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소장섭 기자】

난민 아동 10명 중 4명 이상이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초등교육에서 중등교육으로 진학하는 과정에서 교육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2일 연례 교육 보고서 ‘미래로 가는 길: 교육, 기회와 자립(Pathways to the Future: Education, Opportunity and Self-Reliance)’을 통해 전 세계 학령기 난민 아동 1310만 명 가운데 44%인 580만 명이 2025년 학교에 다니지 못했다고 밝혔다.
유엔난민기구는 인도주의 및 개발 재원이 크게 감소하면서 수백만 명의 난민 아동이 추가로 교육 기회를 잃고, 그동안 국제사회가 난민 교육에 투자해 이룬 성과도 후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바르함 살리 유엔난민기구 최고대표는 “교육은 보호이자 기회와 자립으로 가는 길”이라며 “인도주의 및 개발 재정이 심각한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교육 예산이 줄어들면 수십 년간 국제사회가 함께 투자해 이룬 성과가 후퇴하고 한 세대의 젊은이들이 미래를 위한 기회를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초등교육 취학률 65%에서 중등교육 32%로 뚝
난민 아동에게 초등학교에서 중등학교로 진학하는 과정은 여전히 가장 큰 교육 장벽 가운데 하나로 나타났다.
2025년 기준 초등학교 학령기 난민 아동의 초등교육 취학률은 65%였지만 중등교육 취학률은 32%에 그쳤다. 초등교육을 받는 난민 아동 가운데 상당수가 중등교육으로 진학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난민 여아의 교육 격차가 중등교육 단계에서 더욱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교육 단계에서는 여아와 남아의 취학률이 대체로 비슷하지만, 중등교육에 진입하면서 격차가 벌어졌다.
빈곤과 보호 위험, 조혼 등의 요인이 난민 여아의 학업 지속을 어렵게 만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 고등교육 취학률은 역대 최고 11%…45만 명 처음 넘어
고등교육에서는 지속적인 투자가 교육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는 성과도 확인됐다.
2025년 난민의 고등교육 취학률은 11%로 전년도 9%보다 2%포인트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등교육 과정에 등록한 난민도 처음으로 45만 명을 넘어섰다.
유엔난민기구와 파트너들은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2030년까지 난민의 고등교육 취학률을 15%까지 높인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대학 진학 기회 확대와 함께 직업교육, 온라인 및 연계 학습, 장학금, 제3국 교육 기회 등 다양한 교육 경로를 확대하고 있다.
고등교육은 특히 난민 여성과 여아에게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 전문 기술과 자격을 갖추고 취업 기회를 넓히는 것은 물론 장기적인 경제적 자립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난민과 해당 국가 국민 사이의 고등교육 접근성 격차는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조사 대상 국가의 80% 이상에서 난민의 고등교육 취학률이 해당 국가 국민의 평균보다 낮았다. 특히 저소득 및 분쟁 영향 국가에서는 난민의 고등교육 취학률이 2%에 그친 반면 해당 국가 국민의 취학률은 13%로 나타났다.
◇ 한국에서도 난민 학생 고등교육 기회 확대
우리나라에서도 난민의 고등교육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제도적 진전이 있었다.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는 올해 1월 교육부·법무부와 ‘학생난민 장학생’ 지원을 위한 3자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정부 초청 외국인 장학사업(Global Korea Scholarship·GKS)에 난민 전형이 신설됐다.
난민 전형은 유엔난민기구가 추천하는 학생난민을 매년 최대 5명 선발해 국내 고등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는 대한민국이 2023년 글로벌 난민 포럼에서 약속한 학생난민 프로그램 운영 공약을 구체화한 것으로, 교육을 통한 난민의 자립과 역량 강화, 장기적인 사회통합을 지원하는 경로로 마련됐다.
◇ “난민 교육 투자는 지역사회 교육 시스템 강화하는 투자”
유엔난민기구는 난민 교육에 대한 투자가 난민 아동만을 위한 지원에 그치지 않고 난민을 받아들이는 지역사회의 교육 시스템을 강화하는 투자라고 강조했다.
난민 아동이 지역사회 아동들과 같은 학교에서 교육받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충분한 교사와 교실, 학습 자료, 재정 지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유엔난민기구는 국제사회와 개발 파트너들에게 난민 교육을 위한 재정 지원을 유지하고 난민 보호국의 국가 교육 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것을 촉구했다.
살리 최고대표는 “우리의 목표는 단순히 아이들이 교실에 계속 머물도록 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며 “강제실향이라는 경험이 한 아이의 삶에서 가능한 미래의 범위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교육받을 기회를 가진 아이는 내일 스스로 삶을 꾸리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된다”며 “우리의 책임은 모든 아이에게 그러한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유엔난민기구(UNHCR)는 전쟁, 박해, 재난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전 세계 난민의 생명을 구하고 그들의 권리를 지키는 유엔(UN) 기구다. 1950년 유엔 총회 결의로 설립한 이래 전 세계 130여 개국 현장에서 긴급구호 및 강제실향민 보호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러한 인도주의적 공로를 인정받아 두 차례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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