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기질은 아이의 강점, 있는 그대로 크게 두세요
아이의 기질은 아이의 강점, 있는 그대로 크게 두세요
  • 칼럼니스트 장성애
  • 승인 2019.03.20 1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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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질문공부] 아이가 세상에 맞추는 것이 아닌, 세상이 아이에게 맞출 수도 있답니다

제 연구소에는 제가 진행한 교육을 이수한 젊은 엄마아빠들이 종종 모입니다. 이들은 이곳에 모여 친해지고, 제 일을 도와주기도 하고, 공부도 합니다. 가끔 아이들을 데리고 오기도 합니다. 저는 이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제 연구실에 오는 것이 좋습니다. 

비슷한 또래의 어린 유아들을 둔 부모들이라 이들끼리는 공감대 형성이 잘됩니다. 게다가 부모들끼리도 나이가 비슷하다 보니 육아만이 아닌 서로의 관심사를 나누는 일도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저는 옆에서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하는 것을 듣는 재미를 쏠쏠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늘 교육을 담당하는 제가 이들의 대화에 끼어들면 괜스레 훈수를 두는 것이 되므로, 저는 그들이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동안 저는 그냥 제 일을 하며 가만히 듣고 있습니다. 교육 시간과는 다르게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뿐이지만, 그 과정에서 저는 개개인이 가진 각각의 색깔이 조화를 잘 이룬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자주 만나고, 자주 이야기를 듣다 보면 현재의 어려움과 고민도 알게 되고, 그들의 생각도 이해하게 되며 개개인의  놀라운 능력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을 안다는 것은 시간이 좀 걸리는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사람에 대해서 함부로 판단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저는 일정 횟수 이상 만나지 않고서는 그 사람에 대한 정보를 백지로 둡니다. 교육을 15회기동안 하더라도 상대방의 상세한 이야기를 듣지 않으면 그 사람을 아는 것이 아닙니다. 이를테면, 매우 활발한 사람이라도 교육장에서는 조용하게 시간을 보내기도 하거든요.

실제로 연구소에 자주 오는 분들을 보면 얼핏 내성적으로 보이지만 막상 친해지면 자신의 소신을 잘 드러내는 분이 있는가 하면, 호기심과 탐구심이 많아서 많은 분야의 일들을 전문 수준까지 공부한 분도 있습니다. 조용하지만 관심분야에는 명랑해지는 분이 있고, 또 이야기하다보니 지금껏 자신도 몰랐던 자신의 능력을 알게 됐다는 분도 있습니다. 

그 다름의 조화들이 모이면 연구소가 아름다운 꽃밭이 되는 기분이 듭니다. 각각의 빛깔과 향기가 다릅니다. 서로 존중하고 인정하는 속에서 행복함이 묻어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아이들의 기질을 이야기하려다가 부모님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부모님이나 아이나 이런 부분에선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에 먼저 언급을 해 보았습니다.

아이를 세상이 원하는 사람으로 만들려고 하지 마세요. 세상이 아이들에게 맞출 수도 있답니다. 아이를 가장 그 아이답게, 아이가 가진 특별한 기질을 잘 살려 키운다면 말입니다. ⓒ베이비뉴스
아이를 세상이 원하는 사람으로 만들려고 하지 마세요. 세상이 아이들에게 맞출 수도 있답니다. 아이를 가장 그 아이답게, 아이가 가진 특별한 기질을 잘 살려 키운다면 말입니다. ⓒ베이비뉴스

활발하거나 명랑하지 않은 사람을 억지로 활발한 토론회에서 발표를 시키면 어떻게 될까요? 혹은 전문적인 수준의 지식까지 갖춘 분께 그 분야의 기초적인 내용을 교육하면서 어떤 의견도 듣지 않고, 이야기를 할 기회조차 주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활발함이 넘치는 분을 무시하면 또 어떻게 될까요?

유아들을 키우는 부모들은 아이가 지나치게 내성적이어서, 혹은 지나치게 활발해서 걱정이라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조용하고 혼자 놀기 좋아하는 아이들을 활발하게 만들려고 활발함을 키우는 프로그램에 참여시키려 한다는군요. 반대로 활발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에게는 조용히 집중하는 법을 배우는 프로그램을 찾아보고 있다는 분의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어른들도 자신의 기질이나 취향에 맞지 않은 상황에 놓이면 매우 불편하잖아요. 그래서 먼저 주위를 탐색하고 자신의 상황에 적합한지를 먼저 살피게 되고요.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상황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성격이 조용한 아이의 부모는 ‘우리 아이가 친구를 많이 사귀었으면’ 하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그러나 저는 그 ‘욕구’를 버려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또 활발한 아이를 차분하고 조용하게 만드는 프로그램보다 활발한 아이 특유의 에너지를 마음껏 잘 쓸 수 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 아이에게 더 좋습니다. 자신이 가진 기질을 마음껏 잘 쓴다면 아이는 부족한 기질도 끄집어내어서 필요할 때 적절히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질’은 그 기질을 가진 아이들만의 고유한 재산입니다.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특별한 재능들입니다. 관계성이 폭넓다고 꼭 좋은 것만도, 그렇다고 나쁜 것만도 아닙니다. 관계가 넓지 않은 사람이라고 사회생활을 못 하는 것도 아닙니다. “나중에 너 잘되라고 그러는 거야”라며 아이를 세상이 원하는 사람으로 만들려고 하지 마세요. 세상이 아이들에게 맞출 수도 있답니다. 아이를 가장 그 아이답게, 아이가 가진 특별한 기질을 잘 살려 키운다면 말입니다.

창의적인 아이들은 자신이 가진 무기를 잘 쓰는 아이들입니다. 그것이 바로 기질이고 환경에 맞춰진 성격입니다. 우리 어른들에게도 억지로 기질과 성격에 맞지 않는 것을 강요하면 싫듯이,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아이들은 한 두 번 만나면 자신들의 색깔을 마음껏 뿜어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초등학생이 되면 그 빛깔을 서서히 잃어갑니다. 부모나 우리 사회가 아이를 억지로 ‘만들려’고 한 부작용이 여실히 보입니다. 그 아이다운 것이 아니라 왜곡된 아이가 드러납니다. 자신의 옷이 아닌 다른 사람의 옷을 입은 것처럼, 자신의 기질과 주변에서 강요당한 성격이 맞물렸기 때문에 아이는 자신의 본 모습을 회복하는데 조금 시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우리 어른들도 자연스러운 이야기가 시작되면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낼 수 있듯이, 아이들에게도 아이들 특유의 그 자연스러운 모습을 인정하고 지켜봐 준다면 어떨까요? 

*칼럼니스트 장성애는 경주의 아담한 한옥에 연구소를 마련해 교육에 몸담고 있는 현장 전문가이다. 전국적으로 부모교육과 교사연수 등 수많은 교육 현장에서 물음과 이야기의 전도사를 자청한다. 저서로는 「영재들의 비밀습관 하브루타」, 「질문과 이야기가 있는 행복한 교실」, 「엄마 질문공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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