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어린이집 교실에 성인용 이동식 '변기'가 등장한 까닭
[단독] 어린이집 교실에 성인용 이동식 '변기'가 등장한 까닭
  • 권현경 기자
  • 승인 2019.03.29 17:22
  • 댓글 1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AD
"화장실 가서 25분 자리 비웠다" 보육교사, 아동학대로 신고당해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경기도 양주시 한 공립어린이집 교실에 등장한 이동식 변기. ⓒ제보
경기도 양주시 한 공립어린이집 교실에 등장한 이동식 변기. ⓒ제보

경기 양주시의 한 공립어린이집 교실에 성인용 이동식 변기가 등장했다. 유아들이 배변훈련을 위해 쓰는 변기도 아니고 '성인용' 변기라니. 대체 무슨 일일까.

사건은 지난달 13일에 시작됐다. 이 어린이집에 근무하는 보육교사 A 씨는 그날 낮 12시 39분부터 1시 4분까지 25분간 화장실에서 용변을 봤다. '사건'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평범한 일이 진짜 '사건'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런데 3주 뒤인 이달 6일, 어린이집의 한 학부모가 A 씨를 아동학대로 신고했다. A 씨가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느라 25분간 자리를 비운 것이, 아이들을 방치한 '방임' 행위라는 이유였다.

실제로 양주경찰서 수사3팀은 27일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6일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왔고, 현재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신고자가 학부모라는 점은 경찰을 통해 확인했지만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다.

자신이 화장실에 오래 가 있었다는 이유로 아동학대로 신고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A 씨는, 지난 20일 이동식 변기를 구입해 어린이집 교실에 변기를 뒀다.

보육교사 A 씨는 “아이들이 낮잠 잘 준비를 하고 누워 있을 때 화장실을 갔는데 변비가 너무 심해서 20분 넘게 걸렸다"며, "교실에 딸린 아기 화장실에서 문을 열어놓고 아이들을 보면서 볼일을 봤는데 (CCTV로는 교사가 보이지 않으니) 그걸 가지고 학부모가 아동학대 방임으로 신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동식 변기를 어린이집 교실에 둔 것에 대해서는 “3월부터 새로 배정된 반은 화장실도 없는 교실인데 또 아동학대로 신고당할까 두려워서 이동식 변기를 들인 것”이라며, “CCTV에도 다 보이고 특히 남자 원장님이라 상당히 수치스럽지만 어쩔 수 없이 이 생활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 화장실 오래 쓴다고 아동학대 신고당한 뒤 교실에 '이동식 변기'를…

해당 어린이집 학부모 모니터링단 3월 26일 체크리스트를 보면 개인 변기 사용으로 악취가 난다고 개선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제보
26일자 해당 어린이집 학부모 모니터링단 체크리스트를 보면 개인 변기 사용으로 악취가 난다고 개선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제보자

사건은 또 다른 갈등으로 이어졌다. 지난 26일 해당 어린이집 학부모 모니터링단에 의해 “이동식 변기 때문에 교실에 악취가 난다”는 의견이 나온 것이다. 원장 B 씨는 이날 학부모운영위원회를 열고, A 씨에게 이동식 변기를 치우라고 지시했다.

이 상황에 대해 해당 어린이집 원장 B 씨는 29일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화장실에 가기 전에) 다른 선생님한테 부탁하든 해야지 교실이 좁은데 거기서 성인이 대소변을 보는 건 (아이들에 대한) 정서적 학대다”라고 말했다.

원장의 지시에 따라 다음 날 아침 A 씨는 변기를 치웠다. A 씨는 “안 치우면 지시불이행이라고 징계를 줄 것 같아서”라고 이유를 말했다.

사건의 발단이 된 아동학대 신고 건에 대해 원장 B 씨는 어떤 입장일까. B 씨는 “아동학대와 관련해서는 민감한 사안이라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수사해 판단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을 아꼈다.

학부모운영위원회의 입장을 듣기 위해 28일 운영위원장에게도 연락을 취했으나 “어떤 답변도 하지 않겠다”고 취재를 거부했다.

'화장실' 때문에 일어난 황당한 사건. 하지만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겨서는 안 될 이유가 있다. 권남표 공공운수노조 공인노무사는 29일 베이비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많은 보육교사들이 방광염, 변비 등을 앓고 있다"며, "생리현상 해결은 기본적 욕구인데 이를 아동학대로 신고한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권 노무사는 “사용자인 원장이 교사가 화장실을 갈 수 있도록 관리를 해야지 모든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동식 변기까지 등장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면 운영위원회는 교사에게 변기를 치우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원장이 교사가 화장실을 가야 할 때 갈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우선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현림 공공운수노조 보육1·2지부 대표지부장은 “특히 남성이 원장으로 있는 어린이집에서 CCTV가 있는데도 여성 노동자인 보육교사가 얼마나 절박했으면 변기를 사용하려 했겠냐"며, "그런 절박함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실제 휴게시간 사용 등 개선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실시간 댓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ksj**** 2019-04-01 21:03:00
상식을 벗어난 선생님의 행동... 아이들 교실에 변기를 놔둘생각을 하는건지...

본인만 생각하는 행동이었네요....문제가 생겼으면 원장과 학부모와 풀어갈생각이 아니라 본인하고싶은데로 한행동인데
누구의 문제가 더클까요? 교실에 변기를 놔둔선생님인지...보육시간에 25분? 아이들을 보지않아서 문제가 생겼다면 어쩔건지

ckst**** 2019-03-31 20:26:22
이런 기사가 나올 때 마다 씁쓸하네요. 그런데 요즘에는 누리교사나 보조교사가 있는거로 알고있고 만약  교실을 비워야하는 상황이라면 옆 반 선생님이나 다른분께 먼저 도움을 청해 보시진 않았는지 ...
변기를 구입하기 전에 다른 방법을 찾아 보셨는지  그 과정이 궁금하네요  

phw**** 2019-03-30 13:48:46
기자님. 기사가 앞뒤가 안맞아요.
위에는 원장이 치우라고,아래는 운영위원회에서 치우라고..
팩트가 뭔지는 알고 쓰신건가요??

qhrd**** 2019-03-30 11:08:01
그래도 베이비뉴스는 다를줄알았는데 어찌 이리 상황 정황도 잘 안조사하고 이런 기사를 내셨는지 씁슬하네요 이기사내려고 어린이집및 학부모위원회에 정식 보고하셨는지요?? 이기사는 한쪽편에서 한입장만 내세워주는 식으로밖에 안보이는데 베이비뉴스가 한 기자로 인해서 신뢰감떨어지셨네요 모든 기사는 형평성을바탕으로 조사후 문제점을제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junp**** 2019-03-30 10:24:36
과연 함께 있는 교사들 모두 변기를 올린 교사와 같은 입장이라면 저 변기를 구입했을까요?
어린이집에서 젤 작은 교실에 위생이 철저한 아이들반이라며 요변기를 어떻게 해석해 주실런지요.
교사라면 충분의 아이를 먼저 생각해 봐야 한다고생각이 드네요
개인적인 생각으로 개인적인 불편함을 해소하기위한 판단으로 밖에는~~~~~~
함께 있는 다수의 교사들은 저글을 올린 교사와 전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는거 .
그리고 보육하는 교사의 눈으로는 도저히 행해지는 행동이 이해가 안된다는거....
자각 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