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책 읽을 때 '답정너' 질문은 하지 마세요
아이와 책 읽을 때 '답정너' 질문은 하지 마세요
  • 칼럼니스트 김경옥
  • 승인 2019.04.30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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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말] 아이에게 어떻게 책을 읽어주어야 할까?

한 엄마가 물었다.

"아이에게 책을 어떻게 읽어줘야 할까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러했다. 아이가 책에 대한 관심이 크지도 않을 뿐더러 책을 읽어준다고 하면 매번 같은 책만 가지고 온다고 한다. 게다가 매번 읽은 책의 내용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 100번은 읽어줬을 거예요. 그런데 내용을 기억 못해요. 건성으로 듣는 건지… 읽으면서 내용을 물어보면 하나도 대답을 못 해요."

그래서 내가 되물었다.

"책을 읽어줄 때 아이에게 뭘 물어보시는데요?"

◇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때 필요한 질문

"'곰돌이가 사과를 들고 뛰었어요.' 봐봐, 곰돌이가 사과를 들고 있지? 사과가 영어로 뭐지?"

"구름은 동물 친구들에게 뭐라고 했지? 저번에 엄마가 읽어줬는데, 기억나?"

명확한 답을 기대하며 묻는 질문은 아이든 어른이든 참 부담스럽다. 아이들은 알고 있다. 엄마가 나의 답을 얼마나 기다리고, 기대하고 있는지. 그 답을 정확히 알고 있다면 엄마의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말하고 싶어 안달이 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아이는 불편해진다. 질문을 못 들은 척하거나 엉뚱한 얘기로 널뛰기하며 그 순간을 회피해버리기도 한다.

책을 읽어주면서 우리 부모가 물어봐야 하는 것은 아이의 생각이나 의견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 내용을 얼마나 잘 기억하는지 확인하는 질문이 아닌, 다양한 상상을 이끄는 질문이어야 한다.

"구름이 멀리 가버렸네. 동물 친구들은 기분이 어땠을까, 괜찮을까?"

"비 오는 날 개구리가 뛰어다닌다. 개구리는 신이 날까?"

"무지개색 구름이다! 와, 이런 구름 보면 어떨까?"

"사과가 진짜 빨갛다. 여기는 초록색 사과네~. 어떤 사과가 더 맛있을까?"

답이 없는 질문들, 그래서 내가 무슨 답을 해도 괜찮은 질문을 해보면 어떨까. 정답을 맞혀야 하는 퀴즈가 아닌,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해볼 수 있는 질문 말이다.

◇ 아이의 답에 적극적으로 반응하자

아이의 생각이 좀 많이 엉뚱할 수 있다. 이치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내가 알고 있는 상식에서 한참 먼 얘기를 할 수도 있다.

"빨간 사과가 더 맛있어 보여? 아냐, 꼭 빨갛다고 다 맛있는 건 아니야."

"구름이 떠났는데 동물 친구들이 기뻐 보인다고? 아니지~ 친구가 떠나면 슬픈 거야. 봐봐 표정이 슬퍼 보이잖아."

굳이 모든 것을 '다큐'로 접근하지 말자.

"와~ 그렇게 생각해? 맞아, 그럴 수도 있겠다. 엄마는 그렇게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네 얘기를 들으니까 진짜 그런 것 같아."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단다.

아이와 '책 대화' 하는 시간 ⓒ김경옥
아이와 '책 대화' 하는 시간 ⓒ김경옥

◇ 질문에 대답이 없는 아이, 엄마가 대신 답해보면 어떨까

적절한 질문을 던진 것 같은데 아이가 답을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까. '얼른 답해봐. 네 생각은 어때?' 재촉할까, 아니면 '답하기 싫은가 보다' 하고 답을 듣는 것을 포기하고 넘어갈까. 모든 질문에 아이가 답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답하기 싫을 수도 있고, 무슨 답을 해야 할지 생각나지 않을 수도 있다. 질문을 하고 '충분히 기다려준 후' 그래도 답하지 못하면 부모가 먼저 생각을 표현해주는 것도 좋다.

"구름이 도망갔네, 남겨진 동물 친구들은 어떨까?"

"…."

아이가 충분히 생각하고 답할 수 있게 기다려준다. 그래도 답을 못하면 부모가 그 빈칸을 대신 채워보는 것이다.

