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들 다니는 어린이집은 괜찮은 거 맞아?”
“쌍둥이들 다니는 어린이집은 괜찮은 거 맞아?”
  • 칼럼니스트 전아름
  • 승인 2018.10.2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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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트윈스 육아일기] 마음 아픈 보육기관 사건사고

어린이집 교사가 애를 죽이고, 어린이집 통원버스에서 미처 내리지 못한 아이가 숨이 막혀 죽고, 최근에는 비리 유치원과 비리 어린이집 관련 소식까지 엄마들 마음 오그라들게 하는 뉴스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들린다. 그럴 때마다 아빠나, 시어머니나, 동생이나, 친구들에게 먼저 연락이 온다. 뉴스 볼 때마다 쌍둥이들 얼굴이 아른거려서 맘이 너무 아프다며, “쌍둥이들 다니는 어린이집은 괜찮은 거 맞지?”라고.

그들의 질문에 “그럼요 괜찮아요. 애들 많이 사랑받으면서 다니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대답하고 말지만 나도 마음 한구석이 내내 찌릿하다. 왜냐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지만 나도 늘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우리 애들 다니는 어린이집, 정말 괜찮은 데 맞는 거지?”라고….

올해 3월. 애들이 6개월 되던 즈음에 어린이집을 보냈으니까 어느덧 둥이들도 ‘조직생활’ 8개월 차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이런 것들을 걱정 한다. ‘애들이 집에서 하는 것처럼 밥투정 부리고 있는 건 아닐까? 낮잠을 자야 하는데 잠투정만 부리고 있는 건 아닐까?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서 저지레하고 있는 건 아닐까? 쌍둥이라서 돌보기 더 어려운 건 아닐까? 그래서 선생님이 힘들어서 애들 미워하면 어떡할까?’

잘 모르는 마음에 촌지라도 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해야 한다면 돈으로 해야 할지 상품권으로 해야 할지 남편과 진지하게 상의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촌지는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 스승의 날에 간소한 비타민 제품을 보냈는데 선생님이 받지 않으셨다. 아이들 생일 즈음에는 동네에 마침 마카롱 전문점이 새로 생겨 몇 개 선물로 보냈는데 선생님들이 간식으로 함께 맛있게 나눠드셨다고 감사인사를 받았다.

다행인 것은, 둥이들이 어린이집에 가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담임선생님을 만나면 좋다고 박수 치고 소리도 치며 웃는다. “밥 맛있게 먹고, 낮잠 잘 자고, 재미있게 놀고 있어. 엄마가 오후에 데리러 올게. 빠빠이” 하면 손을 마구마구 흔들며 인사하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아장아장 걸어 새싹반 교실로 들어간다.

하원 하고 집에 돌아와서 담임 선생님이 써주신 알림장을 보면, 오늘 하루 경빈이와 경진이가 어떻게 지냈는지 한눈에 그려진다. 낮잠 시간, 식사 시간, 배변 시간이 잘 체크돼 있고 그 외 발달이나 놀이 사항이 메모돼 있다.

“오늘은 경빈이가 미끄럼틀에 혼자 올라가는 것에 성공했어요.”

“오늘은 경진이가 고리끼우기를 두 개나 성공했어요.”

“오늘은 경빈이가 변을 못 봤어요. 배 마사지를 해주었는데도 배가 불편했는지 낮잠을 오래 못 잤습니다.”

“오늘은 경진이가 경빈이 장난감을 빼앗았어요. 서로 양보하며 함께 놀 수 있게 지도하고 있습니다. 집에서도 많이 알려주세요.”

“오늘은 유희실에서 형, 누나들의 사랑을 받으며 즐겁게 놀았습니다.”

◇ 아이들을 진심으로 대하는 좋은 선생님들이 상처받지 않았으면

하원 하기 전 어린이집 선생님에게 빠빠이를 하고 있는 비니지니. 내새끼지만 넘나 귀여운것... ⓒ전아름
하원 하기 전 어린이집 선생님에게 빠빠이를 하고 있는 '비니지니'. 내 새끼지만 '넘나' 귀여운 것. ⓒ전아름

솔직히 고백하건대 어린이집 선생님이 아니었더라면 나는 경빈이 경진이가 이렇게 많은 것을 할 줄 아는 아이인 줄 몰랐을 것이다.

혼자 앉을 수 있다는 것도, 혼자 일어설 수 있다는 것도, 걸음마를 떼었다는 것도, ‘엄마’, ‘아빠’를 말하기 시작했다는 것도, ‘빠빠이’를 할 수 있게 됐다는 것도, 이제는 달리듯이 걸어다녀 어린이집에 산책용 신발을 하나 놔둬야 한다는 것도, 모닝빵을 좋아한다는 것도, 물을 많이 마신다는 것도, 미끄럼틀에 혼자 올라갈 줄 안다는 것도, 그 외 다양한 아이의 발달 사항이나 개인기 같든 것들도 어린이집 선생님이 알려줘서 알게 된 것들이 많다.

집에 함께 있어도 나는 늘 바쁘고 피곤하고, 아이에게 시선을 주기보다 늘 산더미처럼 쌓인 집안일을 해치우는 데 급급한 엄마이기 때문이다. 진득하니 앉아서 아이들과 놀아줄 줄 모르고, 겨우 같이 있는 시간에는 함께 놀기보다 뭐라도 하나 빨리 배우게 하려고 다그치고 성급하게 구는 엄마였다.

아무것도 모르고 갑자기 부모가 돼서, 매일 허둥대고 당황하는 내게 아이들의 어린이집 선생님은 좋은 조력자이자 훌륭한 육아 파트너가 돼주었다. 

지금이라도 아이들 마음에 상처 주고, 부모 가슴에 피눈물 나게 하는 나쁜 유치원과 나쁜 어린이집이 밝혀지고 대책이 세워져서 다행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아이들을 진심으로 대할 줄 아는 좋은 선생님들이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선생님들이 충분히 쉴 수 있는 시간이 생기고, 급여도 좀 오르고 그랬으면 좋겠다. 그래서 애들 어린이집 보내는 나 같은 엄마들이 “어떻게 저 어린 것들을 ‘어린이집 같은 데’를 보낼 수 있냐”는, 매정한 엄마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는 때가 왔으면 좋겠다.

참, 스승의 날에 어린이집 선생님께 뭘 선물하면 좋을지 고민이 돼서 예전에 어린이집 교사로 일했던 친구에게 조언을 구했다. 친구는 요즘 어린이집에선 웬만하면 안 받을 거라고 말하면서도 이렇게 덧붙였다.

“그냥 애들 하루 보내지 말고 니가 집에 데리고 있어. 선생님 숨 돌리는 날도 좀 있어야지. 그게 아마 제일 좋은 선물일걸? 내 경험으론 그랬어!”

*칼럼니스트 전아름은 서울 용산에서 남편과 함께 쌍둥이 형제를 키우고 있는 전업주부다. 출산 전 이런저런 잡지를 만드는 일을 했지만 요즘은 애로 시작해 애로 끝나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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