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예쁘고, 남자는 힘이 세?" 동요 '상어가족'도 못 피해간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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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희 기자
  • 승인 2017.12.23 08:25
  •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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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성역할 고정관념 없는 아이교육,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영유아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보육교사. 서울시는 보육교사의 성평등 의식 함양을 위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제공
영유아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보육교사. 서울시는 보육교사의 성평등 의식 함양을 위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제공

“남자아이들도 핑크색 옷 많이 입고 놀아요. 드레스도 입고요. 아이들이 선택하고 입으면 제가 사진 찍어서 엄마들한테 보내줘요. 엄마들이 너무 웃기다고 해요. 저는 ‘너무 예쁘지 않냐’고 물어요. 아이들이 얼마나 입어보고 싶겠어요. 평소에 좋아하는 색깔 고르라고 하면 남자들도 핑크색과 빨간색을 골라요.” 

영유아 교사를 위한 성평등 교육에 참여한 채송화 구립채송화어린이집 원장은 “애들은 그런 거 거리낌 없다”고 말했다. 취향이나 선호가 성별에 따라가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베이비뉴스는 지난달 21일 '아빠는 돈벌고 엄마는 놀러다니고' 영유아 학습지 성차별 제하의 기사를 통해 영유아 학습지 속 성차별적 표현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짚어봤다. 지난달 29일 ‘소방관 ·경찰관은 모두 남자? 성차별 맞습니다’ 제하의 기사에서는 영유아 교육현장에도 성차별적 요인이 있다는 사실을 전문가를 통해 확인했다.

그렇다면 아이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할까? 서울시에서 ‘성평등 희망도시 서울 실현’이라는 목표 아래, 영유아 교사를 대상으로 성평등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그 해답을 찾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지난 12일 서울 양천구육아종합지원센터에선 ‘영유아 교사를 위한 성평등 교육’이 진행됐다. 추운 날씨에도 교육에 참석하기 위해 사람들이 자리를 빼곡히 채웠다. 교육은 양천구에 위치한 어린이집 현직 교사와 원장 43명을 대상으로 90분간 진행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보육서비스지원센터가 기획한 성평등 교육은 2015년부터 진행되고 있는데, 올해는 5차례 걸쳐 예비·현직 보육교사 194명이 들었다. 

강의는 김정원 한국성서대 영유아보육학과 교수가 맡았다. 김 교수는 강의에 걸쳐 수강생에게 질문을 자주 던졌다. 답이 즉각 나오는 질문도 있는가 하면, 답을 쉽게 하지 못하게 만드는 질문도 있었다.

“영유아 교사가 성(性)이나 젠더나 성역할 고정관념과 관련해서 생각해봐야 하는 이유는 뭘까요?”

◇ 영유아 교사는 아이 평생 좌우…성평등 교육에 더 신경써야

김 교수는 최근 언론과 SNS에서 회자가 됐던 이야기들을 꺼냈다. 성역할 고정관념이나, 여성에 대한 편견에 대한 이야기다. 사회에서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얘기다. 출산 휴가를 받고 돌아온 여성 회사원에게는 “둘째는 안 가질 거지?”라고 하지만, 남성 회사원에게는 “둘째 빨리 낳아야지”라고 하는 상사. 상사의 말에는 ‘우리 사무실 여성 직원은 첫째도 안 가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담겨 있는 셈이다. 

과거에 비해서 나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우리 사회가 성평등 사회라 보기 어렵다. 김 교수는 “지금보다 훨씬 나아지기를 바라고 있으니까, 선생님들도 관심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이곳에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를 생각해보자. 여성만을 위한 것일까? 성평등은 여성과 남성 모두 행복하게 잘 살기 위해 필요하다. 한 가정에서 남성만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여성은 그렇지 못하면 궁극적인 행복이 아니다.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에서 지금보다 평등해져야 하는 이유는 사회구성원 모두가 재능과 잠재력을 잘 발휘하고 살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가사와 자녀 양육에 활발하게 참여하는 남성이 더 건강하고 행복해진다는 한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흡연과 음주를 덜하게 되고, 우울증 약도 덜 먹게 된다고 한다. 질병으로 인한 병원 처방도 덜 받게 된다. 남성과 여성이 부담을 나눠가질수록 남성도 훨씬 행복하고 건강하다. 

