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서울, 결국 '성평등' 이뤄져야"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서울, 결국 '성평등' 이뤄져야"
  • 이중삼·최규화 기자
  • 승인 2019.04.09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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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문미란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

【베이비뉴스 이중삼·최규화 기자】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 문미란 실장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여성가족정책실에서 만났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 문미란 실장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여성가족정책실에서 만났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종합적으로 말씀드리면 성평등한 일터에서 여성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고 자신들의 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서울시를 만들 수 있는 핵심적인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문미란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올해 최대의 키워드로 ‘성평등’을 꼽으며 이같이 말했다. 문 실장은 이화여대 법대를 졸업하고 한국여성재단 배분위원장, 참여성노동복지터 이사 등을 거쳤다. 15년간 여성·가족 분야의 다양한 정책참여 경험을 쌓은 그는 지난해 10월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으로 취임했다.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은 ▲저출생 대책 ▲보육 서비스 대책 ▲일·가족 양립을 위한 지원 ▲선진 다문화사회 기반 마련 등 여성과 가족복지를 위한 사무를 총괄하는 부서다. 이러한 막중한 업무를 하고 있는 여성가족정책실의 지휘자인 그가 궁극적으로 구상하고 있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서울시’는 어떤 모습일까?

어느덧 취임 후 반년이 지난 문 실장을 지난 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여성가족정책실에서 만났다. 아래는 일문일답이다.

Q.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으로 임명되신지 반년 정도 지났습니다. 소회부터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어느덧 정신을 차려보니 반년이 흘러 있었습니다.(웃음) 여성가족정책실은 업무가 넓고 다양합니다. 정책 하나하나가 시민들의 삶과 직결돼 있고 시민 체감도가 높은 업무들이 많습니다. 또한 돌봄과 성평등 같은 정책은 시대적 요구와 맞닿아 있는 정책이기 때문에 책임감도 막중하고 사명감도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Q.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98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저출생 문제, 어떻게 진단하고 있으십니까?

“그야말로 국가적 위기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국가소멸 사태가 벌어지겠다고 우려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전국 합계출산율은 0.98명이지만, 특히 서울시는 0.76명으로 전국 최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여성가족정책실의 성평등, 돌봄 등 모든 정책들이 결국은 저출산 정책과 맞물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아이를 가지면 그 뒤에 지원하는 정책들이 저출산 정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청년의 사랑에 투자하는 서울시’라는 제목으로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결국 청년 주거 지원, 보육 문제, 여성의 출산, 돌봄, 고용단절 등을 해소해나는 것이 저출산을 해결해나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 ‘출산율 전국 최저’ 서울… “청년의 사랑에 투자하는 정책으로 노력” 

문미란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육아 신문 베이비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최대의 키워드로 ‘성평등’을 꼽았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문미란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육아 신문 베이비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최대의 키워드로 ‘성평등’을 꼽았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Q.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서울시’를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하시는 과제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성평등한 일터에서 여성들이 마음껏 일을 할 수 있고 자신들의 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서울을 만들 수 있는 핵심적인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돌봄을 도움 받을 수 없는 여성들은 결국 지속적으로 일을 해나갈 수 없습니다. 또한, 육아휴직, 출산휴가 등 제도적 보장이 돼 있는데도 현장에서 마음껏 이용 못하는 환경, 이런 제도를 사용하고 돌아와서 인사상 불이익을 당하는 일들은 없어져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일·가정 양립이 현장에서 이뤄져야 하는 점입니다. 그리고 일하는 동안 부모들이 정말 걱정 없이 믿고 맡길 수 있는 돌봄시설이 잘 갖춰져야 합니다. 또 노동 현장의 성평등이 제대로 갖춰져야 결국에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서울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Q. 우리동네 키움센터 사업을 두고 일부 지역아동센터에서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돌봄 서비스 수요가 겹쳐 돌봄자원이 낭비될 것이라는 우려인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서울시내 초등학생이 42만 명입니다. 방과후 교실과 지역아동센터 돌봄 등을 포함해서 14% 정도가 돌봄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OECD 평균이 28.4%로, 매우 부족한 상황입니다. 2022년까지 400개소를 확충하면, 우리동네 키움센터와 지역아동센터가 함께 방과후 돌봄 수용의 30% 정도는 감당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지역아동센터가 해왔던 역할과 우리동네 키움센터의 역할 간에 중첩되는 부분이 있으니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지금 지역아동센터와 간담회를 통해 꾸준히 소통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상생 방안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Q. 지난달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서울시가 국내 최초로 ‘성평등 임금공시제’를 시행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제도가 민간까지 과연 확대될 수 있을까 의문이 드는데요?

