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만 마시고 가는 어린이집 점검, 결과는 '혐의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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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만 마시고 가는 어린이집 점검, 결과는 '혐의없음'"
  • 권현경 기자
  • 승인 2018.10.22 1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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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서진숙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비리 유치원 명단 공개 여파가 어린이집까지 번졌다. 전국공공운수노조 보육1·2지부는 지난 17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어린이집의 심각한 비리 상황을 폭로했다. 파장이 커지자 보건복지부는 전국 약 2000개 어린이집에 대해 집중점검을 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보육노동자들은 그동안 ‘교사 대 아동 수 축소’, ‘보육교사 휴게시간 보장’, ‘국가 책임 보육’ 등을 주제로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그 중심에 서진숙 전국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이 있다.

서 부위원장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9년간 교사로 일했다. 2011년 서 부위원장이 맡아 돌보던 아이가 ‘나는 선생님같이 어린이집 선생님이 될 거야’라고 하는 말을 듣고 '우리 아이들이 나와 같은 조건 속에서 일하지 않게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2016년 공공운수노조 보육분회 분회장, 2018년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 의장을 지냈고, 현재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으로 전임활동 중이다.

21일 오후 서울 대림동에 있는 공공운수노조 사무실을 찾아 서 부위원장을 만났다. 현재 가장 큰 이슈인 유치원·어린이집 비리, 사회서비스원 보육 포함 설립, 김포 아동학대 의심 교사 사망 사건과 관련한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봤다.

서진숙 전국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진행한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기본계획(안) 폐기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서진숙 전국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진행한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기본계획(안) 폐기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어린이집 부정수급 집중점검, 장부 보는 건 의미 없다”

Q. 보건복지부가 22일부터 어린이집 부정수급 등 집중점검에 들어간다. 비리 어린이집 점검, 어떻게 보나?

“부정수급 문제가 아니라 부정 사용의 문제다. 비용을 부풀리거나 가짜 영수증을 쓰는 게 문제이고, 내부 커넥션이 있는 게 문제다. 이런 부분은 내부 사람이 아니고서는 알 수가 없다. 어린이집 회계 보고는 기존에 다 하고 있다. 회계장부를 다시 보겠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Q. 비리 어린이집 점검과 관련해 현장 반응은 어떤가?

“교사들 반응은 ‘또 터졌어! 우리 또 서류 해야 한단 말이야. 제발 이런 것 좀 터지지 마!’라는 분위기다. 아무리 와서 서류 점검해도 못 잡아낸다는 걸 교사들은 익숙하게 알고 있다. 어린이집 지도점검, 회계 점검은 거의 매년 받는다. 담당 공무원에 따라 차이 있으나 꼼꼼한 공무원은 온종일 (서류 자료를) 들여다보고, 그렇지 않은 공무원은 원장과 차만 마시고 가기도 한다.

교사는 지도점검 나온다고 하면 서류를 준비하느라 엄청 힘든데 결과는 ‘혐의없음’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지적사항이 나오면 큰 비리도 아니고 채워 넣으면 되는 서류 누락 정도.”

Q. 보건복지부의 지도점검이 실효성이 있으려면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문제는 ‘페이백’(교직원 급여 일부를 원장이 반납받는 것) 어린이집인데, 얼마 전 보도된 경기도 한 민간어린이집에서는 6년 넘게 페이백을 하고도 교사가 말하기 전까지 드러나지 않았다. 또 부정수급 중에는 아동 허위 등록, 교사나 조리사 허위 등록 등이 있다. 이름 등록된 교사나 아동이 감사 당일 있어야 할 시간에 있으면 문제가 없다.

이는 내부에서만 알 수 있다. 내부에서 말을 할 수 있는 구조여야 하는데 원장이 제왕이다 보니 (교사는) 말을 못하고 끙끙 앓는다. 원장도 전근을 가고 재계약도 해야 말할 수 있고 (교사가) 보호받을 수 있는 구조가 생긴다.”

서진숙 부위원장은 지난 13일 오후 3시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노란 풍선을 들고 ‘제대로 가자, 사회서비스원’을 외치며 행진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서진숙 부위원장은 지난 13일 오후 3시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노란 풍선을 들고 ‘제대로 가자, 사회서비스원’을 외치며 행진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어린이집 비리 해결은 어린이집을 공공재로 만드는 것뿐”

Q. 어떻게 해야 비리 어린이집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해결책은 보육을 포함해 사회서비스원을 설립하는 것이다. 보육을 부모 책임이 아닌 국가 책임으로 봐야 한다. 국공립어린이집 중 55%가 10년 이상 한 원장이 운영하는 곳이다. 그건 내(원장) 것과 다름없다. 최대한 국가 책임의 공공재로 보육(어린이집)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전체 어린이집 중 7.8%가 국공립어린이집이지만 그중에서도 법인, 민간, 개인에게 운영이 넘겨져 있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84개 어린이집을 제외하곤 사실 민간 원장의 양심에 다 맡겨져 있고, 철학 없는 원장이 운영하면 돈을 빼돌리는 거다. 원장도 누군가의 업무지시를 받고 감독을 받는 관리자인 구조가 돼야 한다.”

Q. 서울시에서 보육을 제외한 형태로 사회서비스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전면 재설계 촉구 기자회견도 하셨다. 보육을 제외하고 사회서비스공단을 추진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원장들 반발이 너무 거세다. (서울시는) 그 부분을 설득하면서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인 것 같다. 보건복지부에서 한 사회서비스포럼에 참여해 들은 말은 ‘교사는 노동자가 아니다’, ‘이미 국공립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사회서비스원으로 보육을 분리하지 말라, 유보통합으로 가야 하는데 왜 사회서비스원으로 들어가느냐’는 논리였다. 국공립어린이집이 정말 많다고 생각하느냐고 따져보고 싶었다.

