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 앉아 있지만, 배움은 시작하지 못한 아이들
[이주배경아동, 함께 키워요] 28. 서평택다이룸센터 김대환 센터장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은 우리 사회에서 성장하는 모든 아이들이 차별 없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이주배경아동, 함께 키워요’ 연속 기고를 마련했습니다. 이번 연재는 언어·문화 장벽과 불안정한 법적 지위로 인해 여전히 교육과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배경아동들의 실태를 조명하고 제도적 개선 방향을 모색합니다. 모든 아동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포용적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공감과 연대의 마음이 확산되길 바랍니다. - 편집자 말
교육부의 ‘2025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전국 이주배경아동 수는 2025년 8월 기준 처음으로 20만 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학교 안에서 이주배경아동들이 마주하는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단지 교실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고 해서 교육권이 온전히 보장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주배경아동들은 이주의 배경에 따라 입학 자체도 쉽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입학을 했더라도 배움을 이어가기엔 어려움이 적지 않다. 이 아이들이 공교육에 진입하며 가장 먼저 마주하는 문제는 학년 배정의 불일치와 기초 문해력 부족이다. 본국의 학업 이력이 충분히 인정되지 않거나 한국어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실제 나이보다 낮은 학년에 배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배움이 시작돼야 할 교실이 오히려 고립의 공간이 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서평택다이룸센터가 위치한 서평택 포승 지역을 보면 초등학교 교실에서 부모 모두가 우리 국적인 학생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이다. 이 아이들 상당수는 기본적 의사소통은 가능하지만 읽고 쓰기 중심의 한국어 학습에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일 큰 문제는 교육 현장에서의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학교 내 한국어 학습지원반은 포화 상태이며, 한국어를 어느 정도 알아듣는다는 이유만으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 나이보다 낮은 학년에 배정되며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많다.
고학년이 될수록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일부 학생들은 낮은 내신과 부족한 지역 교육 인프라로 인해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거나, 학업을 중단하는 경우까지 생긴다. 학업을 중단한 이후 뒤늦게 센터를 찾아 한국어 교육을 받는 청소년들도 적지 않다.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생계를 우선해야 하는 현실은 아이들의 꿈과 진로 탐색 기회까지 제한하고 있다. 여기에 돌봄 공백과 정서적 고립까지 이중고를 겪으며 꿈을 꾸는 것 자체를 고민하게 되는 경우까지 생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실제로 배울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가는 일이다. 입학의 문턱을 낮추는 일과 함께 입국 초기 집중적인 한국어 교육과 기초 문해력 지원, 예비학교 확대, 유연한 학년 배정 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수준별 한국어 교육 역시 보다 촘촘하게 제공될 필요가 있다. 이주배경아동들이 겪는 학업중단과 고립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공동체가 함께 해결해야 나가야 하는 과제이다. 아이들의 서툰 한국어 속에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가능성과 꿈이 숨어 있다. 그 가능성을 발견하고 키워낼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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