에 나가서 쉬란 말인가. 도저히 선택할 수 없는 선택권을 주고는 ‘자신을 근로기준법 위반 범법자’로 만들지 말라는 원장 선생님이 야속했다.

아이들을 돌보며 동시에 작성해야 하는 문서가 하루에 13종. 나는 하나도 작성하지 못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아이들을 돌보며 동시에 작성해야 하는 문서가 하루에 13종. 나는 하나도 작성하지 못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자신을 범법자로 만들지 말고 나가서 쉬라고 종용하는 '일일 원장' 선생님. 애들만 두고 어떻게 나가서 쉬냐고요.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자신을 범법자로 만들지 말고 나가서 쉬라고 종용하는 '일일 원장' 선생님. 애들만 두고 어떻게 나가서 쉬냐고요.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아이들 두고 “재량껏” 쉬라니… 실효성 있는 대안 나오길

결국 한 시간의 일일 보육교사 체험은 휴게시간 없이 지나갔다. 나는 아동학대로 두 번, 근무태만으로 세 번 ‘공식적인’ 징계를 받았고, 서류는 단 하나도 작성하지 못했다. ‘멘붕’에 빠져 있는 내게 한 보육교사는 “실제 교사가 이렇게 했다면 해고는 물론이고 아마 수사까지 받아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감을 물으며 마이크를 들이대는 버스킹 진행자에게 내가 한 첫 마디는 “일단 물 한 잔만 주세요”였다.

이날 내가 체험한 것처럼 ‘휴게할 수 없는 휴게시간’ 때문에 보육교사들은 ‘가짜 휴게시간’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어린이집에서는 1시간 휴게시간을 10분씩 여섯 번 쪼개 쓰기, 어린이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쉬기, 아이들 지켜보며 쉬기, 보육일지 작성하면서 쉬기, 두 개 반을 보육교사 1인이 담당하기, 7시간 59분 근무하기 등의 편법들이 자행되고 있다는 것이 보육교사들의 주장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8일 2019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며 “보육교사의 업무 부담 경감 및 휴게시간 보장을 위해” 보조교사 1만 5000명과 대체교사 700명을 증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2만 5000명의 보조교사가 전국의 4만여 개 보육시설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그 수를 4만 명까지 늘리겠다는 것이다.

지난 7월 5일 국회에서 열린 ‘사회서비스노동자 휴게시간,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서진숙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보육교사 8시간 근무를 대면보육 5시간, 행정·연구 3시간으로 구성하고, 어린이집의 12시간 운영을 고려해 전일제 인력 2교대제를 도입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그리고 ‘만약 보육교사의 노동시간 재설계가 어렵다면 8시간 근무를 하고 퇴근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보조교사를 늘려서 보육교사의 휴게시간을 보장하겠다는 정부와 보육현장의 현실을 모르는 실효성 없는 탁상행정이라는 보육교사들. 현장과 더 긴밀히 소통하는 가운데 납득할 수 있는 대책이 나오길 바라본다.

내 옷에 덕지덕지 붙은 징계 딱지도 아이들에게는 장난감이었다. 내 입에 딱지를 붙이는 아이.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내 옷에 덕지덕지 붙은 징계 딱지도 아이들에게는 장난감이었다. 내 입에 딱지를 붙이는 아이.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몸도 마음도 내 것이 아니었던 한 시간. 입이 바짝바짝 타들어갔다. 끝나자마자 물부터 찾았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몸도 마음도 내 것이 아니었던 한 시간. 입이 바짝바짝 타들어갔다. 끝나자마자 물부터 찾았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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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 2018-09-17 12:16:30
아이에게 방심하면 안 되고 감정조절이 필요한데 선생님들도 아무리 좋은 분이고 아이를 예뻐 한다고 해도 힘드실 거예요 선생님들 조금이라도 숨을 돌릴 수 있는 기회가 오는 날을 만들어 주어야 아이들도 소소한 행복이 되는 길이  될것 같네요

ssan**** 2018-09-17 11:54:31
쉬는 시간도 없이 근무하는 보육교사 쌤들... 휴게시간이라도 보장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