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에 나와 밤 10시 퇴근이 주52시간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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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희 기자
  • 승인 2018.09.11 1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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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제8차 저출산·고령화 포럼 ‘중소기업 일·생활 균형 활성화 방안’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가 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제8차 저출산·고령화 포럼 ‘중소기업 일·생활 균형 활성화 방안’에서 김상희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상희 의원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가 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제8차 저출산·고령화 포럼 ‘중소기업 일·생활 균형 활성화 방안’에서 김상희 의원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김상희 의원실

“우리나라 기업 대부분은 중소기업이고, 많은 노동자들은 다 중소기업에서 일하기 때문입니다.”

‘중소기업 일 생활 균형 현황과 활성화 방안’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맡은 강민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노동연구센터장은 ‘중소기업의 일·생활 균형에 왜 집중해야 하나’라고 자문하고 이같이 답했다.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 중 86%는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지만, 중소기업과 여기서 일하는 노동자는 이중노동시장 구조과 지속적인 경기침체로 인한 열악한 경영환경 탓에 일과 생활 사이 균형을 이루기 어려운 현실에 처해 있다. 전체 육아휴직자 중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비율은 47.5%에 불과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위원장 대통령)와 고용노동부(장관 김영주),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홍종학)은 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제8차 저출산·고령화 포럼 ‘중소기업 일·생활 균형 활성화 방안’을 개최했다. 위원회는 저출산·고령사회 관련 주제로 매월 포럼을 개최하고 있으며, 이번 포럼은 여덟 번째로 진행됐다.

이번 포럼은 저출산 대응 전략으로서 ‘아이와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일·생활 균형’에 대한 중요성을 공유하며, 제도 활용에 어려움이 큰 ‘중소기업’의 일·생활 균형 확산 방안에 대하여 관계부처와 여성·보육·노동 관련 전문가 및 중소기업 유관기관·단체와 함께 논의하는 자리였다.

◇ “일·생활 균형 지원 제도 만들어도 현장 인식률 낮은 것이 문제”

“기업 입장에서는 업무 효율 재고를 통해서 경영성과를 높이고 우수 인력 확보하고 유지할 수 있는 목적으로, 노동자 입장에서는 삶의 질 유지와 경력 유지·계발로, 국가적으로는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소하고 저출산 고령사회를 대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일·생활 균형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일·생활 균형은 기업과 노동자, 국가가 각각 겪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된다. 강 센터장은 “업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중소기업 평균 근속기간은 2~3년 수준”이며 “여성들은 생애주기적 특성에 따라 임신이나 출산 시기가 오면 휴직 등으로 연장하기보다, 이를 계기로 그만두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은 여성인력 활용을 비용으로 인식하고, 여성들은 중소기업에서 눈치 보면서 경력을 유지할 유인이 없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중소기업 일·생활 균형을 위해 다양한 제도를 만들고 개선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해당 제도들에 대한 인식률은 낮은 편이다. 강 센터장은 “실제로 육아휴직이 발생했을 때 업무공백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물으면 ‘남은 인력끼리 나눠서 처리한다’고 답한 곳이 규모 상관없이 많다”고 말했다.

ⓒ강민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노동연구센터장
ⓒ강민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노동연구센터장

강 센터장이 제시한 자료에서, 5~9인 규모 사업장과 300인 이상 사업장의 절반이 ‘남은 인력끼리 나눠서 처리한다’고 응답했다. 10~29인(49.6%), 30~99인(44%) 규모도 크게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

강 센터장은 정부가 마련한 제도가 현장에서 사용되지 않는 이유를 “인사담당자 한 사람이 다양한 업무를 하니까 하나하나 챙기기 어렵고, 정부에서 팩스로 기업에 전달하는 자료는 여러 자료 중 하나로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현장에 (제도가) 수용도 높게 전달할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의 일·생활 균형을 지원하는 정책은 중소기업의 경영 관점에서 일·생활 균형에 관심을 제고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한다. 동시에 휴가 사용이나 법정제도 활용 등 법률 기준을 지킬 수 있도록 근로감독도 강화해야 한다. 강 센터장은 “성평등한 기업문화 조성·법규 준수 등 기본적인 사회적 가치를 달성하는 것과 중소기업 지원정책을 연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전체 25% 차지하는 4인 이하 사업장, 근로시간 규정 적용 안 받아”

중소기업연구원 일자리혁신센터 황경진 연구위원은 발제 ‘중소기업 일·생활 균형 확산 방안’에서 “중소기업 노동자들이 일·생활 균형이 되지 않는 것은 시간 조건이 없기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시간 조건이 없다는 것은 일이 아닌 생활에 쓸 수 있는 시간이 없다는 의미다. 그 이유는 ‘장시간 노동’ 때문이다. 

황 연구위원은 장시간 노동이 발생하는 원인으로 ▲법적·제도적 규제 취약 ▲낡은 교대제 ▲남성 중심 외벌이 고용형태 ▲노사간 담합의 결과 등으로 ‘일에 대한 과도한 요구가 상시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전체 사업장의 25%에 달하는 4인 이하 사업장은 근로시간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4분의 1에 달하는 사업장이 규제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황경진 중소기업연구원 일자리혁신센터 연구위원
ⓒ황경진 중소기업연구원 일자리혁신센터 연구위원

황 연구위원은 ‘주 52시간제 실시’를 둘러싼 사회적 분위기도 지적했다. 주당 52시간 근무를 분석해보면, 업무시간 8시간, 연장근무 하루 평균 2.5시간(주당 12시간), 출·퇴근 평균 소요시간 1.5시간이 소요된다. 아침 7시에 나와 밤 10시에 집에 들어가는 생활을 해야 한다. 또한, 대다수 중소기업 노동자는 대기업 노동자보다 출퇴근 시간이 길기 때문에 자연히 가정에서 머무는 시간도 함께 줄어든다.

황 연구위원은 “주 52시간제가 도입됐다고 직장에 늦게 출근하고, 퇴근 이후에 학원 가고, 문화생활 한다고 하는데 주 52시간제에서 절대 불가능하다”며 “주당 근무시간이 35시간이나 30시간 정도 돼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은 만성적인 인력부족을 겪고 있다. 2017년 사업체 조사 통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빈 일자리 수가 20만 개 정도다. 이 중 다수가 잠시 동안 적당한 사람을 찾을 수 없어 발생한 자리다. 게다가 대다수는 괜찮은 일자리가 아닌 괜찮지 않은 일자리일 경우가 큰데, 황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이 인력부족을 해결하려면 일·생활 균형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청년층이 갈수록 일·생활 균형이나 복지제도를 취업 때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당부했다. 

중소기업 일·생활 균형 확산을 위한 제도적 지원 방안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일자리 함께하기 사업 확대·개편 ▲근로시간 조기 단축 기업 우대 지원 ▲유연근무시간제 확산 ▲연차휴가 분할 사용 확대 ▲CEO 인식 개선 및 분위기 조성 등을 제시했다. 

한편, 이날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경기 안성)의 발언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축사에서 김 의원은 “요즘은 내가 당장 행복하게 살고 여행 다니고 해서 덜 낳는 것”이라고 단정지었다. 이어, “대한민국은 사람 없으면 망한다. 오로지 사람 가지고 먹고사는 나라인데 사람이 없으면 대한민국 미래 없다”며 “베이비부머 세대인 우리는 죄도 없이 이유도 없이 90살까지 살아야 하는데 복지비용을 누가 대고 누가 부양하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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