"엄마 생각에는 슬플 것 같아. 함께 놀던 친구가 어딘가 떠난다는 것은 좀 슬픈 일인 것 같아."

나는 여기서 더 나아가, 예전에 친구랑 헤어지고 슬펐던 경험까지 얘기하기도 한다. 이 순간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할까. 무엇을 배우게 될까. 엄마와 하는 독서 시간이 무언가를 꼭 답하고 평가받는 부담스러운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또한 뭔지는 알겠는데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던 것을 엄마를 통해 자연스럽게 배우게 될 것이다.

◇ 책 읽기는 철저히 아이 주도로!

책을 읽을 시간이다. 엄마가 말한다. "책 읽자~" 엄마가 책 읽기를 결정했다. "책 읽자"가 아닌 "책 읽을까?"라는 말로 엄마가 제안하고 아이가 결정하게 하면 어떨까. 책을 고를 때에도 아이가 원하는 책을 읽어줄 수 있도록 한다.

"저희 아이는 1년 365일 같은 책만 읽어요. 그래서 아이에게 골라오게 할 수가 없어요."

그러면 아이가 원하는 책 한 권, 엄마가 읽어주고 싶은 책 한 권, 두 권을 고르면 된다. 책을 읽어줄 때에도 아이의 속도에 맞춰야 한다. 다 읽어주지 못했는데 아이가 다음 페이지로 넘기면 넘어가자. 어느 페이지에서는 유독 오래 머물러 있기도 한다. 그러면 그 페이지를 펴놓고 책 대화를 충분히 해도 좋다. 그림 구석구석을 같이 들여다보며 질문을 만들어 대화하자.

독서는 책 한 권을 골라 와 오롯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야만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책을 골라오는 과정도, 책을 펴놓고 그림을 감상하는 그 순간도, 페이지를 뒤적거리는 것도, 한 페이지에 오래 머물며 엄마랑 이야기하는 것도 모두 독서의 중요한 과정이다. 한 페이지만 보고 덮어도 괜찮다.

아이가 원하는 속도로 함께 독서할 수 있어야 한다. 엄마와 함께 책 읽는 것이 '싫지만 해야 하는 일'이 되지 않게 전적으로 아이가 주도할 수 있게 하자.

◇ 책에 흥미가 없는 아이, 부모가 먼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자

"우리 아이는 책을 아주 안 읽으려고 해요. 내가 미치겠어요. 어떻게 하면 읽게 할 수 있을까요?"

"부모님은 책을 읽으시나요?"

"네? 아뇨… 책 읽을 시간이 없어요. 솔직히 책을 좋아하지도 않고요."

더 답을 할 필요가 있을까. 아이들은, 아니 우리들은 많이 보는 것에 익숙해지고 익숙해진 것에 끌리게 된다. 부모가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보이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책과 가까워질 것이다. 책이 시험 때나 펼쳐보는 부담스러운 그 무엇은 아닐 것이다.

"책 읽을까?"

"아니-."

다섯 살 아들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답한다.

"그래? 알겠어~."

나는 아이의 책 중 하나를 골라 읽기 시작한다. 소리 내 읽기도 하고 눈으로 보면서 혼잣말을 하기도 한다.

"어머, 호랑이가 이렇게 할머니에게 갔구나~ 할머니 무서웠겠다. 송곳이 용감하게 도와줬네."

흥미롭게 책을 읽고 있는 엄마를 보고 아이는 쏜살같이 달려온다.

"나도 나도~! 나 읽어 줘."

아이는 엄마 무릎에 털썩 앉아 처음부터 차근차근 ‘자기에게' 다시 읽어주기를 원한다. '걸려들었어!' 나는 흐뭇한 미소를 띠며 첫 장을 펼친다.

나는 책 한 권 펼쳐보지 않으면서 우리 아이는 책을 잘 읽는, 심지어 그것을 좋아하는 아이가 됐으면 하고 바라는 것은 우리 스스로 생각해도 조금 민망하지 않은가.

*칼럼니스트 김경옥은 아나운서로, ‘육아는 엄마와 아이가 서로를 설득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는 ‘일하는 엄마, 육아하는 방송인’이다. 현재는 경인방송에서 ‘뮤직 인사이드 김경옥입니다’를 제작·진행하고 있다. 또한 ‘북라이크 홍보대사’로서 아이들의 말하기와 책읽기를 지도하는 일에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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