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광화문 광장에 '사람'이 있다
아직 광화문 광장에 '사람'이 있다
  • 칼럼니스트 엄미야
  • 승인 2019.06.12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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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미야의 일하는 엄마의 눈으로]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 이제 시작이다

"…오늘 광장에 있으면서 경찰서에 두 번이나 갔어요. 생전 처음 진술서라는 걸 쓰고 왔어요. 광장에 있으면서 숱하게 폭행을 당하고, 모욕적인 말을 들어도 때로는 참고, 때로는 개인적으로 감당하기 벅차서 폭행진단서라는 것을 끊어 놓고도 고소라는 것을 하지 못했어요…(중략). 

더 이상은 못 참겠어요. 경찰들도, 애국당 무리들도! 계속해서 시비를 걸면 계속해서 고소를 할 것이고, 계속해서 (경찰이) 직무유기를 하고 우리한테만 참으라고 하면 계속해서 '개진상'을 떨 거예요.”

위의 글은 광화문 광장 '세월호지킴이' 김연지 씨의 SNS에서 가져온 글이다. 연지 씨는 2014년 '그 날' 이후 지금까지 광장에서 피켓을 든다. 초등학생인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일산에서 광화문까지 버스를 타고 와 피켓을 들고 있다가 아이 하교 시간에 맞춰 귀가하는 생활을 이어온 지 벌써 5년이다. 그런데 요즘은 아이 하교 시간을 잘 못 맞춘다. 매일 '시비'를 걸어오는 '태극기부대' 때문이다. 

아직 광화문에서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싸우는 이들이 있다. 2014년 4월 16일 이후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정권이 바뀌든 한결같이 그 자리에서 진실만을 요구해온 이들이다. 그런데 요즘 이들은 지옥 같은 날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이제 시작이다. ⓒ엄미야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이제 시작이다. ⓒ엄미야

광화문 광장에 설치돼 있던 '기억 및 안전 전시공간'이 지난 4월 12일 광화문 남측광장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문을 열었다. 그런데 대한애국당 당원들이 광화문 광장에 불법 천막을 설치했고 그 후로 크고 작은 충돌을 석 달째 이어오고 있다.

서울시는 대한애국당 측에 자진 철거를 명령했지만, 대한애국당은 광화문에서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히라고 피켓을 든, 그러니까 연지 씨 같은 시민과 유가족에게 조롱과 막말을 일삼으며 대못을 박고 있단다. 

연지 씨는 그래서 최근에 사비로 바디캠을 구입했다. 연지 씨 사정을 아는 '언니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주기도 했다. 연지 씨는 요즘 혹시라도 감정적으로 대응할까봐 광화문에 나서기 전 공원에서 산책하며 멘털을 관리하고, 허투루 보일까 싶어 옷 매무새도 더 가다듬고 집을 나선다고. 

이 글을 쓰기 위해 연지 씨와 통화를 했다. 수화기 너머 연지 씨의 목소리가 기죽지 않은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집과 아이밖에 모르던 연지 씨를 '투사'로 만든 것은 무엇이었을까?

"예전에는 이른바 '태극기부대'가 토요일에만 광장에 나왔어요. 그땐 유가족도 없었고, 일주일에 한 번 푸닥거리하는 것쯤이야 견딜 수 있었는데, 기억 공간이 이전한 이후에는 대한애국당에서 매일 시비를 걸어와요. 유가족에게 '시체팔이'라고 말하는데 도저히 두고 볼 수만은 없었어요."

유가족과 세월호지킴이의 요구는 이렇다. 강력한 권한을 갖고 세월호 참사를 수사할 수 있도록 '특별수사단'을 설치하라는 것이다.

퇴선 방송을 하지 않은 것이 승객들의 죽음과 관련이 있는지, 그게 몇 퍼센트인지를 따지는 재판이 아니라 현장에 출동한 해경 전원이 승객을 '일부러' 구조하지 않은 이유와 그 책임을 해경에는 물론, 해수부, 청와대, 국정원, 기무사에 묻고 벌하는 재판을 해달라는 것이자,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침몰 원인을 밝혀달라는 것이다. 연지 씨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세월호가 침몰한 원인이 밝혀졌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아직 내부적 결함에 의한 침몰인지 외력에 의한 침몰인지도 밝혀지지 않았어요. 네덜란드에서 실험한 결과 세월호는 내부적 요인으론 절대 침몰할 수 없는 배라고 했어요. 그래서 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해서 구조를 방기한 책임뿐만 아니라 그 침몰 원인 또한 밝혀야 한다는 거예요."

연지 씨를 보며 사안에 온몸으로 맞선 시민은 그 누구보다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광장에 남아 있는 많은 '연지 씨'의 끈질김에 나는 부끄러움을 느낀다. 연지 씨의 손을 꼭 잡고 싶었다. 그러면 내가 느끼는 부끄러움이 조금이나마 사라지지 않을까. 

아직, 광화문에 사람이 있다. 그들에게 다시 손을 내밀어야 할 때인 것 같다. 

*칼럼니스트 엄미야는 초등학교 5학년, 중학교 2학년 두 딸의 엄마다. 노동조합 활동가이자, 노동자 남편의 아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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