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는 선진국 수준인데 왜 활용은…' 육아휴직의 괴리
'제도는 선진국 수준인데 왜 활용은…' 육아휴직의 괴리
  • 김재희 기자
  • 승인 2019.04.04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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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차 저출산·고령화 포럼, 육아휴직제도 사용 확산 논의 나눠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지난달 2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토론회 ‘육아휴직제도의 보편적 사용 확산을 위한 쟁점과 개편 방향’에서 전문가들은 육아휴직제도의 높은 수준에 공감하는 한편, 이용률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에도 뜻을 모았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육아휴직제도의 보편적 사용 확산을 위한 쟁점과 개편 방향’ 토론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한국의 육아휴직제도는 선진국 수준이지만, 현장에서 활용되지 않는 괴리가 큰 제도다.”

지난달 2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토론회 ‘육아휴직제도의 보편적 사용 확산을 위한 쟁점과 개편 방향’이 열렸다. 이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강민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육아휴직제도의 현재를 이같이 진단했다. 

육아휴직제도는 1988년 ‘남녀고용평등법’ 제정으로 도입됐다. 양육자에게 일정 기간 동안 자녀 양육을 위한 시간을 제공하면서 경력 유지를 보장하는 동시에 이들 제도는 일과 생활의 양립을 가능하도록 하는 사회적 지원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현재 육아휴직제도 범위에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가 있는 근로자가 최대 1년까지 신청할 수 있는 ‘육아휴직’과 더불어 육아기 근로단축제,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제가 들어간다. 

열다섯 번째 저출산·고령화 포럼으로 진행된 이번 토론회는 강 부연구위원과 함께 김은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육아휴직제도의 제도적 보완사항과 그에 따른 재원 조달방안을 발제했다. 

◇ “여성 근로자 육아휴직 복귀율 높이려면 육아 문제 해결부터”

문재인 정부 들어 육아휴직 급여 인상 등을 추진하며 제도 강화에 나섰고 남성 근로자의 육아휴직 사용률도 증가추세에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기업, 공공기관의 여성 근로자가 다수 사용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1월에 발표한 지난해 자료에 따르면 남성 육아휴직 사용 비율은 300인 이상 규모가 58.5%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10인 미만 기업의 비중은 9.9%에 불과하다. 

왜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할까. 강 부연구위원은 “기업들은 업무 공백을 감당할 수 없다는 대답을 한다”며 “근로자들은 동료들에게 업무가 옮겨가기 때문에 눈치가 보이고, 휴직급여의 낮은 소득대체율도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기업에 ‘육아휴직제도 활용하는 근로자가 있느냐’고 물어보면 ‘해당하는 근로자가 없다’고 하는 기업도 상당수”라며 “70% 정도가 결혼과 출산 전에 여성근로자가 퇴사하기 때문이라고 응답한다”고 덧붙였다.

육아휴직제도는 고용보험 안에서 고용보험료를 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며, 재원도 보험료에서 조달한다. 따라서 중소기업·남성·비정규직과 같은 고용보험 내 사각지대가 발생하면서, 자영업자·특수고용직·무급가족종사자 등 비임금근로자처럼 고용보험 바깥에 사각지대도 존재한다.

강 부연구위원은 “고용보험 내 사각지대를 푸는 게 우선”이라고 하면서도 “근로자성을 밝히기 어려운 사람들이 늘고 있어 이 부분을 어떻게 할지는 앞으로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외에도 강 부연구위원은 사후지급금 제도 유지 여부와 자동육아휴직제 도입 검토를 언급했다. 사후지급금제도는 육아휴직 후 복귀율과 고용유지율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 실제로 육아휴직 사용 후 복귀율은 높아지는 추세다. 

다만 이 추세가 사후지급금만의 효과인지는 의문을 제기했다. 많은 제도개선이 있었고 사회 분위기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강 부연구위원은 “복귀율을 높이는 게 중요한데, 육아휴직을 쓰고 복귀하지 못하는 사람은 육아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크다”며 보육서비스 인프라 구축과 복귀 이후 적응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동육아휴직제도는 일부 대기업이 도입했으며 관련 법안도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육아휴직 공백이 예상되기 때문에 업무조정과 같은 인력계획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남성근로자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연계하기 어렵다. 강 부연구위원은 남성 근로자의 육아휴직 활성화 방향에 역행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 고용보험에 속한 육아휴직제도, 건강보험·조세 전환 제안 나와

김은지 연구위원은 유럽국가들의 육아휴직 제도 변화 방향을 소개했다. 복지 수준이 높다고 일컬어지는 북유럽 국가들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간 연계가 분명하거나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는 특징을 가진다. 사회보험보다는 수당의 성격이 강하다. 

재원 조달 방식도 고용보험료로 운용하는 우리나라와 다르다. 일반조세나 통합사회보험기금, 건강보험으로 운용한다. 따라서 수혜 범위가 모든 양육자로 넓어지며,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양육자도 정액급여를 지급 받는다. 

노르웨이는 2017년부터 파트타임 근로자나 비취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제도를 신설했으며 이들은 일회성 급여를 지급받는다. 스웨덴의 경우, 통합사회보험기금에서 부모 휴가와 관련한 부분을 할당해 재원을 마련한다. 

육아휴직제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데, 고용보험 범위에 속한 사람들부터 진행해야 한다는 점에는 김 연구위원도 동의했다. 임시·일용직의 사회보험 지원, 자영업의 고용보험 자발적 가입 유도 등으로 제도 커버리지를 높이는 동시에, 육아휴직제도를 건강보험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한 조세로 전환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김 연구위원은 “모든 부모의 돌볼 권리를 보장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인경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과 류정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아동복지연구센터장, 정형옥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연구기획본부장, 이승윤 홍익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최성은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복지재정연구센터장 등이 토론을 맡아 두 연구자의 제안에 의견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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