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는 어떻게 유보통합을 했을까 
뉴질랜드는 어떻게 유보통합을 했을까 
  • 기고=최인화
  • 승인 2022.02.22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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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마이크 특별기고] 4. 최인화 명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올 3월 9일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후보 중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 사람은 누구일까?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이들에게 평등한 출발과 공정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통합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 왜 유보통합은 필수적인 과제인지, 보육 분야와 교육 분야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편집자 주

최인화 명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최인화
최인화 명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최인화

제20대 대선을 앞두고 유보통합의 과제를 이번에는 꼭 해결하고자 하는 열망이 높다. 약 40년 전에 영유아의 돌봄과 교육의 관리부처를 일원화한 뉴질랜드 유보통합의 역사적 배경과 과정을 통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원고는 ‘보육 선진국의 유보통합 과정 및 통합 시스템 연구’(2019, 서울시)보고서에서 발췌한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하였다. 

유보통합 이전 뉴질랜드의 영유아서비스에 대한 관리와 지원은 교육부와 사회복지부, 아오리 언어학교를 지원하는 아오리 담당부로 나뉘어 있었다. 교육부 담당의 유치원은 시간제 서비스로 반나절만 운영되었다. 지역 사회 기반의 비영리기관인 유치원협회에서 취학 전 3~5세 유아를 대상으로 한 유치원을 운영했다. 교사급여를 포함해 유치원 관리와 운영과 관련해 학교만큼은 아니지만 정부로부터 상당한 지원을 받았다. 

사회복지부는 주로 맞벌이 가정의 영유아를 위해 개인이나 지역 사회에 의해 운영되는 보육시설을 관리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부모들이나 한부모 가정에는 보조금을 제공했지만 정부 지원을 최소화함으로써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부모의 부담이 높았다. 보육종사자는 노동자로 구분됐으며, 교육 수준이나 처우가 유치원교사에 비해 낮았다. 보육시설의 규모나 제공되는 보육의 질도 매우 다양했다. 

◇ “유보통합 위해… 보육·유아교육 전문가·부모, 한목소리 중요”

맞벌이 가정이 증가하면서 보육과 유아교육에 대한 동일한 수준의 정부 지원 요구가 높아졌다. 1970년대 초반부터 여성을 중심으로 보육시설에서의 교육서비스 제공과 교육부로의 관리부처 이관에 대한 주장이 등장해 논의가 이어졌다. 그러나 유보통합에 있어 유아교육과 보육 양 단체에서 많은 반대가 있었다. 특히 사립보육시설연합회 등은 공적 기관이 자신들을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통합에 적극적으로 반대하였다. 

그러나 보육노동자노조와 유치원연합노조는 서로 다른 배경과 정체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통합유아노조’를 설립해 같은 사무실을 사용하면서 유보통합을 위한 공동체 차원의 노력을 지속해서 기울였다. 여성단체나 정치적 집단, 노조, 교육 단체 등 많은 지역 사회 로비스트들과 협력하였다. 우리나라도 유보통합에 있어 유아교육과 보육 단체 간 연합이 보다 더 요구된다.

뉴질랜드의 유보통합 당시 유치원교사로 유치원연합노조를 이끌었던 린다 미첼(Linda Mitchell) 와이카토 대학교 교수는 “부모들은 자녀를 위해 최고를 원하므로 부모들과 긴밀히 협조하고 같은 편에 서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뉴질랜드에서는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최고를 원하는 여성들에 의해 통합이 이루어졌다”며 부모들과 협력이 유보통합을 반대하는 세력에 맞설 수 있다고 전했다. 이는 ‘아동의 최선의 이익’을 위한 유보통합을 위해 보육과 유아교육 전문가는 물론 부모, 모두가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함을 시사한다.

유보통합을 위해 모인 각계의 목소리는 중도좌파인 노동당의 선거공약에 유보통합이 포함되도록 하였다. 1984년에 집권한 노동당은 관련 법률의 정비를 통해 선거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였다. 

