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삶에 부모는 '감독' 아닌 진심 어린 '관객'입니다
아이의 삶에 부모는 '감독' 아닌 진심 어린 '관객'입니다
  • 칼럼니스트 윤정원
  • 승인 2019.05.17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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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를 알고 하는 교육] 주인공이라 좋은데 싫고, 즐거운데 불안하다는 아이

Q. 저는 6세 여아와 3세 남아를 키우고 있는 엄마입니다. 6세 된 딸이 평소 똑똑하다는 말을 자주 듣고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편인데 주목받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부끄러워하고, 친구들과 사람들의 관심을 원하면서도 적절하게 표현하는 것이 어려워 감정적으로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부끄러우니 쳐다보지도 말라고 하는데, 딸아이는 지금 어떤 마음일까요? 자존심이 너무 강해서 그런 걸까요?

A.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은 얼마나 다양할까요? 아마도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까지 포함한다면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영역 이상이지 않을까 합니다. 화가 나면서 동시에 슬프고, 즐거운데 한편 불안한 감정은 누구나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습니다. 두 가지 이상의 감정이 동시에 느껴질 때 감정의 수용체인 몸과 마음은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즐거운데 불안한 감정이 느껴질 때,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서는 스스로 억제하려고 하거나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통합하고 적절히 표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통합'은 각각의 감정 모두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때 가능합니다.

먼저 자신의 중심 감정을 바로 세우는 것이 혼란스러운 감정의 질서를 잡는 데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즐거운데 불안해, 감정이 너무 복잡해서 뭐가 뭔지 모르겠어!”라는 상황은 중심과 부수적인 감정들이 정돈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즐거운 감정이 주인공이고 불안을 느끼는 감정은 조연입니다. 주연과 조연의 역할에 혼선이 없도록 하는 것은 감정의 감독인 자신입니다.

"엄마, 나 주인공이라 좋은데 싫고, 즐거운데 불안해." ⓒ베이비뉴스
"엄마, 나 주인공이라 좋은데 싫고, 즐거운데 불안해." ⓒ베이비뉴스

◇ 감정에는 나이가 없습니다

아이가 양가감정으로 인해 심리적 소모가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감정에는 나이가 없으므로 아이가 느끼는 감정들은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 복잡하고 힘들 수 있습니다. 언어적으로 표현이 충분하지 않은 아이라면 훨씬 더 내적 갈등이 많을 것으로 생각 됩니다.

감정에 있어 어른과 아이의 차이라면 축적된 경험뿐입니다. 위의 사례에서 부모는 아이가 부끄러워하는 마음과 쳐다보지 말라는 마음을 모두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합니다. 

먼저 부끄러운 마음은 사람들의 시선에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방증입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 아이와 충분히 대화해야 합니다. 아이의 특성을 고려해 생각해 보면, 주인공이 되고 싶은 욕구가 강한 아이가 어떤 경험으로 인해 타인들 앞에 나서기가 부끄러운 상황이 되어 시선을 받는 것이 힘들어진 것 같습니다.

만약 아이가 우는 모습을 친구들에게 보여줬다면 그 사실이 창피하여 타인이 자신을 보는 것을 싫어할 수 있고, 똑똑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면 부족한 자신을 보여주는 것도 불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스로 불만족스러운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우니 쳐다보지 말라는 것은 자존심에 강하다기보다는 자존심이 상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경험이 지속되면 자존심은 높고 자존감은 낮아질 수 있습니다.  

◇ 부모의 태도를 체크해 보세요

▲아이를 지나치게 주인공으로 만들고 있지 않으세요?

무대 위의 조명을 아이에게만 비추고 있다면 어떨까요. 때론 아이에게 조명 꺼진 어둠을 경험하게 해주세요. 지나친 관심은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합니다.

▲가족 구성원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지 살펴보세요.

아이가 중심인 가족 체계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부부가 우선이 되고 하위 체계로 아이가 위치하는 것이 가족의 위계질서와 안정을 위해 필요합니다.

▲아이 따라 움직이는 자동 센서처럼 아이만 바라보고 계신가요?

아이가 자유롭게 경험하고 심리적으로 독립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키워주세요. 심리적 분리란 아이가 유치원을 가거나 다른 공간에 있을 때는 아이 생각을 하지 않고 자신의 생활이 가능해야 합니다. 항상 아이를 생각하고 걱정하고 불안해한다면 부모의 분리불안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아이와 대화하는 방식이 상호적인지 살펴보세요.

일방적이거나 지시, 통제 혹은 지나친 허용을 하고 있진 않나요? 아이에게 일관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지 체크해 보시기 바랍니다.

◇ 주인공이 아니어도 괜찮음을 아이가 경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가 기질적으로 돋보이는 것을 좋아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더 섬세한 돌봄이 필요합니다. 가능하다면 아이에게 조연을 먼저 경험하게 하면 어떨까요? 대사가 한 마디도 없는 조연이라도 괜찮고,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아이가 경험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무대는 주연과 조연이 함께 꾸며가는 것이라고 배운다면 아이는 더 건강하고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부모님께는 아이가 감정적인 어려움을 스스로 극복해 갈 수 있도록 조력자의 역할, 안전한 울타리의 역할을 충분히 해주시기를 제안 드립니다. 또, 혹시 아이가 어쩔 수 없이 주인공의 역할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부모의 민감하고 섬세한 알아차림이 필요합니다. 

영국 정신분석가 도날드 위니캇은 아이를 성장시키는 좋은 환경 (양육자의 정성과 애정 어린 돌봄)에 대해 강조하고 'Good enough mother (충분히 좋은 엄마)'를 제시하면서 완벽한 엄마는 불가능하다는 의미로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충분히 잘하고 있습니다. 더 잘하고 더욱 완벽해지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과잉된 양육은 아닌지 숙고해보시기 바랍니다.

아이를 사랑하는 일, 잘 키우려고 관심을 쏟는 일은 아이의 삶에 대본을 대신 써주는 일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부모는 아이의 울타리이자 진심으로 지켜봐 주는 관객이어야 합니다.

*칼럼니스트 윤정원은 한양대 교육대학원 예술치료교육학 석사를 마친 후, 한양대 의과대학원 아동심리치료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현재 공감이 있는 공간 미술심리치료연구소를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한양아동가족센터 상담연구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사람과 예술을 경험하고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연구를 꾸준히 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인간의 이해에 기본이 될 수 있는 정신분석적 접근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오늘도 마음과 귀를 열고 듣고 담을 준비가 돼 있는 미술심리치료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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