보육을 포함한 사회서비스원 설립을 반대하기 위한 명분으로 유치원도 어린이집도 원하지 않는 유보통합을 방패막이로 내세웠다. 당시 (유보통합에) 가장 격렬하게 반대했던 곳이 유치원 원장 단체, 그 다음으로는 어린이집 원장 단체였다. 교사들은 찬성했지만, 유치원 교사와 어린이집 교사의 자격이 다르다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었다.

유보통합 끝장 토론을 세 번 했는데 결론을 못 내렸다. 결국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선 (유보통합) 하지 않겠다, 처우를 맞춰가겠다고 했다. 그만큼 쉽지 않은 문제라는 것이다. 정부도 못 하겠다고 한 것을 서울시가 교육 철학인 양 '유보통합을 해야 하므로 사회서비스원에서 보육을 빼겠다'고 한다. 이는 유보통합을 반대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일 뿐이다.”

Q. 그럼 유보통합에 대한 공공운수노조의 입장은 어떤가?

“유보통합을 위해선 세 가지(▲국공립과 공공형 어린이집 확충 ▲누리과정 자율성 확보 ▲기존 교사 경력 인정과 자격 조건 동일화)가 전제돼야 한다. 유보통합을 하겠다고 나왔을 때, 유치원에서 받아들이겠나. (보육교사 입장에서는) 사회서비스원으로 가는 게 훨씬 더 낫다는 입장이었다. 보육이 공공형으로 정리가 되고 공공기관으로 인정을 받고 나면 이후 유보통합이 더 쉬워지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7월 5일 ‘사회서비스노동자 휴게시간,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서진숙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보건복지부의 지침으로 교사 한 명이 아동 50명을 보는 상황도 일어난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7월 5일 ‘사회서비스노동자 휴게시간,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서진숙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보건복지부의 지침으로 교사 한 명이 아동 50명을 보는 상황도 일어난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아동학대 사건, 원장도 교사의 교사로서 책임져야”

Q. 사회서비스원이 보육을 포함해 설립되도록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서울시는 사회서비스원 설립 준비를 위한 ‘혁신추진반’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어서, 그쪽과 면담을 하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사회서비스원 용역보고서를 위해 FGI, 워크숍 등 진행했는데 10월 초 이미 보육을 포함되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고 워크숍에 참석하지 않았다.

16일 요양보호사 워크숍 자료를 보니, 2020년에 보육이 포함돼 있었다. 그사이에 반대하는 사람들과 협의하는 시간을 가지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2020년에 하겠다는 건 안 하겠다는 것과 같다. ‘보육 더하기 인권 함께하기’에서 ‘사회서비스원에 보육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일천인 서명을 받고 있고, 노조에서는 서울시에 일천인 선언을 준비하고 있다.

23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육이 포함되는지 여부를 답변해달라’는 요구를 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사회서비스원 관련 조례 제정 내용과 경과 내용, 계획에 대해 25일 공청회를 연다. 그날 전체 윤곽이 다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Q. 최근 김포의 한 어린이집 교사가 아동학대를 의심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다. 이 같은 문제를 막기 위해선 어떤 장치나 노력이 필요할까?

“교사가 진짜 아동학대를 했는지 안 했는지는 스스로 안다. 교사도 실수할 수 있다. 그 실수에 대해 스스로 자정할 수 있는 구조와 기회가 있어야 한다. 사회적으로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아동학대에 대한 예민함이 팽배해져 있다. 중요한 건 현장이 어떤지 봐야 한다는 점이다.

현장 교사들은 교육과 훈육을 배운 교사들인데, 지금은 훈육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아동학대 예방교육을 할 게 아니라 인권 감수성 교육을 통해 교사들에게 인권 감수성을 높여줘야 한다. 원장은 교사의 교사로 교육을 책임져야 한다. 아동학대 교육을 1년에 한 번 시켰으면 원장은 책임을 지지 않고 교사 개인이 모두 책임진다.

원장은 주로 문제가 생기면 교사에게 사과하게 하고, 해고하는 수순을 밟는다. 교사가 일방적인 조사 대상이 되면 혐의가 있다는 게 전제가 되는 것이다. 교사회의 책임 있는 사람들이 같이 얘기할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말할 기회를 주고 교사회 내에서 자정작용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지난 20일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전국보육노동자 한마당에서는, 아동학대 의심을 받다 숨진 보육교사를 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되기도 했다 ⓒ공공운수노조 보육제1·2지부
지난 20일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전국보육노동자 한마당에서는, 아동학대 의심을 받다 숨진 보육교사를 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되기도 했다 ⓒ공공운수노조 보육제1·2지부

Q. 끝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여론이 어린이집) 비리에만 집중하는데,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 비리를 폭로한 것은 현장이 어떠하다는 것을 폭로하려고 했던 것보단, 우리 어린이집의 시스템 문제를 알리려고 했던 것이다.

올해 아이가 차(어린이집 통학차량) 안에서 사망한 사건도 있었고, 엄청난 사건들이 많았다. 이 모든 건 (어린이집이) 아이를 중심으로 운영되지 않는 것 때문에 생긴 문제다. 돈벌이가 아니라 아이를 중심으로 한다면, 아이에게 안전한 곳 아이를 괜찮게 키울 수 있는 곳으로 어린이집을 만들면, 모든 문제는 다 해결된다. 그게 국가의 보육 철학으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사회서비스원도 그런 맥락에서 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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