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 때마다 눈물바다… '엄마배우'들의 당당한 꿈
연습 때마다 눈물바다… '엄마배우'들의 당당한 꿈
  • 권현경 기자
  • 승인 2018.10.17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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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미혼 한부모 뮤지컬 ‘HeShe태그: 그와 그녀의 태그’ 배우 김명지·최소미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지난 10일 오후 2시 서울시 종로구 대학로 동양예술극장에서 ‘HeShe태그: 그와 그녀의 태그’ 다큐멘터리 뮤지컬 연습에 한창인 엄마 배우 최소미(왼쪽), 김명지 씨를 만났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10일 오후 2시 서울시 종로구 대학로 동양예술극장에서 ‘HeShe태그: 그와 그녀의 태그’ 다큐멘터리 뮤지컬 연습에 한창인 엄마 배우 최소미(왼쪽), 김명지 씨를 만났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오늘도 연습 때, 겪어본 엄마들은 눈물바다가 된 거예요. 과거를 떠올릴 때가 힘들어요. 노래할 때마다 연습할 때마다 울어요. 가사도 너무 슬프고 중간 중간 감정이 울컥울컥해서 공연 때 대사 못할 것 같아요.”(김명지 씨)

13개월 된 아이 엄마이자 배우인 김명지 씨의 말이다. 지난 10일 오후 2시 서울 혜화동 동양예술극장에서 ‘HeShe태그: 그와 그녀의 태그’ 다큐멘터리 뮤지컬 연습에 한창인 엄마 배우들을 만나러 갔다. 연습 중에 엄마 배우들은 목이 메어 대사를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면서 ‘죄송합니다’를 반복했다.

이 뮤지컬은 청소년 미혼 한부모의 이야기를 대본으로 해서 미혼 한부모가 직접 전문 배우들과 함께 무대에 서는 작품이다. 미혼 엄마로서 아이를 키우면서, 일하면서, 공부하면서 틈틈이 시간을 내서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공연은 CJ나눔재단이 주최하고 인트리 미혼모협회와 벨라뮤즈(주) 주관으로 제작됐다. 18일부터 21일까지 CJ아지트 대학로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저희 일반인 맞아요. ‘미혼모’라는 타이틀을 가졌고 내 상황을 대변하는 단어가 미혼모인 것뿐인데, 소미 언니가 (전문 배우와 연출 등) 처음 만났을 때 ‘일반인으로 봐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는데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그동안 얼마나 많은 차별을 받았기에 저런 인사를 하게 됐을까 하고요.”(김명지 씨)

이날 엄마 배우 김명지 씨와 최소미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들은 그동안 미혼모로서 겪은 사회적 편견과 불편한 시선, 많은 아픔 속에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고 인터뷰에 응했다.

◇ 직접 무대에 서는 엄마 배우들 “90% 진짜 저희 이야기예요”

최소미 씨는 뮤지컬의 두 번째 에피소드 아이와 한강으로 놀러가는 내용을 연기하다 눈물을 흘렸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최소미 씨는 뮤지컬의 두 번째 에피소드 아이와 한강으로 놀러가는 내용을 연기하다 눈물을 흘렸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Q. ‘HeShe태그: 그와 그녀의 태그’ 뮤지컬에는 어떻게 참가하게 되셨나요?

최소미(이하 최) : “저는 지난해 미혼모 뮤지컬 공연에 주인공으로 참여했어요. 마지막 공연 때 영부인 김정숙 여사도 오셨고요, 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분들이 보러 와주셨어요. 또 한 번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오세혁 연출님을 만났어요. 연출님은 아이도 낳거나 키워보지도 않고 우리 이야기만 듣고 극으로 만들었는데 실제 저희 이야기와 똑같이 만들어서 정말 놀랐어요.”

김명지(이하 김) : “저는 뮤지컬에 처음 참여해요. CJ나눔재단 도너스캠프에서 하는 미혼모 자조모임이 있는데 (참여하다가) 소미 언니가 뮤지컬 신청하는 방법을 알려줘서 하게 됐어요.”

Q. 공연에서 맡은 역할 좀 소개해주세요.

김 : “네 가지 에피소드 중에서 첫 번째 에피소드 주인공이예요. 임산부만 있는 시설에서 살아가면서 어렵지만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을 지키기 위해 노래합니다. 치킨을 기다리면서, 행복과 어려움 속에서도 나는 행복을 찾겠다는 의지로 치킨을 기다리는 역할이에요(웃음).”

