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가 키우는 '핑크공주'들… 성평등의 눈으로 보다
유튜브가 키우는 '핑크공주'들… 성평등의 눈으로 보다
  • 최규화 기자
  • 승인 2019.05.16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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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유튜브 키즈 콘텐츠, 이제 성평등 관점을 고민할 때 토론회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15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유튜브 키즈 콘텐츠, 이제 성평등 관점을 고민할 때’ 토론회가 열였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15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유튜브 키즈 콘텐츠, 이제 성평등 관점을 고민할 때’ 토론회가 열였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아빠 : ○○(키즈 유튜버)이 너 아기 돌볼 줄 알아?

○○ : 응. 엄마한테 배워가지고 왔거든.

아빠 : 엄마처럼 잘하고 있어요. (○○이 응원 구호).

8세 여아가 등장하는 유튜브 키즈 콘텐츠의 한 장면. 영상 속 어린이는 인형에게 밥을 주고 양치를 시키고 재운다. 유튜브 키즈 콘텐츠에 무수히 등장하는 여아들의 돌봄 놀이를 ‘성평등’ 관점에서 보면 어떨까?

15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는 언론개혁시민연대 주최로 ‘유튜브 키즈 콘텐츠, 이제 성평등 관점을 고민할 때’ 토론회가 열였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에서는, 모니터링을 통해 발견된 유튜브 키즈 콘텐츠의 성차별 사례와 그에 대한 유형별 분석을 중심으로 이야기됐다.

유튜브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오늘날 어린이들에게 유튜브 창작자는 선망의 대상이 된 상황이다. 발제를 맡은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는 우선 “(모니터링 내용이) 어린 유튜브 창작자들에게는 불쾌하거나 예민한 내용일 수 있기 때문에 조사가 매우 조심스러웠다”는 고민으로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한국사회가 성평등한 사회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미디어 플랫폼의 성평등 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특히 미래세대를 위한 키즈 콘텐츠는 어느 것보다 중요하다”고 조사의 배경을 밝혔다. 

모니터링 대상은 유튜브를 통해 유아 및 어린이 대상으로 제작되는 콘텐츠 유통 채널. 구독자순으로 상위 11개 채널을 정했다. 2018년 10월을 기준으로 최근 10개 동영상과 6개월 이내 제작 콘텐츠를 살펴봤다.

유튜브 키즈 콘텐츠의 성차별 사례와 그에 대한 유형별 분석을 중심으로 발제한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유튜브 키즈 콘텐츠의 성차별 사례와 그에 대한 유형별 분석을 중심으로 발제한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11개 채널 모니터링… 여아 콘텐츠에만 등장하는 돌봄·가사 놀이

권 활동가가 분석한 첫 번째 성차별 유형은 ‘성역할 고정관념 조장’이다. 여아들이 놀이를 중심으로 돌봄노동을 배우는 모습을 여럿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여아들이 아기 인형을 돌보는 놀이들. 특히 이런 영상에서는 “돌봄노동 = 엄마의 일”이라고 인식하게 하는 장면이 등장하는 것도 문제다.

반면 “남아가 출연하는 콘텐츠의 경우 같은 기간 돌봄노동 관련 놀이를 하는 사례는 없었다”며, “그만큼 빈도 자체가 차이가 난다는 의미”라고 권 활동가는 설명했다.

청소나 빨래, 요리와 같은 가사노동도 여아가 출연하는 콘텐츠에서만 주로 발견됐다. 권 활동가는 “여아가 주인공인 콘텐츠에서는 공통적으로 청소나 빨래 등이 기본적으로 나온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남아가 주인공인 콘텐츠에서는 직접 빨래나 청소를 하는 영상은 역시 없었다는 것이다.

남아가 요리를 하는 경우도 한 사례 소개됐다. 하지만 그 콘텐츠는 ‘아빠의 생일’이라는 특별한 날이 강조됐다. 권 활동가는 “아빠는 아이가 준비한 생일상을 보고 ‘엄마가 해준 맛이야’, ‘엄마가 보고 싶어’ 등의 반응을 선보인다”며, “‘요리는 엄마가 하는 일’이라는 의미로 읽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색깔’ 역시 눈여겨볼 만한 지점이다. 권 활동가는 “여아가 등장하거나 성인이더라도 여성들이 주로 등장하는 유튜브 채널의 경우 전반적으로 핑크색이 자주 등장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며, “반면 아빠와 남아가 출연한 유튜브 채널은 푸른색 계통의 채널 톤을 확인할 수 있다”고 조사 결과를 전했다.

권 활동가가 지적한 또 다른 성차별 유형은 ‘외모지상주의 조장’. 구독자 순위 상위에 올라 있는 유튜브 채널 중 다수는 여아인 주인공이 화장을 하는 콘텐츠가 올라와 있었다는 것이다. 권 활동가는 “‘화장을 한다 = 예뻐진다’라는 의미를 각인시키고 있는 게 아닌가 우려스러운 대목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여아가 원피스를 입고 삼촌에게 묻는다. “나 예뻐?” 삼촌이 “안 예쁜데?”라고 하자 아이는 머리띠를 한다. 다시 질문. 삼촌이 “별루”라고 하자 아이는 네일아트와 팔찌를 한다. 또 질문과 부정적인 대답의 반복. 아이는 “이번엔 진짜 예뻐질 거야!”라며 화장을 한 뒤 분홍색 구두를 신는다. 삼촌은 “오! 예뻐”라고 놀란다. 

