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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출산아동, 치료가 가정으로 가는 길이 늦어지지 않도록

[보호출산, 가정의 품으로] 9. 서인숙 위탁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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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은 태어난 아동이 가정의 따뜻한 보호 속에서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보호출산아동, 가정의 품으로’ 연속 기고를 마련했습니다. 이번 연재는 다수의 보호출산아동이 시설로 보내지고 있는 현실을 조명하고, 원가정 보호와 가정위탁 등 가정형 보호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합니다. 모든 아동이 가정의 품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감과 지지가 확산되길 바랍니다. - 편집자 말

서인숙 위탁모가 연우(가명)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 ⓒ초록우산
서인숙 위탁모가 연우(가명)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 ⓒ초록우산

갓 돌이 지난 연우(가명)는 ‘보호출산제’를 통해 태어나 우리 가정에 찾아온 아이다. 긴급 수술로 태어난 연우는 처음 만났을 때, 세심한 돌봄과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다. 몸은 한쪽으로 기울어 뻣뻣하게 굳어 있었고, 안아주려 다가가면 온몸에 힘을 주며 뒤로 젖히고 예민하게 울음을 터뜨리곤 했다. 우리는 치료를 이어가기 위해 주변 발달센터를 알아봤지만, 어린 영아의 발달 상태를 평가하고 치료할 수 있는 기관을 찾기 어려웠다. 결국 연우는 치료사가 있는 일시보호시설에서 감각통합치료를 받았으며 다시 가정으로 오기까지 무려 6개월이란 시간을 시설에서 머물러야 했다. 위탁가정에서 돌볼 준비가 되어 있어도 필요한 치료를 이어갈 지역사회 의료기관과 연계되지 못한다면, 아이가 시설에 오래 머물 수밖에 없는 현실을 체감한 시간이었다.

연우와 같은 보호출산아동이 겪는 어려움이 이뿐일까. 그렇지 않다. 보호출산아동을 양육하는 많은 위탁가정들은 진료에 필요한 의료정보가 충분히 공유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다. 산모의 신원과 정보를 보호하는 제도의 특성상 아이의 유전적 질환이나 산전 건강상태, 출산 당시 특이사항 등이 위탁가정과 의료기관에 곧바로 전달되지 않는다. 출생 직후 예정된 진료가 있더라도 정보가 제대로 연계되지 않아 위탁부모가 처음부터 다시 진료 예약과 수속을 밟아야 하는 일도 생긴다. 충분한 의료정보 없이 아이를 맡은 위탁부모와 의료진은 건강에 이상이 발견되면 원인을 찾기 위해 검사와 진료 과정을 다시 거쳐야 한다. 이러한 의료정보의 공백은 치료가 필요한 아동에 대한 적절한 의료적 개입을 지연시킬 수 있다.

아동의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이 아닌 위탁부모의 지위 역시 연우와 같은 보호출산아동을 양육하는 데 있어 또 다른 어려움이 된다. 아이의 상태를 가장 가까이에서 살피는 양육자임에도 치료에 필요한 의료적 의사결정을 제때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행히 2026년 5월부터 위탁부모에게 일정한 의료적 대리권한을 부여하는 ‘임시 후견인 제도’가 시행되면서 이러한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러나 임시 후견인의 권한은 1년간 한시적으로 부여되고, 기간 연장도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 등 예외적인 경우로 제한된다. 권한의 범위 역시 진료 예약과 검사 동의, 수술 및 입원 절차 등으로 제한돼 있어 모든 의료적 의사결정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의료 현장에서도 위탁부모의 지위와 임시 후견인 제도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아 매번 이를 설명하거나 관련 증명서를 요구받는 등 여전히 불편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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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연우와 같은 보호출산아동이 가정형 보호 안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우선, 치료받을 기관을 찾지 못해 아이가 가정으로 가는 시기가 늦어지지 않도록 전담 의료 연계망을 구축해야 한다. 위탁가정과 치료기관을 신속하게 연결해 아이가 가정에서도 필요한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보호출산아동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된 필수 의료정보를 안전하게 공유할 수 있는 통합시스템도 마련돼야 한다. 산모의 익명성과 개인정보는 철저히 보호하되, 아동의 유전적 질환이나 산전 건강상태, 출산 당시 특이사항 등 치료에 필요한 정보만큼은 위탁가정과 의료기관에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위탁부모가 아이의 치료에 필요한 의료적 의사결정을 제때 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권한을 보장해야 한다. 임시 후견인 제도의 시행은 중요한 진전이지만,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 등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아동의 보호가 지속되는 동안에는 후견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치료, 장애 판정 및 재활서비스 연계와 같이 현행 임시 후견인의 권한만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의료적 사안에 대해서도 위탁부모가 적시에 대응할 수 있도록 권한의 범위를 확대할 필요도 있다. 의료 현장에서도 위탁부모의 지위와 권한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 불필요한 혼선을 줄여준다면 좋겠다.

이제는 건강해진 연우가 두 다리에 힘을 주고 씩씩하게 온 집안을 누비며 청량한 웃음을 터뜨릴 때면, 지난 시간이 떠올라 마음 한편이 뭉클해진다. 연우의 성장이 특별한 사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치료가 필요한 보호출산아동도 시설이 아닌 가정 안에서, 필요한 치료와 돌봄을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 어렵게 세상의 빛을 본 아이가 가정형 보호 아래 안정적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이제 우리 사회가 관심과 제도 개선 노력을 기울여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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