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에게 윤리강령 있듯 ‘부모사회윤리강령’도 나와야
교사에게 윤리강령 있듯 ‘부모사회윤리강령’도 나와야
  • 기고=서영숙
  • 승인 2019.01.0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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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새해 특별기고] 서영숙 숙명여자대학교 아동복지학부 명예교수

2019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 한 해 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무수한 이슈들 중에 우리는 무엇을 기억해야 할까. 또 새해는 어떤 '화두'를 가지고 설계해야 할까. 보육 등 각계 전문가와 오피니언 리더들의 연속기고를 통해 2018년을 정리하고 2019년을 전망한다. - 편집자 말

숙명여자대학교 아동복지학부 명예교수. ⓒ베이비뉴스
서영숙 숙명여자대학교 아동복지학부 명예교수.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최근 2년 사이 우리는 대통령 탄핵을 감행하고 2017년 문재인 정부를 맞이해 엄청난 정치·사회적 변혁의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런 소용돌이는 그 이전까지 정책 결정의 근간이자 실행의 지향점이 됐던 신념 체계를 해체하고 새로운 가치 체계를 세우는 시기로 볼 수 있다.

그 도전이 강력할수록 공동체는 혼돈과 불신을 경험한다. 이 혼돈과 불신은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향에 서 있다고 공감할 만한 새로운 가치 체계가 등장하여 환영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서서히 가라앉을 것이다. 가치관을 공유하면 사람들은 상대를 쉽게 예측할 수 있고 더 사이좋게 협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유아보육과 유아교육 분야의 정책도 예외는 아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며 영유아보육과 유아교육 분야에서도 정책 신념 체계의 흔들림은 실로 엄청났다. 지난 시간을 차분히 돌아보면 새해에는 더욱 분발해서 바로 세워가야 할 정책 신념 체계가 무엇인지 보인다.

◇ 유보통합에 대한 정책 신념 체계 재구축 나서야

첫째, 유보통합에 대한 정책 신념 체계를 다시 세우는 것이다. 지난 20여 년간 지속적인 노력으로 상당한 사회적 합의에 도달한 유보통합정책이 새 정부 들면서 아예 유보통합이란 단어조차 쓰지 않는 침묵기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유보통합 논의는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시작됐고, 노무현 정부는 이를 위해 국책연구기관인 육아정책연구소까지 세웠다. 온갖 관련 연구와 토론회를 거쳐 유보전쟁이라는 거친 대결을 헤치고 이제 교사자격 통합과 부처 통합의 절차만 남겨둔 상태에서 완전 멈춰 선 것이다.

마치 새 정부 들면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졌다는 원전정책을 순식간에 멈춘 것처럼, 원전폐기에 대해선 격렬한 공개 정책토론회라도 거쳤다면 유보통합 정책은 어떤 공식적인 설명도 없이 그냥 슬그머니 정책지향에서 사라졌다.

유보통합을 단기간에 이루기는 어려우니 유보격차 해소에 노력하겠다는 언론보도가 잠시 흘러나왔을 뿐이다. 유보통합 정책이 유보의 질 향상과 효율적 재정 사용을 위한 궁극적 지향점이라면 이제 다시 이를 향한 정책 신념 체계 재구축에 나서야 한다.

◇ 유치원·어린이집 공공성과 투명성에 대한 정책 신념 체계 세워야

둘째,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공공성과 투명성에 대한 정책 신념 체계 세우기다. 지난해는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의 공개로 등장한 사립유치원 비리에 관한 기사가 마치 쓰나미같이 온 유치원과 어린이집 관련 뉴스를 덮친 해였다.

사립유치원장이 횡령과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되면서 그동안의 교육자로서의 자부심과 헌신적 노력으로 유치원을 가꾸던 기쁨은 순식간에 무너져버렸다. 유치원 이용 부모는 비리에 분개하며 동시에 자녀가 다닐 유치원이 폐원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중고에 시달렸다.

