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환경 논하는 자리에서 ‘투명인간’이 화두 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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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환경 논하는 자리에서 ‘투명인간’이 화두 된 까닭
  • 최규화 기자
  • 승인 2018.12.0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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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2018년 제2차 아동권리포럼 - 아동권리와 도시환경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지난달 30일 서울 수하동 패럼타워에서 2018년 제2차 아동권리포럼이 열렸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달 30일 서울 수하동 패럼타워에서 2018년 제2차 아동권리포럼이 열렸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모든 것들의 기준이 어른이 아니라 ‘투명인간’인 어린이가 돼야 합니다. 어린이가 환경적으로 안전한 도시공간은 모든 사람들에게 안전한 도시공간입니다. 어린이가 기준이 된다면 모두가 안전할 수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수하동 패럼타워 2층 세미나실에서 열린 2018년 제2차 아동권리포럼. ‘아동권리와 도시환경’을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의 화두는 ‘투명인간’이었다. 존재하지만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시민. 정다운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위와 같은 말로, “어린이가 안전하면 모두가 안전하다”고 역설했다.

포럼은 네 개의 주제로 나눠 진행됐다. 도남희 육아정책연구소 아동패널팀장은 ‘영유아의 발달적 특성이 존중되는 도시환경’을 주제로 발표했다. 도 팀장은 전국 규모의 신생아 패널을 구축해 생애 초기부터 아동의 발달, 사회적 특성 등을 20년간 추적해 연구하는 ‘한국아동 성장발달 종단연구’를 중심으로 이야기했다.

아동의 주거지역은 연령이 증가할수록 아파트 거주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0세 59.5%에서, 7세 73.5%까지 그 비율은 높아졌다. 어린이집·유치원의 충분 정도는, 어린이집은 충분하다는 의견이 많으나 유치원은 해에 따라 불충분하다고 조사됐다. 특히 국공립 육아지원 기관은 불충분하다고 느끼는 경향이 많았다.

안전에 대해서는 ‘치안’ 안전도는 어느 정도 안전하다고 느끼는 경향이 많으나, 그에 비해 ‘안전사고’ 안전도에 인식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놀이터·공원·산책로 등 여가시설 이용 편리성은 양호한 편으로 조사됐고, 박물관·미술관·공연장 등 문화시설 이용 편리성은 아이가 자라면서 점차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도 팀장은 “아동이 자라는 도시환경이 만족스럽진 않다”며, “아동의 삶의 질뿐만 아니라 부모의 삶의 질을 고려할 때 도시를 건설하면서 그 점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책에서) 아동은 투명인간으로 존재한다”며, “저출산 시대임을 고려할 때 아동의 목소리와 모습을 드러내는 것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아이들 같은 약자들과 어울리는 공간은 자치적 힘 키워줄 것”

지정토론자로 참석한 한지선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지정토론자로 참석한 한지선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39개월 아이의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지선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지난 39개월간 수도권에서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경험한 다사다난했던” 일들을 직접 소개하며 도 팀장의 발표에 대해 토론했다.

한 활동가는 국공립어린이집을 포기하게 된 과정을 이야기하며 “현재의 국공립 유보육 기관이라는 것은 그 내용과 원칙보다는 프레임만 국공립으로 둔갑한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국공립어린이집이 민간위탁이라는 형식으로 사실상 민간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또한 주제발표 중 ‘문화시설 이용 편리성은 아이가 자라면서 점차 높아졌다’는 부분에 대해, “반대로 말하면 아동은 나이가 적을수록 문화인프라 이용경험의 빈도가 적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많은 산모들은 바깥에서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며 힘을 얻는다”며 영아 때부터 문화적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활동가는 또 “안전하고 편리한 주거지에 대한 욕구를 들여다 봐달라”며, “아이들과 같은 약자들과 함께 문화적·교육적 콘텐츠를 접하며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시간이 지나면 그 지역의 사람들이 소통을 하고 지역의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는 자치적 힘을 키워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가장 취약한 시민들인 아이들을 깊이 염두에 두고 지어진 도시는 훗날 우리가 그들만큼 보호가 필요한 약자가 된 어느 날 우리에게 보답해줄 것입니다.”(한지선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 “어린이가 환경적으로 안전한 도시는 모든 사람들에게 안전”

정다운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유해물질과 인공화학물에 대응하는 도시환경’을 주제로 발표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정다운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유해물질과 인공화학물에 대응하는 도시환경’을 주제로 발표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이어진 발표의 주제는 ‘유해물질과 인공화학물에 대응하는 도시환경’. 정다운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부연구위원이 환경권 보장을 위한 국내제도와 아동의 건강권을 중심으로 발표를 진행했다.