김 교수는 “자녀를 기르는 주된 양육자 역할에서 모성을 부각해왔다”며 “어머니가 자녀 양육에 책임을 가지고 직장을 그만두고 가정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성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연구도 있다는 점을 제시했다. 남성도 자녀 양육에 대한 욕구를 느끼지 않으라는 법은 없다. 김 교수는 “사회에서 아이가 아프면 아이를 잘못 기른 엄마 책임이라는 생각을 하니까 경력을 포기하고 가정으로 돌아가는 여성들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게 자연스러웠다”고 설명했다.

지난 12일 영유아 교사를 위한 성평등 교육에서 김정원 한국성서대학교 영유아보육학과 교수가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김재희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12일 영유아 교사를 위한 성평등 교육에서 김정원 한국성서대학교 영유아보육학과 교수가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김재희 기자 ⓒ베이비뉴스

◇ "남자는 우는 거 아냐" 선생님들도 무심코 드러내는 편견

김 교수는 교사들도 성차별적 고정관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한 가지 예를 들었다. 한 아이가 건강하게 등원했다가 갑자기 열이 난다고 가정해보자. 누구에게 전화하게 될까? 엄마에게 바로 전화한다. 부모가 다 있는 경우, 아빠에게 전화해야겠다고 생각한 선생님은 없었다. 자녀를 기르고, 보살피는 책임은 어머니에게 있다는 생각을 교사도 이미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김 교수는 자신이 진행했던 설문에서 영유아 교사들은 보통 성평등 개념을 가지고 가르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뿌듯했지만 실제 관찰 결과는 달랐다는 점을 지적했다. 교사 자신도 모르게 여아와 남아에게 각각 다른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례도 있다. 영아(12개월 미만)반 아이는 울음소리로 교사와 소통한다. 관찰 연구 중, 한 선생님이 아이가 왜 우는지 눈치를 챘다. 선생님이 기저귀를 갈기 위해 아이를 안고 가면서, 아이에게 “남자는 우는 거 아냐. 남자는 태어나면서 세 번 우는 거야”라고 단호하게 아무 의심없이 말하는 걸 들었다. 교사는 너무 자연스럽게 성별에 따른 역할과 기대를 아이와 상호작용하면서 보여준 것이다. 같은 상황을 겪지만 상대 아동이 남성인지 여성인지에 따라 훈육 태도에 차이가 많다. 모든 아이가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려면, ‘내가 어떻게 아이를 가르치고 있는가’를 돌아봐야 한다.

전 세계에서 성평등 지수가 가장 높고, 성평등 교육을 잘하고 있는 곳은 스웨덴이다. 김 교수는 스웨덴의 에갈리아 유치원 사례를 들었다. 이 유치원에서는 아동에게 성별에 상관없이 모든 놀잇감과 활동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성별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남성 또는 여성 대명사를 사용하지 않고, 성중립적 대명사 ‘hen’을 사용한다. 또한 상대를 지칭할 때도 성별이 아닌 이름이나 ‘친구’라는 말을 쓴다.

