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매일 아침, 우리 곁을 찾아오는 중입니다
[육지사람 제주살이 이야기] 154. 우리는 충분히 잘하고 있고, 우리는 충분히 잘살고 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창밖부터 바라봅니다. 습관처럼 커튼을 젖히고, 어제보다 조금 옅어진 하늘빛을 조용히 확인합니다. 새벽 사이 비가 스쳤는지 거리는 반들반들 젖어 있고, 그 위로 흐릿한 햇살이 얇게 번집니다. 평범한 루틴 속에 아무 생각 없이 아침을 맞이하지만, 이따금 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희망이란 게 대체 어디 있는 걸까?"
마음이 무겁고, 일상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날엔 '희망'이라는 단어가 너무 멀게 느껴집니다. 내가 아무리 애쓰고 살아도 달라지는 건 없어 보이고, 문득 ‘이대로 평생 가는 건 아닐까’ 싶은 불안이 깊은 한숨처럼 몸을 타고 흘러내립니다.
그렇게 또 하루를 지나고 나면 다시 어김없이 아침이 찾아옵니다. 그리고 그 아침은, 아무 일 없다는 듯 나를 향해 또 한 번 문을 엽니다. 그 사실이 요즘엔 참 '기적'처럼 느껴집니다. 희망은 거창한 미래나 대단한 성취가 아니라, 오늘 하루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것.
좋은 일이 생겨서가 아니라, 그저 아직 살아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 이미 충분히 의미 있는 하루가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자주 잊고 살아갑니다. 커피포트에 물을 붓고, 뉴스를 켜두고, 집안 정리를 하고, 출근 준비를 하고, 거울 앞에 선 나를 바라보는 그 짧은 찰나들. 그 자잘하고 평범한 일상 안에 작고 조용한 희망들이 숨어있습니다.
식구들이 먼저 일어나 “잘 잤어?”하고 인사할 때, 어제보다 덜 지친 얼굴로 거울을 마주할 때, 오랜만에 하늘이 맑은 날, 우산 없이 집을 나설 때,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한 사람을 볼 때, 단골 커피숍 사장님과 다정한 안부를 나눌때, 그 모든 순간이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고, 희망은 늘,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사이 '아침과 함께 우리 곁에 찾아와 있었다'는 신호입니다.
그러니 너무 멀리 있는 희망을 찾지 않았으면 합니다. 새로운 직업, 더 나은 관계, 더 멋진 내가 되지 않아도, 더 나은 내일을 확신할 수 없어도, 우리는 여전히 매일 아침을 열 수 있고, 그 아침 안에서 우리를 살아가게 할 새로운 한 줌의 힘을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지금 나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내가 잘 살아가고 있다는 확신이나 눈에 보이는 성취가 아니라, 그저 다시 하루를 살아보겠다는 마음. 그 마음을 지켜내는 아주 작은 용기일지 모릅니다.오늘도 우리는 살아냅니다. 비틀거려도, 느려도, 지쳐도. 살아낼 것입니다. 그러니, 오늘 하루도 다정하게, 묵묵하게 한 발, 한 발 나아가 보아요.
우리는 충분히 잘하고 있고, 우리는 충분히 잘살고 있습니다. 희망은 멀리 있는게 아니라, 이미 이 아침에 와 있다는 사실 꼭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칼럼니스트 김재원은 작가이자 자유기고가다. 세계 100여 국을 배낭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작가의 꿈을 키웠다.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에 사는 '이주민'이 되었다. 지금은 제주의 아름다움을 제주인의 시선으로 알리기 위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에세이 집필과 제주여행에 대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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