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은 언제 가야 하나요?
응급실은 언제 가야 하나요?
  • 칼럼니스트 이대용
  • 승인 2018.10.17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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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소아질병 Q&A] 왜 응급실인데 대기 시간이 긴 거죠?
얼마나 아플 때 응급실에 가야 하나요? ⓒ베이비뉴스
얼마나 아플 때 응급실에 가야 하나요? ⓒ베이비뉴스

예전에 접한 뉴스가 기억이 납니다. 응급실 진료 후 약물 부작용 때문에 아이의 상태가 나빠졌다며 의사를 폭행한 사건이었습니다. 폭력 자체도 이해될 수 없지만, 구토 증상이 있은 이후 이어진 설사는 약물 부작용 때문이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일반 장염의 경과로 구토 이후 설사가 발생하였을 것입니다.

응급실 진료 중에는 이 정도의 폭력까지는 아니어도 다양한 많은 경험을 하게 됩니다. 물론 아이가 아플 때, 부모의 마음과 걱정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특히나 야간에 아프기라도 하면, 응급실에 가야 하는지 심히 고민하게 되는데, 막상 급한 마음에 내원한 응급실에서는, 무언가 모를 부족함과 답답함이 느껴지고 화가 나기도 합니다. 제가 저희 병원 응급실에 보호자로 왔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Q. 얼마나 아플 때 응급실에 가야 하나요?

물론, 정해진 정답이나 기준은 없습니다. 아이의 상태가 급한 것 같고 너무 걱정되면 내원하여 검사 및 처치를 받는 것이 옳을 수도 있습니다. 진찰과 검사 후 아이의 상태가 나쁘지 않다는 확인을 받는 것이 부모 마음에 큰 걱정을 덜어주기도 합니다.

또한 질병은 확률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확률적으로 발생 가능성이 낮은 질환이어도 나에게 생기면, 나에게는 백 퍼센트 확률로 발생하는 것인 만큼, 심한 발열이나 복통, 구토나 설사 등의 증세가 지속된다거나 탈수의 증거가 보이거나 아이의 전체적인 컨디션에 변화가 발생한다면 당연히 응급실을 방문하여 진찰받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몇 가지 참고해 주었으면 하는 사항들이 있습니다.

우선 응급실은 말 그대로 응급 환자가 가는 곳입니다. 대부분의 부모들에게 내 아이가 아픈 것은 누구에게나 감당하기 힘들 응급 상황이기는 하지만, 응급실 안에서 응급의 순서와 기준은 의료진에 의학적 판단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응급실에서는 외래 진료와 달리, 방문한 순서대로 진료를 보지는 않습니다. 질환의 경중에 따라 나보다 늦게 온 사람이 먼저 진료를 받고 검사나 처치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한쪽 구석에서 열심히 심폐소생술 하고 있는데, 다른 쪽에서는 우리 아이가 열이 심하게 나는데 의사가 오지 않는다고 화를 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 병원에 의사가 저 사람 밖에 없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만 안타깝게도 대부분 그렇습니다. 대한민국 의료체계에서 각 병원마다 전문 인력을 일주일 24시간 내내 풀가동하지 않는 이상 한계가 있습니다.

더더군다나 최근 준비 없이 시행해버린 전공의 특별법으로 인해 더 많은 인력을 병원에서 일하게 하고 싶어도 법으로 근무시간을 강제해 놓은 상황에서 그렇게 할 수가 없어져버렸습니다. 지금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는 저 허름하고 지저분한 소아과 의사가 그날 응급실을 일차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유일한 인력입니다.

물론 환자가 중하거나 급하면 이차 인력, 삼차 인력, 또는 그 이상의 인력까지도 대비는 해놓고 있습니다만 정부 정책적인 부분들로 인해 생긴 한계가 있습니다.

또한 응급실은 주간 외래 진료를 대신하는 곳이 아닙니다. 낮에 직장으로 인해 방문할 수 없는 상급의료기관을 방문하기 위해 가는 곳이 아닙니다.

그리고 응급실 내원 시에는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의 검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야기 그대로 응급실에 올 정도면 무언가 급한 증상이나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가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추후 나쁜 질병이 확인되었거나 심각한 응급 상황이 발생하였는데 응급실까지 온 경우에 놓치게 된다면 그 후유증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주관적인 증상뿐 아니라 객관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 기본적인 검사를 대부분 이야기합니다.

Q. 응급실에서는 전문의 진료를 왜 받을 수가 없나요?

가끔은 대학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여 전문의만 찾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2차나 3차 의료기관의 경우, 각 세부 전공별로 1~2명의 전문의만이 있습니다. 전문의라고 하여 모든 진료를 다 잘 보는 것이 아닙니다. 제 경우에도 위장관 영양 전문의인 까닭에 그 외의 분과에서 자세한 사항들은 모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응급실에 내원하여 모두 전문의 진료를 해야 한다면, 대한민국 모든 소아과 의사는 1주일 내내 24시간 근무를 해야만 가능할 것입니다. 그리고 대개 응급실 환자의 경우는 많이 보고 진료하는 응급실 전담 의사가 더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신경 증상이 있는 응급환자에게는, 신경 환자 진료를 최근 거의 해본 적 없는 호흡기 전공 전문의보다 관련 환자를 자주 보던 전공의 선생님의 처치가 더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Q. 소아는 응급실 경우 대학병원으로 가야 하나요?

응급실 또한 무조건 소위 큰 병원으로 찾아갈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이미 중증 환자로 가득찬 응급실에 상대적으로 가벼운 질환으로 내원할 경우, 일종의 방치 신세를 면하지 못할 것입니다. 응급실은 급한 상황에서 찾아가는 곳인 만큼, 비교적 접근성이 좋은 곳의 병원을 방문하여 의료진에 판단에 따라 검사와 처치를 받고, 필요 시에는 입원이나 상급 의료기관으로 전원을 가는 것이 맞습니다.

내 아이만큼은 자라는 동안 단 한 번도 응급실 신세 따위는 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겠지만, 급한 마음에 방문한 응급실에서 몇 가지 사항을 알고 의료진을 신뢰한다면 더 나은 진료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효율적인 진료와 앞으로 발전할 의료 시스템을 통해 모두가 더 나은 응급 의료 서비스를 받게 될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소망합니다.

*칼럼니스트 이대용은 중앙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조교수이며 소아위장관영양 세부전문의이다. 위장관 질환과 모유영양에 대한 진료와 연구를 주로 하고 있다. 또한 2012년, 2017년에 태어난 두 아들의 아빠로서 육아는 책과 입으로 하는 이야기와는 다름을 몸소 느끼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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