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경찰관은 모두 남자? 성차별 맞습니다
소방관 ·경찰관은 모두 남자? 성차별 맞습니다
  • 김재희 최규화 기자
  • 승인 2017.11.29 17: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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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전문가와 함께 살펴본 영유아 학습지 속 성차별

【베이비뉴스 김재희 최규화 기자】

지난 21일에 이어, 성역할 고정관념이 있다고 지적한 영유아 학습지 13종을 전문가와 함께 다시 살펴봤다. 김재희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21일에 이어, 성역할 고정관념이 있다고 지적한 영유아 학습지 13종을 전문가와 함께 다시 살펴봤다. 김재희 기자 ⓒ베이비뉴스

 

“이 학습지는 방송 프로그램도 못 따라가는 거예요. 요즘 방송에서도 경찰관 묘사할 때 절반 이상은 아니지만 그래도 꼭 여성 경찰관들이 보이던데….”

 

영유아 학습지에 편향적인 성별 묘사가 눈에 띌 때마다 김정원 한국성서대학교 영유아보육학과 교수는 안타까운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영유아 학습지는 첫 공부를 돕는 도구다. 아이들에게 영향을 크게 미치기 때문에 세심하게 만들어져야 한다. 김 교수는 “어른들은 아이들이 성역할 표현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크게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베이비뉴스는 지난 21일 서울 시내 대형 서점에서 판매 중인 8개 출판사 영유아 학습지 13종의 성별 묘사를 분석해 보도했다. (연관 기사 : '아빠는 돈 벌고 엄마는 놀러다니고'…영유아 학습지 속 성차별) 이 기사에서 부모 역할 표현, 놀이 상황 묘사, 직업 묘사 등에 성역할에 따른 차별적 묘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에는 영유아 성평등 교육 전문가인 김 교수를 직접 만나 한 시간에 걸쳐 영유아 학습지 13종을 다시 살펴봤다.

 

김 교수는 소방관이나 경찰관, 의사 등 아이들에게 인기 높은 직업에 여성 모델이 전혀 없다는 점에 크게 우려했다. 여자 아이들은 ‘소방관은 하면 안 되는 직업’이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도 아이들이 누려야 할 권리”라며 “그걸 어른들이 제한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아빠와 아들들이 그려진 H 출판사 ㄹ 학습지 삽화. 김정원 교수는 아빠는 딸과, 엄마는 아들과 그리는 등의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재희 기자 ⓒ베이비뉴스
아빠와 아들들이 그려진 H 출판사 ㄹ 학습지 삽화. 김정원 교수는 아빠는 딸과, 엄마는 아들과 그리는 등의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재희 기자 ⓒ베이비뉴스

 

 

영유아는 학습과정에서 성역할에 따른 고정관념을 많이 만난다. 그래서 교수상황에서도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한 장면에서 성별을 고르게 나타낼 것을 제안했다. 엄마는 아들과, 아빠는 딸과 함께하는 장면을 그린다거나,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다룰 때도 남녀 아동이 비슷한 비율로 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놀이상황 묘사에 아이들의 학업성취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몇몇 학습지에서는 남자아이들만 모래놀이나 쌓기놀이를 한다고 묘사했다. 만약 아이들이 학습지에서 공간을 만드는 놀이를 ‘남자놀이’로 인식하면, 남자 아이들이 관련한 경험을 많이 가지게 된다.

 

 

A 출판사의 누리과정 학습지 삽화. 김정원 교수는 성별에 따라 놀이가 구분되면 관련한 경험에 차이가 생기고 학업성취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베이비뉴스
A 출판사의 누리과정 학습지 삽화. 김정원 교수는 성별에 따라 놀이가 구분되면 관련한 경험에 차이가 생기고 학업성취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베이비뉴스

 

김 교수는 자연히 공간지각력을 포함하는 IQ 수치도 남자 아이들이 높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여러 삽화에서 책을 읽는 상황이 남자 아이에게 주어진다는 점을 발견했는데, ‘공부는 남자가 하는 일’이라는 개념을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성별 구분만 해도 아이들은 성역할 고정관념을 배운다

 

김 교수는 영유아교사를 위한 성평등 교육을 2년째 하고 있다. 예비·현직 영유아교사 대상으로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이 영유아가 보육현장에서 성역할 고정관념을 학습하지 않게 하고, 성불평등한 사회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교육을 마련했다.

 

김 교수는 “성평등 교육은 유아교육의 한 분야”라고 설명했다. 아이들이 자신을 인식하는 다양한 특성, 가치, 태도 등을 자아개념이라고 한다. 자아개념 형성에는 자신의 성역할을 인지하는 과정도 있다. 김 교수는 1세 이전부터 ‘내가 남자다’와 같은 감이 생기기 시작한다고 했다.