개인의 재산으로 설립하고 정부의 기준안에서 교사 인건비를 지불하며 더 좋은 환경과 서비스로 부모들의 선택을 받도록 경쟁해야 하는 사립유치원이 시설과 인건비 및 운영비를 전적으로 정부에서 제공하는 국공립유치원과 똑같은 회계시스템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합당하지 않다는 주장이나, 정부지원금은 교육적 용도로 사용돼야 하며 그 사용 적정성 감사와 위반에 대한 처벌은 당연하다는 주장, 어느 것도 틀린 주장이 아니다.

사립유치원의 법적 개념에 맞는 회계 원칙이 제대로 세워지지 않아 불거진 문제라면 이에 대한 정책신념 체계를 바로 세우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본다. 나아가 사립유치원이 교육기관으로의 지위에 걸맞은 공공성과 투명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운영자는 물론 행·재정적 제도도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 부모와 사회가 영유아교사를 전문가로 존중해줘야

셋째, 영유아, 부모, 교사의 권리존중에 대한 정책 신념 체계 세우기. 아동학대 의심 관련 보도가 아직도 여전하며, 통학차량 탑승 유아가 등원 하차할 때 잠들어 있어 방치돼 질식사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두 번이나 있었다. 등원하지 않은 원아를 챙기는 기본적인 절차가 이뤄지지 않아 안전보호라는 최소한의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했다.

그런가 하면 아동학대 의심 교사에 대한 보호자 가족의 손찌검과 과도한 몰아붙임으로 교사가 자신의 무죄함을 죽음으로 항의한 사건도 잊을 수 없다. 부모는 기관이나 교사의 눈치를 봐야 하는 ‘을 중의 을’이라는 최근 모 부모관련 시민단체 대표의 주장과, 부모의 과도한 요구와 불신으로 영유아교사가 체험하는 불안과 사기저하 주장 간 간격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교사윤리강령은 영유아, 부모, 동료교사, 그리고 사회에 대해 교사에게 요구되는 윤리적 행동을 제시한다. 마찬가지로 부모와 사회도 영유아교사에 대해 전문가로 인정하고 존중하며, 휴게시간이나 근무시간, 급여 등 근무여건에서도 적정한 대우를 해야 한다는 ‘부모사회윤리강령’도 나와야 할 것이다. 영유아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부모, 교사가 상호협력 지지자가 되는 정책 신념 체계를 구축해가야 하는 것이다.  

◇ 공동체적 돌봄을 위해선 ‘성숙된 주민’의 존재가 전제돼야

마지막으로 지역공동체의 역할과 위상에 대한 바른 정책 신념 체계 세우기다. 저출산정책과 보육정책은 매5년 단위의 중장기 계획을 세운다. 지난 2017년 출범한 새 정부는 2018년부터 제3차 계획 시행에서 특히 사회적 돌봄에 상당한 무게를 둔 정책을 제시하고 시행하려 한다. 부모·가정, 그리고 어린이집·유치원이 그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생길 경우, 지역사회가 틈새를 메우는 역할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래서 ‘틈새 없는 돌봄’이라 한다. 그런데 이 틈새 없는 돌봄의 역할에 과하게 무게를 두면, 오히려 부모의 자녀양육의 기쁨이나 책임, 그리고 영유아의 부모로부터 양육받을 권리를 챙기지 못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우리 동네 아이를 우리가 지켜 돌봐주자.’라는 지역사회의 공동체적 돌봄이 제대로 그 기능을 하려면 시민의 자발적인 헌신의 경험이 축적된 성숙된 주민의 존재가 전제된다. 그렇지 않으면 비전문가에 의한 돌봄의 질 하락과 공적 재정 누수의 위험이 따른다. 보상을 바라지 않는 자발적 봉사와 이타적 실천은 우리가 앞으로 더욱 차곡차곡 세워나가야 새로운 정책 신념 체계일 것이다.

정책 신념 체계를 새롭게 세우는 것은 정책결정자의 일방적 제시가 아니라 그 정책 실행당사자들의 구체적인 경험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문가와 함께 점검하며 미래지향의 가치를 공동으로 추구하는 과정을 거쳐야 공감대가 넓게 형성될 것이다. 이제 새해를 맞아 우리의 앞선 세대 영유아를 생각하며 새 마음으로 새 힘을 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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