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나 활동가가 분홍색 페인트를 뒤집어쓴 까닭
장하나 활동가가 분홍색 페인트를 뒤집어쓴 까닭
  • 김재희 기자
  • 승인 2019.03.14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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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정치하는엄마들, '핑크 노 모어' 캠페인 출범기자회견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 앞에서 비영리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핑크 노 모어' 캠페인 출범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14일 서울 종로구 여성가족부 앞에서 정치하는엄마들은 '핑크 노 모어' 캠페인 출범기자회견을 열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국민 애니메이션 ‘뽀로로’를 보지 않고 자란 한국 청소년이 있을까.

‘우는 아이도 그치게 만든다’는 이 만화에 분홍색 캐릭터 ‘루피’가 뽀로로의 친구 중 한 명으로 등장한다. 루피는 1기 52편 중 11편에 출연한다. 이 중 10편에서 친구들을 위해 요리를 하고 뜨개질을 한다. 뽀로로가 쿠키를 굽는 장면이 1번인 것과 비교가 된다. 이 만화가 우는 아이는 그치게 만들 수 있을지는 몰라도, 고정된 성역할을 해소하는 데 도움은 되지 않는다.

14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 앞에서 혐오·차별 미디어 아카이빙 프로젝트 ‘핑크 노 모어(pink no more)’ 캠페인 출범 기자회견이 있었다. 양육자 중심 비영리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이 주최한 이번 기자회견에서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나쁜 미디어를 시민이 힘으로 퇴출시키자’는 핑크 노 모어 캠페인의 출범을 발표했다.

핑크 노 모어 캠페인은 홈페이지(www.pinknomore.org)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관심이 있는 누구나 핑크 노 모어 홈페이지에 접속해 혐오·차별 콘텐츠를 등록할 수 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여기서 모인 제보를 토대로 매월 혐오·차별 콘텐츠를 선정하고 발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한 영국 공영방송인 BBC가 적용하고 있는 제작 가이드라인을 KBS, MBC, EBS 등 공영방송사도 도입하도록 강하게 촉구할 예정이다.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 앞에서 비영리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가 진행한 '핑크 노 모어' 캠페인 출범기자회견에서 조은아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 앞에서 비영리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가 진행한 '핑크 노 모어' 캠페인 출범기자회견에서 조은아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차별·혐오 정서, 폭력으로 표출… 불법 촬영 사건, 낮은 감수성 때문”

핑크 노 모어 캠페인을 책임지는 조은아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국민 애니메이션에서부터 깊숙이 침투한 성역할 고정관념에 경고장을 던졌다. 조 활동가는 “루피는 색상에서부터 역할까지 낡은 성 역할 고정관념을 그대로 투사한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조 활동가는 “미디어 속 고정관념들은 아동기와 청소년기를 거치며 TV, 인터넷, 음악에서 더 무분별한 콘텐츠를 접하면서 차별과 혐오의 정서로 강화된다”며, “공고하게 내재된 차별과 험오의 정서가 행동으로 표출될 때 폭력이 된다”고 설명했다.

“불법 촬영을 하고 그 영상을 전파하는 범죄자, 그 모습을 보고도 제지하지 않는 방관자와 동조자. 수사 중에 성범죄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주는 경찰. 명백한 인격 살인을 한 가해자에게 무혐의 판결을 내리는 판사. 가르쳐야 할 학생을 성희롱하는 교사. 이것은 특정 소수의 일탈의 문제가 아니라 어쩌면 이들이 아주 어린 시절부터 당연시해온 우리 사회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이 그 시작이었을지 모릅니다.”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 앞에서 비영리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핑크 노 모어' 캠페인 출범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14일 서울 종로구 여성가족부 앞에서 정치하는엄마들은 '핑크 노 모어' 캠페인 출범기자회견을 열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대한민국을 달구고 있는 남성연예인 불법 촬영 사건도 낮은 수준의 성인지 감수성에서 비롯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조 화동가는 “TV 속 예능은, 코미디는, 드라마는 도저히 못 보겠다는 얘기들이 많이 들린다”며 “세상이 변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의 성인지 감수성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빠, 왜 아줌마가 운전해?”

기자회견에 참가한 김승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얼마 전 여섯 살 딸의 질문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5년 인생에서 여성 운전기사를 처음 본 충격이 느껴졌다. 김 활동가는 “여자도 버스 운전기사가 있지만 숫자가 적어서 그렇다”고 대답했다. 젠더 규범이 획일화한 한국 사회는 고작 여섯 살인 김 활동가의 딸에게 ‘자신의 배가 나왔다’고 하고 힘주는 법부터 배우게 한다.

김 활동가는 이번 활동으로 “특정한 색이 아니라 다양한 색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며 “아이가 가장 나답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 앞에서 비영리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이 진행한 '핑크 노 모어' 캠페인 출범기자회견에서 분홍색과 하늘색 페인트를 뒤집어쓴 활동가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핑크 노 모어' 캠페인 출범기자회견에서 분홍색과 하늘색 페인트를 뒤집어쓴 활동가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프로그램 가이드라인 있지만, 비난 여론에 “강제성 없다”는 여성가족부

한국도 정부가 만든 프로그램 제작 가이드라인이 존재한다. 그러나 방송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 이 안내서가 영향을 미치는지는 알 수 없다.

지난달 12일 여성가족부는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를 배포한 바 있다. 하지만 ‘방송 프로그램을 검열·단속하려고 한다’는 일부 여론의 비판에 부딪혀야 했다. 

일주일 뒤인 19일 여성가족부는 비판 여론을 의식해 한 발 물러난 내용으로 해명했다. “방송 제작진이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이런 요소들을 고려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하는 차원에서 안내서를 작성했다”며, “방송 제작을 규제할 의도가 없으며 그럴 권한도, 강제성도 갖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여성가족부의 대처를 “불쾌한 경험”이라고 평가했다. 장 활동가는 “방송사가 표현의 자유를 옥죈다고 할 것이 아니라 가이드라인을 채택하도록 촉구하는 것이 여성가족부의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기자회견 말미에 정치하는엄마들은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어린이가 성인 남녀의 몸에 각각 '핑크'와 '블루' 페인트 4ℓ를 쏟아붓는 퍼포먼스로, 어른들과 사회가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성역할 고정관념에 대한 문제제기를 형상화했다.

그리고 장하나 활동가와 김승환 활동가는 페인트를 잔뜩 뒤집어 쓴 얼굴로 외쳤다.

“미디어에 다양한 색을! 아이들에게 다양한 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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