김 교수는 “아이들은 남성이나 여성으로의 모습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며 “가족, 지역사회 등의 영향을 받아 바람직한 내 모습과 내 역할을 학습한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에선 섬세하고 다정다감한 남자아이들이 생활하기에 불편한 경우가 많다. 순종적이고 착하고 얌전한 여자아이를 기대하는 교실 상황에서라면 도전적인 여자아이는 편안하게 생활하기 어렵다. 특정한 기대는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성역할 고정관념은 특정 집단에 속하는 모든 사람들이 성별에 따라 동질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관점이다. 성별에 따라 성격, 태도, 행동특성, 그리고 직업까지 규정해 역할에 대한 기대를 하게 한다.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강해야 하고, 주체적이고 가정과 사회를 이끄는 리더로 역할하는 것이 남자에게 기대되는 성역할이다. 반면 여성은 예쁘고 순종적이며, 직장에서 일을 하더라도 가정에서 자녀양육과 가사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는 식으로 각 성별마다 기대되는 역할이 있다. 

그러면서 지난 9월 인권단체가 ‘판매중단’ 요청을 했던 문구류를 소개했다. 문구제품에는 ‘10분만 더 공부하면 부인 얼굴이 바뀐다’는 글이 써있었다. 김 교수는 “이 글도 성편견 개념이 들어있다”며 “성공한 남성이 돈과 함께 관심을 갖는 존재로, 여성을 비하해서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내 아이를 여성에게 인기를 끌기 위해 공부를 하고 성공하는 남성이 되도록 키우고 싶지 않다. 공부는 본인을 위해서 하는 거다”고 말했다.

교사는 아동이 자신의 성별과 관계없이 취향과 흥미에 따라 놀이감, 역할, 직업을 선택할 수 있게 지도해야 한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교사는 아동이 자신의 성별과 관계없이 취향과 흥미에 따라 놀이감, 역할, 직업을 선택할 수 있게 지도해야 한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 아이가 좋아하는 동요 ‘상어가족’ 속에도 성역할 고정관념

김 교수는 실제 상황에서 일어날법한 일들을 가지고 교사의 바람직한 대처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만약 아이가 놀이를 선택할 때 교사는 성별에 따라 가르지 않도록 한다. 소꿉장난 세트 앞에 앉은 남자아이에게 기차놀이를 제안하거나 하는 것은 성편견에 따른 판단이다. 가령, “우리 반에서는 누구든지 자기가 하고 싶은 놀이를 선택하기로 한 거, 기억나지?”라고 하면서 가위바위보를 유도할 수 있다. 

성평등한 사회는 구성원의 생물학적인 차이는 인정하지만 특정한 성에 대해 사회적으로 부과되는 편견이나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를 말한다. 모든 구성원들이 가정과 사회에서 성별에 상관없이 평등한 기회와 권리를 누리는 동시에 이에 따른 책임도 평등하게 부담하는 사회이다.

김 교수는 어린이집 현장 많은 곳에서 성별 구분이 나타난다는 점을 지적했다. 여자아이 이름표는 분홍색 토끼, 남자아이는 파란색 곰이나 강아지 모양이다. 아이들이 성평등한 의식을 가진 성인으로 성장하게 하고 성평등한 사회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영유아기에 성평등한 보육환경을 조성하고 교사와 적극적인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들에게 ‘결국엔 선한 것이 승리한다’는 메시지를 들려주기 위해 하는 공주 이야기도 지적했다. 공주의 모습은 어떤가. 역경도 만나고 용과 마녀의 방해도 겪지만, 그때마다 공주들은 왕자를 만난다. 적극적으로 역경을 해결하는 공주는 없다. 공주 이야기를 듣고 살다가 어려운 일이 생기면 ‘내가 해결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아이들은 바람직한 여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김 교수는 “성역할 고정관념이 반영된 이야기만 보여주는 것은 곤란하다”며 “이야기 속 여성과 남성의 모습은 어떤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내가 커서 어른 되면 어떻게 될까. 아빠처럼 넥타이 매고 있을까. 엄마처럼 행주치마 입고 있을까.” 아이들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교육과정 ‘나와 가족’에서 동요 ‘어른이 되면’을 아직도 배우고 있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동요 ‘상어가족’도 성차별적인 고정관념을 담고있기는 마찬가지다. 동요 가사를 보면, 엄마 상어는 어여쁘고, 아빠 상어는 힘이 세다. 

