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아트스페이스, ’디지털시대의 회화, 하양’ 전시 개최
디지털시대의 회화적 언어를 구축해 가는 박지은, 윤영빈, 정이지의 3인전
교보문고가 운영하는 전시 공간 교보아트스페이스는 ‘디지털 시대의 회화, 하양’ 전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90년대생 작가 박지은, 윤영빈, 정이지가 참여해 신작과 국내 미공개 발표작을 포함한 총 23점의 회화 작품을 선보인다고 19일 밝혔다.
‘디지털 시대’라는 말은 어느새 지나간 시절의 고어(古語)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인상과는 달리,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짤’과 ‘밈’을 포함해 일상사를 담은 수천 장의 이미지가 디지털 기기 위를 끊임없이 스쳐 지나가는 환경 속에 놓여 있다. 동시대인의 삶이란 같은 이미지를 보고 곧바로 다른 이미지로 이동하는 경험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지털 시대의 회화, 하양’ 전시는 이러한 시대 속에서 손으로 붓을 쥐고 작업을 이어가는 박지은, 윤영빈, 정이지 세 작가의 회화를 따라간다. 여기서 ‘하양’은 바깥 세계와 연결되며 정체를 만들어 가는 텅 빈(empty) 화면을 은유하는 동시에, 전시 공간으로서의 화이트 큐브(white cube)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동시대 작가들은 이러한 환경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작업하고 있을까. 이번 전시는 세 작가의 회화가 디지털 네트워크 사회와 어떻게 연결되며 각자의 정체를 형성해 가는지를 살펴본다.
박지은 작가는 사료 속에서 ‘남성’으로 인식되어 온 불교의 수호신 ‘사천왕’을 2020년대 ‘서울의 소녀’로 재해석해 그려낸다. 고전적 도상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인생 네 컷’이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 현대의 시각 문화와 결합해 유쾌하게 변주한다. 작가는 전통 한지와 수묵, 천연 안료를 사용하지만, 결과물은 웹툰이나 순정만화를 연상시키는 미감을 띈다. ‘소녀 사천왕’ 시리즈의 인물들은 각기 프로필을 지닌 자아로 인식되는데, 이는 사천왕을 고정된 신상이 아닌 디지털 시대에 맞춰 가상 공간 속에서 정체를 바꾸고 옷을 갈아입는 아바타로 확장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윤영빈 작가는 현실의 풍경을 직접 묘사하기보다, 디지털로 가공된 클립아트(Clipart)나 포토 프레임, 쉽게 구할 수 있는 팬시 용품 등 다소 가볍게 보이는 이미지들을 수집하고 조합한다. 이러한 이미지들을 캔버스 위에 물성을 지닌 회화로 완성하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붓의 흔적과 물감 자국을 통해 회화의 존재 방식을 탐구한다. 작가는 한 좌담에서 “무언가를 새롭게 창작하기를 포기하기로 했다”고 말하며, 디지털 이미지를 자유롭게 차용하는 태도를 드러낸 바 있다. 이는 의도를 투영하는 ‘자아’를 지우고, 회화 작가로서의 역할을 ‘전달자’로 재정의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정이지 작가는 무한 스크롤의 속도에 저항하며 느린 회화의 시간을 구축한다. 주로 직접 촬영한 스냅 사진을 참고하되, 불필요한 요소를 삭제하고 변형해 핵심만을 화면에 남긴다. 이는 디지털 이미지를 다루는 자연스러운 ‘편집의 과정’으로, 그 결과 캔버스는 사실성을 재현하는 공간이 아니라 ‘분위기, 감정, 감각’과 같은 미묘한 뉘앙스가 떠도는 스크린이 된다. 작가는 자신의 그림이 “만화의 한 컷이나 영화•드라마의 프레임처럼 보인다”고 말하는데, 이는 회화 역시 책의 표지나 인스타그램 피드처럼 납작해진 동시대의 시각 경험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작가들의 반응이 투영된 회화를 통해 관객은, 이미지 과잉의 환경 속에서도 각자가 고유한 방법으로 ‘회화의 언어’를 새롭게 구축해 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는 2026년 2월 1일까지 교보문고 광화문점 내 교보아트스페이스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전시 기간 중 관객을 위한 미술 프로그램도 마련될 예정이다.
Copyright ⓒ 베이비뉴스 · pr@ibabynews.com저작권자 © 베이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베이비뉴스 기사후원 ARS 1533-5155후원 안내























댓글 0
댓글을 쓰면 댓글 운영정책과 이용약관에 동의한 것으로 봅니다. 신고된 댓글은 24시간 안에 검토합니다 · 문의 pr@ibabynews.com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