◇ “아동의 최선의 이익 고려… 교육부 일원화, 교사교육기간 3년으로 통합”

가정기반서비스제공협회 소속으로 영유아에게 자신의 가정에서 돌봄과 교육을 제공하는 가정기반서비스. ⓒ최인화
가정기반서비스제공협회 소속으로 영유아에게 자신의 가정에서 돌봄과 교육을 제공하는 가정기반서비스. ⓒ최인화

뉴질랜드에서 법적 체계를 통해 유보통합 진행 과정에서 정부 부처와 단체 간에 여러 이견이 발생하였다. 일례로 영아를 주 대상으로 하는 가정기반서비스의 경우, 원래 사회복지부에 남아있기로 했으나 법률 제정 직전에 관련 단체들의 요청으로 교육부로 이관되었다. 유보통합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교육부 일각에서는 사회복지부에서 다시 맡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유보통합 대상 연령이나 시설, 기관 유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관련 집단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가능한 모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되 아동에게 가장 유익한 방향으로 통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유아교육과 보육의 관리부처를 교육부로 일원화하는 구조적인 유보통합이 결정된 후, 실질적인 통합과 주요 의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실무위원회가 조직되고 포럼이 개최되었다. 다양한 유아교육과 보육 배경을 가진 대표자들은 토론을 통해 통합 초기 5년 동안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를 제시하였다. 집권 정당이 바뀌더라도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되도록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도록 정부에 요구하였다. 

사회복지부에서 집행하던 정부의 보조금은 교육부로 이전되었고, 보육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공무원들은 교육부로 소속이 변경되었다. 통합 직후 교육부 내부의 유아 보육과 교육에 대한 지식과 이해도뿐 아니라 열의가 낮았으나 교육부 장관과 담당 교육국장의 적극적인 지원은 유보통합의 정착에 많은 기여를 했다. 유보통합에 따른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관리부처의 통합이라는 구조를 확실하게 세운 후, 담당 부처의 확고한 의지를 기반으로 전문가와 관련자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한 장기 정책 즉 설계도를 작성해야 한다. 그에 따른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마련하고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이다.

교사의 질과 위상을 높이기 위해 교사 교육 기간과 교사 교육 프로그램의 핵심 내용을 통합하였다. 통합 이전 유치원 교사는 2년, 보육종사자는 1년이었던 교사교육 기간을 모두 3년으로 통합하였고 이를 위해 통합 초기에는 예비교사를 위한 장학금과 교사와 소속 기관을 위한 지원금 등을 제공하였다. 교사자격증의 종류에 따라 유효기간을 두고 지속해서 역량을 강화하도록 했다. 유아교육·보육 기관 내 자격을 갖춘 교사의 비율에 따라 정부의 지원금에 차등을 둠으로써 교사 자격 수준을 높이고자 하였다. 

유보통합 초기에 교사의 자격에 대한 엄격한 규제보다는 적극적이고 계획적인 재정 유인책을 통해 자발적으로 교사의 자격 수준을 높이고자 한 정책은 우리도 도입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교사교육과정에서 돌봄과 교육을 아우르며 영아부터 취학 전 연령을 포함하도록 하였고 교사교육기관을 감독하고 지원하는 기관을 두었다. 뉴질랜드는 행·재정이나 교사자격의 통합과 함께 국가 교육과정인 테파리키(마오리어로 '잘 엮어서 짜여진 매트')를 개발했다. 공공서비스부 산하에 ERO(Educational Review Office)라는 평가기관을 설립해 유아교육·보육기관뿐 아니라 초등과 중·고등학교의 질에 대해 평가하고, 보고하는 법적 책임을 지도록 했다. 유보통합 이후 모든 유아교육·보육서비스에 대한 정부의 공적 지원과 함께 책무성이 강화됐지만 교사 주도의 유아교육·보육기관인 유치원과 교육보육센터, 가정기반센터 간에도 기관 고유의 설립목적에 기반한 다양성과 자율성이 존재한다. 