최 : “제가 연기하는 두 번째 에피소드는 아이 낳고 (미혼모) 시설에서 나와서 한강에 아이와 처음으로 놀러가는 내용이에요. 미혼모 중에 누가 처음부터 ‘나 미혼모가 될 거야’ 하고 됐겠어요. 당연히 저도 애 아빠랑 결혼할 줄 알았죠. 그래도 도와주는 손길 덕분에 해피엔딩이에요.”

Q. 공연 연습하면서 어려운 점이나 힘든 점은 없으세요?

김 : “사회로부터 받은 차별, 아이 아빠한테 받은 상처를 애써 잊고 살아왔어요. 그런데 공연을 통해 그때 기억을 자꾸 떠올리게 되면서 연습하다가도 울컥할 때가 있어요. (전문 배우들은) 모르시니까 물어보시면, 얘길 하다가 제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 봐야 해서 마음이 아파요. ‘내가 이런 대우까지 받아봤구나’, ‘그런데도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한편으로 뿌듯하긴 한데 과거의 상처를 다시 꺼내야 한다는 게….”

◇ ‘미혼모인데 되게 밝으시네요?’라는 말… 세상엔 아직 편견이 가득

김명지 씨는 그동안 미혼모로서 사회로부터 차별받았던 기억, 헤어진 아이 아빠로부터 받은 상처 등의 기억을 공연을 통해 되새김질 하게 되는 게 힘들다고 털어놨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김명지 씨는 그동안 미혼모로서 사회로부터 차별받았던 기억, 헤어진 아이 아빠로부터 받은 상처 등의 기억을 공연을 통해 되새김질 하게 되는 게 힘들다고 털어놨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Q. 뮤지컬 에피소드들은 실제 생활이 얼마나 반영이 됐다고 보세요?

김 : “실제로 제가 얘기한 내용 중에 채택된 이야기예요. 저는 생계비를 85만 원 받고 적금을 65만 원 하면 20만 원으로 살아요. 치킨을 기다리는 노래 가사를 제 상황과 똑같이 만들어주셨어요. 85~90% 진짜 제 얘기예요(웃음).”

최 : “저도 80~90% 실제와 같아요. 사람들한테 말하고 싶어요. 미혼모가 이렇게 상처 받고 살고 있다고요. 뉴스 댓글 같은 거 보면 미혼모한테 심한 욕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말들…. 이 사람들 처벌 좀 해달라고 청와대 청원을 올린 적도 있어요. 사람들의 인식 변화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Q.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힘든 점이 많으실 텐데, 가장 힘든 점을 꼽는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김 : “제가 아픈 것도 힘들지만 아이가 아프면 너무 힘들어요. 저는 간호조무사 학원이랑 피부미용 학원을 다녔어요. 취업성공패키지는 출석이 가장 중요한데, 10일 동안 아이가 아파서 학원을 못 나가서 결국 제적됐어요. 너무 속상했어요. 제가 노느라 못 간 게 아닌데 학원에선 이해는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했어요. 한 달만 더 도와주면 자립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안 도와주시니까….”

최 : “저도 돌봄 공백이 제일 컸어요. 시설에서 퇴소하고 언니랑 살았는데 12개월 지나니까 구청에서 일하라고 하더라고요. 취업패키지를 시작했는데 아이가 아플 때 돌봄이 안 되는 거예요. 아이돌봄서비스도 당장 바로 구할 수 없어요. 1~2주를 기다려야 하는데 아이가 폐렴이 걸려서 3일 만에 회사를 그만두기도 했어요.

회사에서는 ‘미혼모고 대학도 안 나왔는데 왜 쟤를 써야 하나, 쓰려면 월급 50만 원 깎으라’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아이 태어나고 7년이란 시간 동안 제대로 일한 건 2년도 채 안 돼요. 길어도 3개월을 일할 수가 없었어요. 애 때문에 (일) 빠져야 된다고 하면 핑계 대지 말라고….”

Q. 사회적 시선과 편견도 힘들게 하는 부분 중 하나일 것 같은데요?

김 : “주말이나 공휴일에 대부분의 아빠들은 쉬잖아요. 저도 학원 쉬니까, 아이 데리고 놀러 가면 ‘쉬는 날인데 왜 아빠는 같이 안 왔어요?’, ‘아빠는 어디 가고? 엄마가 너무 젊은데? 애가 애를 낳았네.’ 제가 미혼모인 걸 눈치 채놓고서는 꼭 확인을 해요. ‘저 혼자 키워요’ 하면 ‘아~’ 하고 힐끗힐끗 보고 자기들끼리 쑥덕쑥덕하고. 그런데 이제 신경 안 써요.