정 부연구위원은 뉴스 키워드 검색 결과를 통해 어린이 환경건강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을 이야기했다. ‘어린이용품’, ‘유아용품’, ‘어린이 활동공간’에 대한 뉴스 키워드 검색 결과, ‘검출되다’, ‘적발하다’, ‘밝히다’ 등 “나타나서는 안 될 키워드”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정 부연구위원은 의학적으로나 행동학적으로나 “어린이는 환경유해인자에 가장 민감한 집단”이라고 설명했다. 한 가지 물질에 노출되면 반영구적으로 영향을 준다든지, 물고 빠는 행위 때문에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된다든지, 키가 작기 때문에 자동차 배기가스를 바로 마신다든지 하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어린이 환경보건 종합계획(2013~2017)을 수립한 바 있다. 하지만 이것은 비법정 종합계획으로, 지자체 단위의 노력이 법적으로 의무화 돼 있지 않다는 점을 정 부연구위원은 지적했다.

그리고 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식품의약품안전처·행정안전부·교육부 등으로 관리주체가 분산돼 있는 것 또한 문제로 봤다. 정 부연구위원은 “라돈이 놀이터 바닥에서 나오면 환경부, 의자에서 나오면 행안부 하는 식”이라며, “관리가 대단히 중복되는 동시에 빈틈도 많고 관리기준도 조금씩 다르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정 부연구위원은 “어른 기준이 따로 있고 어린이 기준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며, “모든 것의 기준이 어른이 아니라 ‘투명인간’인 어린이가 돼야 한다”고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했다. 그리고 ▲어린이를 고려한 환경기준 ▲지자체가 주도하는 어린이 환경 통합관리 ▲친환경적 아동친화도시 등을 제언했다.

◇ “제일 중요한 것은 아동이 권리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

포럼을 주관한 국제아동인권센터 이양희 대표.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포럼을 주관한 국제아동인권센터의 이양희 대표.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정 부연구위원의 발표에 대해서는 김현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이 토론에 나섰다. 김 부소장은 정 부연구위원과 마찬가지로 “어린이와 같은 약자가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모든 이들에게도 안전한 환경이다”라는 관점에서 법제도 측면의 몇 가지 개선점을 제시했다.

첫째는 관리감독 주체의 단일화다. 김 부소장은 “적어도 유해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안전을 책임지는 통합된 부서가 책임 있게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유해화학물질 전반에 대해서 환경부가 관리감독의 책임 주체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둘째는 기업의 비밀주의 남용 차단. 김 부소장은 “가습기살균제 사례에서 보듯이 기업은 독성정보를 은폐하거나 미확인하는 일관된 자세를 보여왔다”며, “기업의 비밀주의 남용을 법적으로 차단하고 기업의 책임이 드러났을 경우 회생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법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민의 알권리를 강화하기 위해 “생활 주변의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의 독성과 취급량에 대해 인근 주민이 그 사실을 알 수 있도록 정보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주거지역 근처에 신규 고독성물질 처리 사업장이 입주할 경우 주민, 지자체, 사업장이 협의체를 구성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그밖에도 ▲청소년 시민의 주체성이 실현되는 도시환경(발제 이윤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토론 이인경 도봉구 청소년아동친화도시팀 주무관) ▲아동의 독립이동성이 보장되는 도시환경(발제 강현미 건축도시공간연구소 부연구위원, 토론 김연금 조경사무소 울 소장)에 대해 논의됐다.

한편 이날 포럼은 보건복지부가 주최하고 국제아동인권센터가 주관했다. 이양희 국제아동인권센터 대표는 “행정편의적인 관점에서는 아동에 관심이 없다”며, “투명인간이라는 얘기도 그래서 나온다”고 꼬집었다.

또한 “요즘 아동수당과 출산장려금을 준다고 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다”며, “제일 중요한 것은 아동이 행복하고 안전하고 권리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시민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나 존중, 너 존중, 우리 존중이라는 세 가지 존중을 되새기자”는 말로 포럼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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