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변기통' 갈등 어린이집 돌연 위탁해지… 교사 전원해고
[단독] '변기통' 갈등 어린이집 돌연 위탁해지… 교사 전원해고
  • 권현경 기자
  • 승인 2019.07.22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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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갈등 끝 8월 31일 자로 원장·교사 모두 계약종료… 학부모도 '날벼락'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이동식 변기가 어린이집 교실에 등장해 논란이 됐던 경기도 양주시의 한 국공립어린이집 원장이 돌연 위탁해지 의사를 밝혀 보육교사 전원이 직장을 잃게됐다. ⓒ제보자 제공
이동식 변기가 어린이집 교실에 등장해 논란이 된 경기 양주시의 한 국공립어린이집 원장이 돌연 위탁해지 의사를 밝혀 보육교사 전원이 직장을 잃게 됐다. ⓒ제보자 제공

지난 3월 어린이집 교실에 성인용 이동식 변기가 등장해 논란이 된 경기 양주시의 A 국공립어린이집 원장이 학기 중 갑자기 위탁해지 의사를 밝히면서 보육교사들이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게 됐다.

A 어린이집에 근무하는 한 보육교사는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느라 25분간 자리를 비운 것이 아이들을 방치한 '방임' 행위라는 이유로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 신고를 당했다. 이후 교사는 이동식 변기를 구입해 어린이집 교실에 변기를 둬 논란이 된 것을 베이비뉴스가 3월 29일 자로 보도한 바 있다. (관련기사 : [단독] 어린이집 교실에 성인용 이동식 '변기'가 등장한 까닭)

그동안 A 어린이집은 노동조합에 가입한 교사와 원장 간에 갈등이 있었다. 아동학대 의심 등으로 인한 감봉·정직 징계도 잇따랐고,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이를 부당징계로 판정하기도 했다. 또한, 학부모와 교사 간에도 고소가 오가는 등 갈등이 이어져왔다.

6월 말 A 어린이집 원장 B 씨는 양주시청에 위탁해지 의사를 밝혔다. B 씨는 양주시와 8월 31일 자로 위탁을 취소하기로 했고, 교사들에게 그날까지만 근무하라는 해고예고 통보서를 지난 19일 전달했다.

보육교사 C 씨는 19일 베이비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갑자기 교사들을 모아 해고예고 서류를 건네며 '시와 계약이 끝나니 서류에 서명하라'고 하시는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 털어놨다.

C 씨는 “‘남은 아이들은 어떡하느냐’고 묻자, 원장은 '시와 계약이 끝나기 때문에 자신이 신경 쓸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며, "그동안 다닌 직장을 잃는 것도 속상하지만 원장님이 아이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다”라고 말했다.

다른 보육교사 D 씨는 22일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대체교사 고용은 8월 31일까지인데 그 교사에게까지 해고예고 통보서를 줬다. 정말 처참한 기분이다.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암담하다”라면서, “일부 교사는 그 자리에서 바로 서명했고 서명하지 않은 저와 다른 교사에게 서명을 강요하기도 했다”고 했다.

또 다른 보육교사는 E 씨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징계를 판정받았고 그와 관련해 어떤 조치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 저희를 자르기(해고) 위해 위탁해지를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정말 황당하다"면서, "아직 해고예고 통지서 수령증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밖에도 다른 교사들의 입장을 더 들으려 했으나 그들 일부는 "해고예고 통지서를 받았는지조차 말하기 조심스럽다"며 답변을 피했다.

◇ 양주시 “고용 승계는 수탁자 권한… 시가 개입할 수 없는 상황”

보육교사 C 씨는 지난 19일 B 씨로부터 8월 31일까지 근무하라는 해고예고 통보서를 전달받았다. ⓒ제보자 제공
보육교사들은 지난 19일 원장 B 씨로부터 8월 31일까지 근무하라는 해고예고 통보서를 전달받았다. ⓒ제보자 제공

국공립어린이집이 위탁받은 원장 뜻에 따라 언제든 위탁취소를 할 수 있는 것일까. 위탁을 준 양주시의 입장을 들어봤다. 양주시 관계자는 19일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국공립어린이집이 “위탁 기간 중간에 위탁을 해지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면서도, “A 어린이집은 8월 31일 자로 위탁해지 된다”고 말했다. 

양주시 관계자는 “원장님 건강상의 이유로 본인이 위탁해지 의사를 6월 말 밝혔고 이제 결제가 난 상황이다. 22일부터 새로운 위탁자를 공개모집 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보육교사 고용승계와 관련해선, “수탁자 권한”이라고 선을 그었다. 양주시 관계자는 “저희는 원장을 뽑은 것이고 교사들(보육교직원)은 위탁받은 원장이 고용한 것이라 시가 개입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직영이면 (고용승계에) 관여하겠지만 위탁이라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기자는 원장 B 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어린이집 사무실과 개인 휴대전화로 여러 차례 전화하고 문자메시지를 남겼으나 어떠한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앞서 B 씨가 6월 25일 학부모에게 보낸 가정통신문을 보면, “여러 가지 사정으로 6월 30일부로 원장직을 사직하게 되어 많이 죄송하고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중략) 양주시청에 사직서를 제출하게 되었습니다”라고 사직의사를 밝힌 바 있다.

B 씨가 가정통신문을 통해 학부모에게 당부한 내용을 살펴보면, “새로운 원장이 누가 오시더라도 노조로부터 자유롭게 보육할 수 있도록 도와주길 바란다”며, 보육교사 노동조합과 맺은 단체협약과 관련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반면 권남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인노무사는 22일 베이비뉴스와 인터뷰에서 “국공립어린이집에서 계약을 해지하고 떠나는 원장이, 노동자들이 고용승계돼 생계를 유지할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황당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양주시와 해당 어린이집 운영위탁 계약서에  계약 당시 근무 중인 교직원에 대해 고용 승계가 어떻게 되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 학부모 “아무 통보 못 받았다… 결과 따를 수밖에 없으니 학부모가 피해자”

원장 B 씨가 지난 6월 25일 학부모에게 보낸 가정통신문. 6월 30일자로 원장직을 사직한다고 밝혔다. ⓒ제보자 제공
원장 B 씨가 지난 6월 25일 학부모에게 보낸 가정통신문. 6월 30일자로 원장직을 사직한다고 밝혔다. ⓒ제보자 제공

현재 A 어린이집에는 31명의 원아가 다니고 있다. ‘이 원아들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양주시 관계자는 “학부모도 위탁자인 원장이 바뀐다는 것을 알아야 하므로 원장은 학부모들에게 위탁 종료 사실을 알리고, 어린이집을 옮길 아동은 위탁 종료 전에 전원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위탁자가 언제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8월 31일 이후에는 원장과 보육교직원 모두 계약이 종료되기 때문에 전원 조치가 필요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학부모의 입장은 어떨까. 학부모 F 씨는 19일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6월 말 원장님이 그만두신다는 서류를 받았다. 원장님만 바뀐다고 들어서 크게 생각하진 않고 있었는데… 아직 아무 말도 어린이집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없다. (어린이집을 옮겨야 한다면)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F 씨는 “어른들(원장과 교사) 싸움인 것 같은데 타협점을 못 찾으니 분쟁까지 가고 거기서도 제대로 된 답을 못 찾고 있는 것 같았다”면서, “원장님은 아이들을 위해서라고 그동안 말씀해오셨는데 이러면 안 되지 않나. 일반 학부모는 결과를 통보하면 따를 수밖에 없으니 피해자 아니겠느냐. 반박도 못 하겠고… 기운이 쭉 빠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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