 

“만 1세, 2세된 아이들이 무슨 편견이 있을까 할 거예요. 제가 있던 어린이집 만 2세반에서 발달특성에 맞춰 진로와 관련한 수업을 했어요. 어떤 남자애가 ‘요리사가 되고 싶다’고 했더니 옆에 있는 여자아이가 ‘남자는 요리사 하는 거 아냐’라고 대답했어요. 확신에 차서 말하면 옆에 다 전염되는 거 아시죠? 옆에 있던 애들도 그 아이한테 요리사 하면 안 된다고 하고. 그래서 다 울고불고 해서 시간이 굉장히 많이 걸렸어요.”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영유아교사를 대상으로 성평등 교육을 진행한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영유아교사를 대상으로 성평등 교육을 진행한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90분가량 진행하는 교육은 생물학적·사회학적인 성, 성역할 고정관념, 성평등과 같은 기본 개념부터 교육 현장에서 나타나는 성차별적 환경구성 예시, 교재와 교구에서 나타난 고정관념 등을 다루고 있다. 성평등한 영유아보육·교육 실천, 그리고 부모와 교사의 성평등한 상호작용 등 교사의 결정이 필요한 상황을 제시하고 이를 성평등한 지도로 이어지게 돕는다.

 

특히 요즘은 성역할과 그에 따른 고정관념에도 아이들은 일찍 눈을 뜬다고 김 교수는 말했다. 미국에서 2주동안 진행된 실험은 영유아 시기 아동들에게 성역할과 성구분에 세심한 지도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실험에서 교사는 한 반에 속한 유아들에게 ‘남자 친구들’, ‘여자 친구들’과 같은 성별 단어를 사용하고, 같은 성별끼리 모이게 했다. 짧은 실험기간 동안에도 아이들은 성별에 차이가 있다고 느끼고 전통적인 성별 구분에 따른 놀이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교수는 “아이들은 예민하게 성차별을 느끼고, 이를 자신의 성역할에 반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가 태어날 때 부모의 반응에서부터 성역할을 배운다고 하는 연구도 있다”고 덧붙였다.

 

◇ “성역할 고정관념에 따른 표현, 사회 변화 담지 못한 것”

 

영유아 학습지에 나타난 성차별적인 묘사를 “어린이집에 오는 아이들 삶과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어린이집 영아반이나 종일반에 다니는 아이들은 부모 모두가 직장에 다니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은 아침에 부모가 출근하는 모습을 보고 어린이집에 와서는 ‘아빠는 직장에 일하러 가고, 엄마는 아빠를 배웅한다’는 내용의 노래를 부른다. 전통적인 성역할 표현은 현대 사회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I 출판사 누리과정 학습지 삽화. 붙임 딱지를 통해 아이들은 아빠와 엄마의 성역할에 옳고 그름이 있다는 점을 학습한다. ⓒ베이비뉴스
I 출판사 누리과정 학습지 삽화. 붙임 딱지를 통해 아이들은 아빠와 엄마의 성역할에 옳고 그름이 있다는 점을 학습한다. ⓒ베이비뉴스

 

 

김 교수는 부모 역할을 묘사하고 그 아래 스티커를 붙이라고 지시한  I 출판사 누리과정 학습지 삽화를 지적했다. “알맞은 붙임 딱지가 있다는 건 맞고 틀리고가 있다는 뜻”이라며 “엄마는 꼭 구두를 신은 모습이어야 하고, 아빠는 꼭 가방을 들고 넥타이를 맨 복장을 해야 한다는 점을 학습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성별에 따른 구분은 있을 수 있지만 차별은 안된다”고 강조했다. “생물학적인 차이는 있지만, 그걸로 인해서 권리나 기회, 역할, 선택의 여지 등이 차별을 받는 건 안된다”고 재차 설명했다. 분홍색을 좋아하고 치마를 입고 다니고 싶다고 해서 선생님이나 부모를 곤란하게 만드는 남자 아이가 있다면 막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여러 경험을 해보고 다른 성별을 가진 사람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은 중요하다. 김 교수는 “영유아 시기에는 성별에 따른 자아가 뚜렷하게 정립될 시기가 아니라 과정이다.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하는 건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성차별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여성만을 위한 것은 아니에요. 남성과 여성 모두가 행복하게 잘 살기 위한 일이에요. 내가 아닌 다른 성의 역할이나 입장을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도 우리 교육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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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12-05 10:58:55
한국 군인은 모두 남자? 성차별 맞습니다 노르웨이처럼 여자도 징병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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