여아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한 유튜브 콘텐츠의 장면이다. 권 활동가는 “해당 장면은 탈(脫)코르셋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며, “미(美)의 기준이 ‘나’가 아닌 ‘남성’에 맞춰져 있다, 여성의 몸이 ‘나의 건강한 몸’이 아니라 ‘타인(남성)이 보는 예쁜 몸’으로 평가된다는 점에서 그 위험성이 감지된다”고 설명했다.

권 활동가는 그밖에도 ▲‘여성다운’ 행동에 대한 강요 ▲여성의 ‘늙음’에 대한 부정적 인식 ▲‘남성 = 능동, 여성 = 수동’으로 그려지는 성별 주체성 ▲성에 대한 폭력 등의 문제를 사례와 함께 소개했다. 

아울러 권 활동가는 ‘부적절한 광고’ 문제도 꼬집었다. 방송에서는 어린이 프로그램에 대한 광고규제가 존재하지만 유튜브는 아무 규정 없이 광고가 진행되면서 어린이들이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다는 것. 콘텐츠 전후·중간에 노출되는 광고와 콘텐츠 속에서 홍보되는 제품이나 공간에 대한 광고 모두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토론자로 참석한 강미정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상업성과 결합된 유튜브 키즈 콘텐츠의 성차별 문제를 지적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토론자로 참석한 강미정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상업성과 결합된 유튜브 키즈 콘텐츠의 성차별 문제를 지적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키즈산업과 결합된 성차별 인식… “전 세계적 성평등 흐름에 역행”

토론자로 참석한 강미정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아이들에게는 시민이 아니라 소비 대중으로서의 길만 활짝 열려 있는 듯하다”며 상업성과 결합된 유튜브 키즈 콘텐츠의 성차별 문제를 지적했다.

강 활동가는 “화장품을 갖고 싶다는 것이 어떻게 아이 본연의 욕망인가, 키즈뷰티 산업의 욕망 아닌가”라고 물으며, “키즈뷰티 산업과 유튜브가 아이들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아이는 화장놀이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외모는 여성의 정체성’이라는 인식을 찍어바르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나쁜 미디어를 시민이 힘으로 퇴출시키자’는 취지의 아카이빙 프로젝트인 ‘핑크 노 모어(pink no more)’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강 활동가는 이 캠페인을 소개하며, “‘핑크’로 제어되는 여성성 강요와 분리가 결국에는 여성과 남성 모두 불행하게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윤소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부소장 역시 유튜브 키즈 콘텐츠의 상업성을 지적했다. 이 부소장은 “(일부 키즈 콘텐츠는) 사실상 광고 콘텐츠라고 봐도 무방하다”며, “어린이들은 광고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힘들기 때문에 키즈 콘텐츠만큼은 광고임을 명확히 표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유튜브 키즈 콘텐츠의 성차별적 내용은 장난감 등 키즈산업과 밀접한 영향이 있기 때문에 유튜브만 얘기하는 건 일부분만 이야기하는 셈”이라는 입장과 함께, “(어린이들이 성차별적 유튜브 콘텐츠를 많이 본다면) 사회적으로도 성평등 논의가 더 발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밝혔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활동가도 성평등에 대한 사회적 흐름을 걱정했다. 명숙 활동가는 “(성차별적 내용의) 유튜브 키즈 콘텐츠를 통해서 전 세계적인 성평등의 흐름에서 우리나라만 더 뒤로 가게 될 수도 있다”며, “영유아 때부터 성평등에 접근할 수 있는 인권교육의 권리를 보장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또한 명숙 활동가는 “(유튜브 키즈 콘텐츠의) 주요 창작자와 이용자가 아동인 상태에서 자칫 보호주의나 금지주의처럼 오독될까 걱정되기도 한다”며,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만을 고민하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이종임 문화연대 집행위원은 유튜브 키즈 콘텐츠의 급성장에 대해 “지상파 방송에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이야기는 거의 없고 성인이 생각하는 어린이나 청소년만 그려진다”고 진단하며, “주류 미디어가 외면한 결과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유튜브로 떠날 수밖에 없었다”는 관점에서 향후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짚었다.

한편 발제자인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는, 모든 유튜브 키즈 콘텐츠가 성차별 문제를 갖고 있는 것처럼 비치는 것을 여러 차례 우려했다. “해당 콘텐츠 채널의 모든 방송이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모니터링을 통해) 문제가 될 만한 사례들만 골라낸 것”이라는 말이다.

권 활동가는 “여아가 주체적으로 활동하는 채널도 있었고 성차별 문제가 거의 발견되지 않은 채널도 있었다”며, “특정 방송만 보여주는 것보다 다양하게 접하게 해주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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