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지난 주말 여성가족부에서 주최하는 '세상 모든 가족, 함께'라는 토크 콘서트에 다녀왔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행사에서 나는 '주부 아빠', '육아 아빠' 대표로 참석 했다.
행사가 시작하기 전 나는 '우리나라에 얼마나 많은 가족의 형태가 있을까' 라는 궁금함을 품었다. 그러나 그 궁금함은 이내 풀렸다. 행사에서 한 부모 가족, 입양 가족, 다문화 가족, 비혼 동거 가족이 소개됐다. 사연을 듣고있자니 그동안 몰랐던 그들만의 애환을 알게됐다. 그 '가족들'은 분명히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살고 있지만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했고, 남들과 다른 형태의 가족이란 이유로 차별받고 있었다.
그제야 나는 행사의 취지를 이해했다. 우리가 일반적이라고 생각하는 가족의 형태 말고도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있고, 편견과 차별을 넘어 그 가족과 공존하고 포용하자는 의미였던 것이다.
남들과 다르면 편견부터 가지고 차별하는 사회 분위기. 우리 사회의 그런 분위기가 조금 다른 형태의 가정에는 큰 상처와 공격이 된다는 것을 행사에 참가하고서야 알게됐다.
사회자가 내게 이렇게 물었다.
"살림하는 아빠로 살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요?"
주부 아빠로 사는 나 역시 그런 차별어린 시선에 힘든 적, 많았다. 육아와 살림의 '기술'이야 배우고 익히고 적응하면 됐다. 그러나 지금까지 여전히 힘든 것은 결국 남들의 편견 어린 시선과 주변 환경이었다.
아빠인 내가 대낮에 유모차를 밀고 다니면 동네 할머니들은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다.
"엄마는 어디 갔니?"
"오늘은 아빠가 쉬는 날이라 좋겠네."
동네 놀이터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면 삼삼오오 모인 엄마들의 시선이 무거웠다. 자격지심일 수도 있겠지만, 놀이터라는 작은 공간이 세상 어디보다도 불편했다.
'좀 더 다양하게 바라봐 줄 순 없을까? 아빠가 전업으로 육아하는 일이 잘못은 아닌데.'
예전에는 이런 편견과 차별을 혼자 받아들이고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육아 아빠가 점점 늘어나는 요즘의 현실에서 미래의 육아 아빠, 주부 아빠들이 나보다 훨씬 더 당당하게 살 수 있게 '우리'를 인정하는 사회적 공감이 늘었으면 하는 바람이 요즘 생겼다.
정상만을 정상으로 취급하는 사회는 다양함을 인정하지 못하고 그 다양함과 공존하지 못하는 사회다. 우리 사회에는 일반적인 형태의 가정이 아닌 다양한 형태의 가정이 존재한다. 조금 다르다는 편견보다는 그들 역시 똑같이 아이를 사랑하고 함께 살아가는 가족일 뿐이라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다른 가족들이 사회적으로 차별 받고 상처 입은 이야기를 들으며 혹시 나도 그들을 다르게 생각하고 바라본 적은 없는지 반성 했다. 나부터 소외되고 차별받는 가족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차별 없는 시선으로 바라봐야겠다. 내가 느꼈던 '다른 시선'이 그들에게 상처가 되지 않도록 말이다.
*칼럼니스트 노승후는 서강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STX조선, 셀트리온 등에서 주식, 외환 등을 담당했으며 지금은 일하는 아내를 대신해 5년째 두 딸을 키우며 전업 주부로 살고 있습니다. 일과 가정 모두를 경험해 본 아빠로서 강연, 방송, 칼럼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아빠, 퇴사하고 육아해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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