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외국인 아동 출생등록의 사각지대를 메울 때
[이주배경아동, 함께 키워요] 8. 전민경 사단법인 온율 변호사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은 우리 사회에서 성장하는 모든 아이들이 차별 없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이주배경아동, 함께 키워요’ 연속 기고를 마련했습니다. 이번 연재는 언어·문화 장벽과 불안정한 법적 지위로 인해 여전히 교육과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배경아동들의 실태를 조명하고 제도적 개선 방향을 모색합니다. 모든 아동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포용적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공감과 연대의 마음이 확산되길 바랍니다. - 편집자 말
시민사회와 당사자들의 오랜 염원이었던 출생통보제가 2024년 7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이 출생증명서 정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거쳐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전송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족관계등록부 작성과 주민등록번호 부여가 이뤄지도록 한 제도다. 그러나 현행 가족관계등록법과 출생통보제의 적용 대상은 원칙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으로 한정되어 있어 한국에서 태어난 외국인 부모의 아동은 이 대상에서 제외된다. 같은 의료기관에서 같은 시기에 태어나더라도, 외국인 아동은 공적 출생등록 체계에 자동으로 연결되지 않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하는 것이다. 즉, 부모의 국적이나 법적 지위와 관계없이 모든 아동이 출생등록이 돼야 한다는 ‘보편적 출생등록제’는 아직 요원하다는 이야기다.
각종 조사에 따르면 한국 사회에는 상당수의 미등록 이주아동이 존재하며, 출생 미등록 외국인 아동이 전체 출생 미등록 아동의 다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들은 병원 진료와 예방접종, 학교 입학, 모바일 본인인증 등 일상에서 주민등록번호나 외국인등록번호가 없다는 이유로 반복적인 제약을 경험한다.
법적으로는 초·중등 의무교육이 보장돼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주민등록번호 입력을 전제로 설계된 행정 시스템으로 인해 취학 연령의 아동이 아예 확인되지 않거나, 확인되더라도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입학 여부가 결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결국 부모가 적극적으로 교육을 요청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면, 아동은 그대로 교육 기회에서 배제될 위험에 놓이게 된다. 더욱이 부모가 난민신청자이거나 체류기간이 만료된 상태인 경우에는, 출생 사실을 행정기관에 알리는 행위 자체가 단속이나 강제퇴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의료기관 이용이나 신고를 회피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나아가 일부 국가의 경우, 국내 체류기간이 남아 있는 여성이라 하더라도 미혼 상태에서 출산 할 경우 아이의 부친에 대한 신분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출생등록이 거부되기도 한다. 이러한 여러 과정 속에서 출생등록 되지 못한 아동이 발생하고, 그 존재는 국가의 어떤 장부에도 남지 않게 된다. 결국 학대와 방임, 안전사고, 범죄 피해 상황에서도 공적 보호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보이지 않는 상태’로 방치될 위험이 커진다.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은 국적과 체류자격에 관계없이 ‘한국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의 출생 사실을 등록할 수 있도록 하는 보편적 출생등록제 도입을 지속적으로 제안해 왔다. 제21대 국회에 이어 제22대 국회에서도 체류자격이 없는 이주아동까지 출생신고 대상에 포함하는 법안이 발의됐으며 세부 내용에는 차이가 있지만 출생등록을 통해 먼저 아동의 존재를 공적으로 확인하고 체류 관리 문제는 별도 절차에서 논의하자는 방향성에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유엔 아동권리협약 제7조는 모든 아동이 출생 직후 등록될 권리와 이름과 국적을 가질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이는 부모의 국적이나 체류자격과 무관한 보편적 기본권이다. 우리 헌법재판소 역시 출생등록을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 아동의 최선의 이익과 연결되는 기본권으로 바라본 바 있다.
이제 외국인 아동 역시 공적 체계에서 ‘보이게’ 해야 한다. 더 이상 이들이 ‘있는데 없는 아이들’로 남아서는 안 된다. 최소한 한국에서 태어난 아동만큼은 체류자격과 무관하게 한국의 공적 장부에 기록돼야 한다. 이것이 국회 논의를 보다 속도감 있게 진행해야 하는 이유다. 외국인 아동의 출생등록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출생등록 그 자체를 국적이나 체류자격과 분리해 아동의 기본권으로 명확히 인식하고, 출생신고가 단속이나 퇴거로 직결되지 않도록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가족관계등록법, 출입국관리법, 난민법 등 기존 제도와의 정합성을 검토하고, 지방자치단체·학교·의료기관의 역할과 재정·행정 여건, 개인정보 보호 원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편적 출생등록제가 실제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의료기관과 보건소, 학교와 어린이집 등 일선 현장에서 이주배경 부모에게 출생등록 관련 정보를 다국어로 안내하고, 필요할 경우 지자체와 민간단체가 연계해 지원할 수 있는 협력 모델도 강화해야 한다. 현장에서 마주하는 개별 사례를 세심하게 기록하고 지원해, 단 한 명의 아동도 출생등록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출생등록은 아동이 교육·보건·복지 등 기본 제도에 접근하기 위한 최소한의 출발점이다. 이제는 “아이의 권리가 우선”이라는 사회적 합의를 구체적인 제도 개선으로 연결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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