제가 밝게 지내려고 하는 편인데, ‘미혼모인데 되게 밝으시네요?’라는 말씀을 많이 하세요. 한부모가 다 우울하고 주눅들어 있고 사회에 안 나서려고 한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최 : “택시 타면, 기사님이 ‘아빠는 어디 있니?’라고 아이한테 물어보세요. ‘아빠 없어요’라고 아이가 대답하면, 미안하다고 하거나, ‘아빠가 없으면 안 되는데 이혼했냐?’ 꼬치꼬치 캐묻기도 하세요.

한번은 제일 친한 친구 아빠가 저한테 카카오톡으로 ‘같이 자고 싶다’고 한 적이 있어요. 신고했죠. 재판 때 그 아저씨가 ‘쟤는 미혼모이고 4~5년 동안 남자를 안 만나서 외로워서 나를 유혹했다, 쟤는 꽃뱀’이라고 증언하시는 거예요. 너무 억울했어요. 결국 그분이 처벌받긴 했지만 친구들이 전부 제 잘못이라고 했어요. 더 이상 친구들이랑 연락을 못하겠더라고요. 친구들이 믿어주지 않았던 게 상처로 남아 있어요.”

◇ “엄마가 되는 데 나이가 그렇게 중요한가요?”

오는 18일 공연을 앞두고 최선을 다해 실전같은 연습을 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오는 18일 공연을 앞두고 최선을 다해 실전같은 연습을 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Q.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바뀌면 미혼 엄마들이 아이 키우기가 좀 나아질까요?

김 : “엄마가 되는 데 나이가 그렇게 중요한가요? 18~19살에 아기가 생겨서 결혼을 하는 사람도 있고, 그 나이에 아기가 생겨서 미혼모가 된 엄마도 있고, 30살이 넘어서 아기가 생겨 엄마가 되는 사람도 있어요. 다 같은 엄마잖아요. 그런데 ‘어린데 뭘 안다고 아기를 키운다고 해’, ‘무조건 어리니까 아이를 못 볼 거야’, ‘아이를 학대할 거야’라고 생각하세요.

그런 기사도 많이 나오잖아요. ‘10대 비정한 엄마, 아기를 창문에서 떨어뜨려 살해.’ 10대뿐만 아니라 30대, 40대, 50대 엄마여도 아이를 학대할 수 있어요. 자꾸 어린 엄마라는 데만 초점을 맞춰서 자극적인 기사를 내니까 ‘학대하는 엄마는 어린 엄마구나’, ‘저 사람도 학대할 거야’ 그런 편견이 생기는 것 같아요.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이 있고, 열심히 세상에 소리치는 엄마가 있고, 어리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엄마가 있다.’ 나이에 연연하지 않고 멋있고 젊은 엄마로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어린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나가면 ‘몸을 함부로 했네’, 미혼모에 대한 편견도 있지만 나이에 대한 편견도 있어요. 그런 게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Q. 이번 공연, 어떤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김 : “편견을 절대 깨려고 하지 않는 분들이 공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오셨으면 좋겠어요. 보고나서 ‘미혼모 얘기였어? 미혼모가 실제로 참여를 했어? 그동안 내 생각이 잘못된 거구나.’ 실제 미혼 엄마도 오셔서 ‘저 엄마들은 과거 얘기를 꺼내서 상처를 받으면서도 용기를 내서 목소리를 내는구나. 나도 내 목소리를 내 볼걸’ 하고 느끼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최 : “저는 아이가 여섯 살 되기 전까지는 사람도 안 만나고 집에서 숨어 지냈어요. 나가는 게 무섭고 나가서 욕먹는 것도 싫었어요. (인트리) 활동하면서 욕하는 사람도 우리 사정을 몰라서 그런 거란 걸 알았어요. 이야기를 듣고 나면 사람들이 달라지더라고요. 미혼 엄마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고, 다른 분들도 많이 오셔서 보시고 소문내주면 좋겠어요(웃음).” 

Q.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최 : “재미있게 사네.(웃음)”

김 : “한국 사회에서는 미혼모뿐만 아니라 엄마는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잖아요. 공연을 보시고 ‘엄마여도 하고 싶은 공연을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구나, 그러면 내 상황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시고 꿈을 찾아가시면 좋겠어요.”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김 : “가볍게 오셔서 즐기고 돌아가면서, ‘정말 열심히 준비했구나, 행복하게 사는구나, 내 생각이 잘못된 부분이 있었구나’ 이런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돌봄 문제만 해결되면 전국공연 가고 싶어요. 전국적으로 미혼모가 있고 앞으로도 생길 텐데요, 그분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어요. 이런 사업(미혼모 지원사업)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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