◇ “유치원교사와 보육교사, 교사급여 체계와 재원 확보에 대한 논의와 정책 마련 필요"

뉴질랜드의 다양성 존중의 가치는 공원 내 위치한 그네의 형태에도 반영됐다. 다양한 연령대에 적합한 그네에서부터 혼자 혹은 여럿이 탈 수 있는 그네, 다양한 재질과 형태 그리고 휠체어에 앉은 채로 탈 수 있는 그네까지 있다. ⓒ최인화
뉴질랜드의 다양성 존중의 가치는 공원 내 위치한 그네의 형태에도 반영됐다. 다양한 연령대에 적합한 그네에서부터 혼자 혹은 여럿이 탈 수 있는 그네, 다양한 재질과 형태 그리고 휠체어에 앉은 채로 탈 수 있는 그네까지 있다. ⓒ최인화

특히 뉴질랜드의 경우 유아교육보육서비스에 대한 정부의 비용 부담이 높은 편이지만 한국과 같은 무상보육과 교육은 실시되지 않고 있다. 교사주도의 유아교육보육서비스를 이용하는 3~5세 유아들에게만 하루 6시간 이내, 주당 최고 20시간까지의 무상교육 시간을 지원한다. 20시간 무상교육 시간을 초과해서 이용할 경우의 부모 부담 이용료는 기관에 따라 다르고, 두 개 이상의 기관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관에서 20시간 무상교육 시간을 사용했는지 여부에 따라서도 초과 이용 시간에 대한 이용료가 달라진다. 

서비스기관 유형에 따른 규정을 갖추면 인가를 받을 수 있으며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보조금은 시설유형이나 영유아의 연령 및 이용 시간(종일반·시간제) 그리고 자격을 갖춘 교사의 비율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부모가 부담하는 서비스이용료는 기관에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으며 상한선이 없다. 따라서 시간제나 반나절만 운영하며 주로 비영리로 운영되는 3~5세 대상의 유치원에 비해 민간에 의해 운영된다. 0~5세를 대상으로 대부분 종일반 등록을 기본으로 하는 교육보육센터의 경우, 부모 부담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다. 교육보육센터는 반일만 이용해도 종일반 이용료를 내야 하고 최소 한 주에 이틀 이상을 등록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뉴질랜드에서 만난 전문가 중에는 높은 이용료가 아동의 기관에 대한 접근성을 제한하기 때문에 정액제는 아니더라도 상한제는 꼭 필요하다는 의견과 부모의 선택권을 폭넓게 보장하기 위해서는 기관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공존하였다. 

뉴질랜드에서는 통합 초기에 교사의 자격요건 통합을 추진하면서 동일 자격에 대한 동일 급여 제공이라는 목표를 세웠지만 아직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보육센터교사의 경우, 개인마다 연봉계약을 통해 급여가 결정된다. 교육보육센터가 자격교사 비율에 따른 정부의 지원을 최대한 받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정한 교사의 최저급여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

유치원교사의 경우, 연봉협상을 통해 급여가 결정되지만 정부와 교사노조 간의 단체 협약에 의해 자격요건에 따른 최저급여가 정해지기 때문에 교육보육센터에서 근무하는 교사보다 대부분 더 많이 받는다. 우리나라도 유보통합을 위해서는 유치원교사와 보육교사 간에 존재하는 동일 자격 간 임금 격차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포함한 교사급여 체계와 재원 확보에 대한 논의와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도 20대 대선을 앞두고 4대 정당이 모두 유보통합에 대해 찬성한다는 공약을 발표하였다. 어느 정당이 집권 이후에 유보통합이라는 공약을 실제로 이행할 수 있을지 잘 살펴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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