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쌍팁' 알아두면 쓸모 있을지도 모르는 쌍둥이 육아팁
'알쓸쌍팁' 알아두면 쓸모 있을지도 모르는 쌍둥이 육아팁
  • 칼럼니스트 전아름
  • 승인 2019.02.14 14: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용산트윈스 육아일기] 본격 쌍둥이 육아 자문자답 Q&A ①

쌍둥이들에게 '마의 18개월'이 시작됐다. 어째서 마의 18개월인가. 애들이 생후 18개월 즈음 되면 고집도 세지고 떼부림도 심해져 엄마 입에서 ‘18’ 소리가 절로 나오게 만들어서 마의 18개월이라고 한다. 

요즘 쌍둥이들이 그렇다. 밥투정이 심해졌다. 밥을 안 먹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밥만 안 먹는다. 짭짤하게 간 된 반찬만 찾고 반찬에 밥을 교묘하게 숨겨서 줘도 기막히게 밥알만 혀로 밀어낸다.

어른 밥 한 공기는 뚝딱하던 놈들이 반 공기만 먹어도 눈을 감고 도리질을 쳐대고 숟가락을 빼앗아 제 입에 가져가는 척하다 냅다 팽개친다. “누굴 닮아 그러냐?”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애들은 내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것인지 신나게 웃는다. “그래 웃어라 웃어” 나도 해탈한 듯 웃으며 사방에 널부러진 밥풀을 줍는다. 

그래도 잠이 든 아이들의 머리와 손과 발을 만져보면 언제 이렇게 부쩍 컸나 싶다. 키도 크고 몸무게도 묵직하게 나가고 기운도 세서 내가 당해낼 재간이 없다. 그래서 써본다. 마침 마의 18개월도 왔겠다, ‘알아두면 쓸모 있을지도 모르는 쌍둥이 육아팁’을 자문자답의 Q&A 형식으로 꾸려보려고 한다.

질문을 선정한 기준은 그동안 사람들이 내게 물어봐줬으면 했던 것들, 대답은 그동안 내가 사람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중심으로 썼다.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혹시 아는가. 이 한 편의 글이 쌍둥이를 품에 안고 먹먹하게 울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지. 

생후 70일 즈음의 경빈이(좌)와 경진이. 일란성 쌍둥이지만 다른듯, 닮은듯. 요즘은 나도 자주 헷갈려서 귀 옆 스킨텍으로 확인한다. ⓒ전아름
생후 70일 즈음의 경빈이(좌)와 경진이. 일란성 쌍둥이지만 다른듯, 닮은듯. 요즘은 나도 자주 헷갈려서 귀 옆 스킨텍으로 확인한다. ⓒ전아름

Q. 처음 쌍둥이 임신을 알았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요?

A. 아무 생각 없었습니다. 아빠와 고모는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라고 한숨을 쉬셨지만 저는 진짜 생각이 '1'도 없었습니다. 그냥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다 몰라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옛 어른의 말씀은 틀리지 않습니다.

Q. 쌍둥이 자연분만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A. 담당의사가 “태아의 자세가 좋으니 자연분만 하라”고 '시켜서' 했습니다. 역시 저는 1도 몰랐기 때문에 그냥 그러려니 하고 하라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ㅠㅠ). 그러나 현실은 정말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병원에 들어간지 27시간 만에 아이를 낳고 미역국을 먹었습니다. 출산의 고통도 고통이지만 너무 배고프고 목말라서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저는 배고프면 아주 예민해집니다). 자연분만을 또 하겠냐는 질문엔 솔직히 쉽게 대답할 수 없겠습니다. 하지만 그 27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경빈이와 경진이의 건강한 출산을 위해 제 사지를 벌리고 찢고 눌러주신 의료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Q. 그런데, 쌍둥이를 어떻게 자연분만 합니까?

A. 단태아와 마찬가지로 진통이 오면 있는 힘껏 힘을 줘서 아이를 밀어냅니다. 저는 예정한 날까지 진통이 안 와서 유도분만 했습니다. 선둥이인 경빈이의 머리가 빠져나오자 의사 선생님이 기구를 사용해서 애를 빼내고, 후둥이인 경진이는 선생님이 손을 넣어 순식간에 빼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손을 또 넣어서 태반 등을 모조리 꺼낸 뒤 절개한 회음부와 항문에 대한 후처치를 했습니다. 너무 구체적이었나요?