“성평등 임금공시제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되는 정책입니다. 이미 독일, 스위스, 영국 등 유럽에서는 실시하고 있으며, 미국도 얼마 전에 하원을 통과했습니다. 성평등 임금공시제는 유사한 직급에 있는 근로자들의 임금 격차를 공시하시는 것으로, 궁극적인 목적은 임금격차를 줄여나가는 것입니다.

다만 현재는 민간업체에 강제할 수 있는 법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먼저 서울시 투자출연 기관들을 대상으로 우선 시작하려는 것입니다. 올해에는 투자출연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다는 일차적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그 다음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면 내년쯤에는 서울시와 같이 일하는 민간으로도 확대할 계획입니다.”

Q. 서울시 출생축하선물 지원사업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실시됩니다. 이 사업은 맘카페에서도 호평이 자자한데요, 출생축하선물 사업의 추진 배경이 궁금합니다.

“2017년 ‘함께서울 정책박람회’에서 나온 한 시민의 제안에서 시작해, 지난해 7월 공식 사업으로 채택했습니다. 지난해 3만 가정에 선물이 갔습니다. 지난해는 세 가지 패키지 선물을 제공해 선택의 폭이 좁았지만 올해는 51가지 선물을 선택하게 했습니다. 올해 시행 결과를 보고 내년에는 더 발전시켜나갈 예정입니다.”

◇ “여자들 아이 안 낳아서 나라 망해? 그렇게만 보면 해결 방법 없다”

문미란 실장은 우리나라 최초로 성평등 임금공시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문미란 실장은 우리나라 최초로 성평등 임금공시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Q. 좋은 정책을 추진하는 것도 좋지만, 그 과정에서 시민들과 소통하는 부분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고민을 갖고 계신가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출생축하용품 지원사업은 시민의 제안에서 시작됐습니다. 처음에는 만족스럽지 않았을지라도 추진과정에서 계속해서 시민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조금 더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협의체와 간담회를 하고 현장을 방문하는 등 시민들 뿐만 아니라 협의체 관계자 분들과도 소통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민들과 계속해서 소통을 강화해 정책만족도를 높여나갈 계획입니다.”

Q. 지자체가 정책을 펼치는 데 중앙정부와의 공조도 중요할 텐데요, 어떻게 해나갈 생각이신가요?

“현 정부 들어 정책적인 방향성이 서울시와 상당 부분 맞아서 공조가 잘되고 있습니다. 특히, 중앙정부고 지자체고 시민이나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따로 갈 이유가 있겠나 싶습니다. 현안이라고 인식하는 부분이 비슷하기 때문에 앞으로 더 적극적인 공조를 해나갈 예정입니다.”

Q. 모든 문제가 정책 서비스 개선으로만 해결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사회적 인식이 변화가 중요하다고 보는데, 가장 먼저 변화돼야 하는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여성 안전, 여성 고용단절, 돌봄이나 보육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은 성평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에 성평등 문화가 체계적으로 정착되면 저출산 문제, 여성 일자리 문제, 성별 임금격차 개선 등도 해결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가장 먼저 변화돼야 하는 것은 성평등 인식입니다.”

Q. 사회적으로 저출생 현상을 논하면서 ‘여자들이 아이를 안 낳아서 나라가 망한다’라는 식의 담론으로 여성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가 종종 목격됩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어떻게 보시는지 견해가 궁금합니다.

“(저출생) 문제를 그렇게만 본다면 해결 방법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깊게 구조적으로 문제를 봐야 해결 방법이 보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나라에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내가 하고 싶은 일도 하면서 행복하게 내 삶을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누구든 아이를 낳고 싶지 않겠습니까? 결국 우리 사회가 희망의 메시지를 줄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Q. 끝으로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 있다면 해주십시오.

“여성가족정책실은 여성만을 위한 정책만 추진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여성이 행복한 서울’을 위한 정책을 만들기보다는 ‘모든 시민들이 행복한 서울’을 위한 정책을 만드는 곳입니다.

예를 들어 '서울시 안심이' 애플리케이션의 경우 여성만 이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청소년, 남성들도 사용할 수 있는 앱입니다. 편의점 같은 곳에서 야간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혼자 집에 가야 하는 사람 등 누구나 이용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가 하는 정책들을 여성들만을 위한 정책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남성을 위해서도 추진하고 있다고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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