"엄마 상어/ 뚜 루룻 뚜루/ 어여쁜/ 뚜 루룻 뚜루/ 바닷속/ 뚜 루룻 뚜루/ 엄마 상어!
아빠 상어/ 뚜 루룻 뚜루/ 힘이 센/ 뚜 루룻 뚜루/ 바닷속/ 뚜 루룻 뚜루/ 아빠 상어!"

김 교수는 “아이들 상상력의 세계에 성별 구분이 필요할까?”라며 질문을 던졌다. 교사는 ‘씩씩한 남자아이니까 놀이 시범을 보이자’가 아니라 시범을 해보고 싶은 아이가 해보도록 유도하기를 권했다. 외모로 남성 모습과 여성 모습으로 나누지 않고 아이가 자신의 취향을 선택할 수 있게 하자는 조언을 덧붙였다.

이 날 교육에 참여한 어린이집 보육교사 김은지(가명) 씨는 “교육에서 예로 들었던 (보육현장에서 성별로 구분짓는) 일이 자주 발생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며 “그 전에 이 강의를 들었는데 또 찾아와 들었다. 강의를 듣고 그러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했지만 생활 속에서 쉽게 잘 바뀌지 않았다. 다시 듣고 다시 마음을 잡게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채송화 원장은 “파출소에 아이들과 견학 갈 때도 ‘경찰관 아저씨’보다는 ‘경찰관’으로 부르게 지도한다”고 말했다. 채 원장은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 ‘여자는 왜이렇게 억울하지? 나는 왜 절을 못하고 남동생만 절하지?’ 이런 불만을 가졌다고 설명하면서 역할놀이를 할 때도 채 성별에 따라 차별을 두지 않는다고 했다. 채원장은 “영아반에서는 성별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다. 유아반 아이들은 집안 어른들에게 영향을 받아서 핑크색 옷을 입은 남자아이에게 ‘그러면 안되는거야’라는 말을 한다”고 교실 상황을 설명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보육서비스지원센터는 성평등 교육 전후로 교사들의 인식이 변화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설문을 실시한다. ‘맞벌이를 해도 가서와 자녀양육은 일차적으로 아내의 책임이다’, ‘남자는 될 수 있으면 약한 모습을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는 등 보편적인 성편견을 담은 25개 질문을 4점 척도로 구성했다. 

올해 교육 대상자들의 점수를 확인해보면, 사전검사에서 예비 교사는 100점 만점에 85.6점을, 현직 교사는 79.3점을 기록했다. 교육 종료 후 실시한 검사에서는 예비 교사는 91.6점, 현직 교사는 85.2점으로 유의미하게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보육서비스지원센터에서는 현장으로 돌아간 교사들이 성평등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교육 종료 3개월 후에 재설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내년에도 성평등 교육을 지속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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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2018-12-24 16:13:06
들으면서 약간 그런 생각은 했었는데.. 역시 ㅜㅜ 아직도 멀고 먼 이야기 같아요. 이렇게 기사에 나오고 사람들이 알아가면서 조금 더 남녀평등에 가까히 갔으면 좋겠어요!

jre**** 2018-12-24 11:24:34
요즘 저희 첫째가 아기 상어 노래 엄청 좋아하는데..ㅎㅎ 그러고 보니,, 여기도 편견이 있네요..

dbsgml**** 2018-12-23 23:29:57
성평등교육은 어렸을 때부터 교육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그냥 생각없이 보여준 상어가족에서 편견이...

ha**** 2018-12-22 18:05:42
아직 남녀 성평등 사회라고 보기 힘들죠.. 
저도 아들에게 색깔 개념없이 이쁘고 원하는 옷으로 입혀주려고 합니다~
성역할 고정관념과 편견을 깨버리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violet**** 2018-12-20 15:38:44
남녀차별이나 편견은 없어져야 하지만~ 다른점은 서로서로 이해하고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편가르기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