Q. 신생아기 쌍둥이들을 키우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입니까?

A. 밤에 잠 못 자는 것, 하루 종일 아기들과 집에만 있어야 하는 점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아기들이 이렇게 잠을 안 자는 줄 몰랐습니다. 저는 아기들도 어른들처럼 밤에 잘 자는 줄 알았고 그냥 때 맞춰서 맘마만 주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새벽 내내 갓난아기 둘이 울어댈 때 정말 막막했습니다. 산후조리원 퇴소 후인 약 생후 30일부터 80일까지가 가장 힘들었는데 그 이후부터는 할 만했습니다. 남편이 3개월가량 쉬면서 같이 집에서 아이들을 돌봤고, 100일 즈음부터 먹-놀-잠 패턴이 잡히며 통잠을 자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아는 것이 힘입니다. 여러분, 임신과 출산 전에 꼭 육아 관련 서적을 읽으십시오. 

Q. 모유수유는 어찌 하셨는지?

A. 산후조리원에서 ‘풋볼 자세’라고 하여 두 아이를 동시에 모유수유 하는 법을 알려주긴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워낙 술을 많이 마시고 살았고, 생활습관도 불규칙했습니다. 저는 제 몸을 믿을 수가 없었고 당연히 제 몸에서 나오는 모유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마침 아이들에게 황달도 온 터라 모유수유를 중지하고 내내 분유만 먹였습니다. 

Q. 분유수유가 쉽습니까, 모유수유가 쉽습니까?

A. 처음엔 분유가 쉽다고 생각했는데 지내다보니 모유수유가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유는 아이가 원할 때 언제든지 젖을 물릴 수 있습니다. 설거지 할 것도 없고, 물 온도 맞출 필요도 없고….

분유를 탈 때엔 분유 탈 물의 온도를 맞추고, 분유 양을 계산해서 넣고, 조유량에 맞춰 물을 넣고 뭉치지 않게 섞은 뒤 먹이고 트림 나올 때 까지 등 두드리고 젖병 닦고 말리고, 뒤 돌아서면 또 다시 분유 먹여야 하고…. 그때 쓴 수유일지 보면 어떻게 살았나 싶어요. 하루에 젖병 32개를 닦은 날도 있습디다. 

Q. 쌍둥이 산후우울증은 일반 산모보다 더 심하게 옵니까?

A. 우선 아이 낳고 우울감이 안 오는 엄마들이 지구상에 존재하는지 묻고 싶어요.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저는 지금도 스스로 감당이 어려운 우울감과 공포와 불안에 가끔 시달립니다.

미혼일 때처럼 자유롭게 외출을 못하고,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던 기본적인 생활이 충족되지 못해서 오는 우울감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갑자기 아이가 둘이나 생겼고, 이 아이들을 이 험한 세상에서 제대로 지켜낼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이 심했습니다.

심리상담을 받으려고 산후우울증 자가진단 문항을 받아보았는데 어쩐지 익숙했습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종종 심리테스트처럼 해보던 자가 우울증 진단 문항, 그리고 회사 건강검진 시 받아본 직장인 우울증 테스트 문항과 같았기 때문입니다.

‘나는 죽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라는 문항에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없다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그리고 그런 문항에 ‘그렇다’고 체크하면 ‘우울증 증세가 있으니 상담을 받아보세요’라는 결과가 나오는 건 당연한 것 아닐까요?

저는 어쩌다보니 먹고 사는 일이 바빠지고 애들도 하도 정신없이 굴어서 자연스럽게 그 우울감이 많이 해소됐다고 생각합니다만, 여전히 그 늪에서 허우적대는 엄마들이 많습니다. 산후우울증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건 아닌지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다음 편에 또 '투 머치' 한 ‘알쓸쌍팁’을 가져와 보겠습니다. 

* 칼럼니스트 전아름은 어쩌다 쌍둥이 엄마가 된, 서울 용산에 사는 30대 여성이다. 얼떨결에 유부녀가 됐지만 아이를 낳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결혼 전엔 이런저런 글을 쓰고, 이런저런 잡지를 만들며 일했다. 애로 시작해 애로 끝나는 하루, 밥으로 시작해 밥으로 끝나는 하루를 살고 있지만 나쁘지 않다. 가장 좋아하는 예능 프로그램은 god의 육아일기(2000~2001). 요즘 육아일기를 다시보며 육아를 공부하고 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