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노키즈존 아닌 노키즈존
[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노키즈존 아닌 노키즈존
  • 칼럼니스트 여상미
  • 승인 2019.06.26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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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즈존 #아기의자 #아이와갈만한식당 #맛집 #식사예절 #사회성

내가 사는 곳은 신도시라 그런지 비교적 아이를 키우는 연령대의 젊은 부모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식당마다 아이 의자 혹은 유아용 식기를 구비해 놓은 곳이 많고, 심지어 놀이방까지 갖춰놓고 아이와 부모의 환심을 사려고 노력한다.

물론 일부 카페나 아이가 먹을만한 메뉴를 판매하지 않는 식당은 노키즈존을 선언하고 입구에서부터 어린이의 출입을 금하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의 식당은 아이를 동반한 방문이 자연스러운 편이었다.

얼마 전 우리 가족은 외곽에 있는 산장 같은 식당을 소개받았다. 등산길 초입에 위치한 그 식당은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전원주택을 개조한 형식이라 멀리 놀러 가지 않아도 마치 여행을 온 것 같은 기분이 난다고 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아이와 함께 가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주말이 되자마자 주저 없이 아이와 식당으로 향했다.

간단한 국수, 비빔밥과 함께 백숙이나 파전 등을 판매하는 곳이라 아이도 먹을만한 것들이 꽤 있었다. 게다가 주말 가족 손님들이 많아서인지 아이 또래 친구들도 더러 보였다. 좌식으로 앉아서 먹는 테이블이라 아기 의자는 따로 없었다. 움직임에 딱히 제약이 없으니 음식이 나오는 시간을 기다리기 힘든 아이들이 자리를 이탈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부모들은 눈치껏 아이를 말리기도 했지만 아이들은 말리는 부모가 더 재미있다는 양 소리를 지르거나 다른 장난거리를 찾았다. 요즘은 소위 ‘맛집’의 성수기인데다가 주말이다 보니 기다리는 손님도 많았고 자연스레 주문도 늦어졌다. 그리고 그럴수록 아이들의 저지레는 늘어갔다.

식사가 나오면 더욱 가관이었다. 딱히 아이 식기가 없으니 더 많이 흘리고 주위를 어지럽히며 먹었다. 부모들은 미안한 마음에 한 손에는 숟가락을, 한 손에는 휴지를 부여잡고 식사를 했다. 제법 혼자 숟가락질을 잘 하는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라도 빨리 먹이려고 떠먹이기 바빴다. 그러나 이토록 좌불안석인 부모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식당 주인의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른 것 같았다.

조금 서툴지만 우리도 식사하는 중이에요. ⓒ여상미
조금 서툴지만 우리도 식사하는 중이에요. ⓒ여상미

일부 소란스러운 아이들에게 대놓고 눈치를 주는가 하면, 아이들이 있는 테이블의 추가 주문은 웨이팅이 길다는 핑계로 받지도 않았다. 자꾸 흘리며 먹는 아이 테이블 근처를 서성이며 보란 듯이 주변을 정리하기도 했다. 우리 아이 때문에 식당에 피해를 주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크긴 했지만 아이도 엄연히 손님인데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 건가 싶어 속상한 것도 사실이었다.

식사 예절이 부족하고, 먹는 행위가 능숙하지 못하다고 해서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눈치를 봐야 할 필요가 있었을까? 괜히 내가 먼저 지나치게 주변을 의식해 나름대로 식사 중인 아이를 제지한 것만 같아 오히려 아이에게 더 미안할 지경이었다.

아이들은 (물론 서툴기는 하지만) 저마다의 방식으로 사회적인 규범을 배워 나간다. 그것은 꼭 교육기관이나 가정뿐만 아니라 이웃 사회, 집을 벗어나 마주하는 모든 것들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어른들의 눈으로 보기 불편하고 꺼려지는 아이들의 행동들은 사실, 우리 모두의 과거이기도 하지 않은가!

매일 같이 밥 먹는 부모조차 아이 없는 식탁이 편할 때가 있다. 하지만 늘 신경 쓰고 불편해하는 것은 어른인 우리들이었지 아이들은 한결같았다는 생각이다. 어른들 눈에는 이마저도 장난 같아 보이지만 그들도 그저 식사를 하고 있을 뿐이다. 배가 고프고, 음식을 먹는 행위는 모든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이니까.

아이라고 해서 특별히 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이런 아이들을 응원하기는커녕 일단 나는 피하고 보자는 식의 태도는 진정한 어른이라고 보기 어려울 것 같다.

노키즈존이라고 굳이 써 붙이지는 않았지만 부모는 늘 이러한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배워가는 과정에 있는 아이들의 서툰 방식도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가 왔으면 좋겠다. 그래야 이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다시 아이를 대하는 방식에서 희망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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