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이주배경 아동 7.7%, 같은 교실에서 함께 자라는 아이들
사회통합은 보육·교육 현장에서 시작된다... 어린이집과 교실이 통합의 출발선
소장섭 기자[email protected]수정 2026.10.28 08:44
국가데이터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일 기준 국내에 3개월 이상 거주한 이주배경인구는 약 281만 명이다. 2030세대 10명 중 1명이 이주배경을 가진 시대가 된 것이다. 더 눈여겨볼 것은 이 변화가 이미 우리 아이들의 일상 안에 들어와 있다는 점이다.
24세 이하 아동·청소년 가운데 이주배경인구 비중은 7.7%까지 올라왔다. 통계표 속 비율로만 보면 멀게 느껴지지만, 풀어서 보면 가까운 이야기다. 어린이집에서 우리 아이와 나란히 낮잠을 자고, 유치원에서 같이 노래하고, 학교에서 짝꿍이 되는 친구가 그 7.7%에 속할 수 있다. 이주배경 아동은 특별한 곳에 따로 존재하는 아이들이 아니다. 이미 우리 아이들과 같은 공간에서 하루를 보내고, 함께 놀고 배우며 성장하고 있다.
'이주배경'이라는 말이 '다문화'를 대신해 쓰이기 시작한 것도 이런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특정 집단을 따로 구분하는 시선에서 벗어나 사회 구성원 전체를 하나의 틀에서 보자는 흐름으로 읽힌다. 부모의 출신 국가나 사용 언어, 문화적 배경이 다르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별도의 범주에 가두기보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으로 바라보자는 의미일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름만 바꾼다고 아이들이 처한 환경까지 달라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문제의 핵심은 우리 정책이 이들을 여전히 '도와줘야 할 대상'으로만 보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주배경 아동은 보호받는 존재이기 전에 같은 교실에서 함께 자라며 앞으로 이 사회를 함께 꾸려 갈 구성원이다. 물론 언어와 문화의 차이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지원은 충분히 제공돼야 한다. 그러나 지원의 목적이 단순히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아이들이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다른 아이들과 동등하게 배우며,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보호의 관점만으로는 이 아이들이 앞으로 맡을 몫을 담아낼 수 없다.
부모와 아이의 입장에서 이 문제는 아주 구체적이다. 이주배경 부모에게는 어린이집 알림장과 가정통신문, 입학 안내문이 첫 번째 장벽일 수 있다. 아이에게는 낯선 언어로 진행되는 수업과 또래 사이의 시선이 하루하루의 부담이 될 수 있다. 부모가 학교와 어린이집에서 전달하는 정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필요한 상담을 제때 받지 못한다면, 그 어려움은 아이에게도 고스란히 이어질 수 있다. 단순히 한국어를 잘하는지의 문제가 아니라 양육과 교육에 필요한 정보에 얼마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지의 문제이기도 하다.
반대로 이주배경이 없는 가정의 부모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 아이가 어떤 친구들과 어떤 분위기에서 자라는지는 교실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친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함께 어울리는 경험은 아이들에게 세상을 이해하는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반면 차이를 이유로 누군가를 배제하거나 놀리는 일이 반복된다면, 그 교실은 어느 아이에게도 안전한 공간이 되기 어렵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태도는 특정한 아이들만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모든 아이가 함께 배워야 할 삶의 기본이다.
그래서 사회통합의 출발점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보육·교육 현장이어야 한다. 영유아기부터 언어와 학습을 지원하고, 보육교사와 교사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아이들을 만날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부모와의 소통 창구도 넓혀야 한다. 가정통신문과 교육 안내 자료를 다양한 언어로 제공하고, 부모가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도 현실적인 출발점이다. 무엇보다 교실 안에서 차별과 편견이 당연한 일처럼 받아들여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개별 어린이집이나 학교, 교사의 노력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교육 자료와 전문적인 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보육과 교육, 가족 지원 정책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아이들이 어느 지역에 살든, 부모의 출신 국가가 어디든,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정책의 성패는 제도가 얼마나 많이 만들어졌느냐가 아니라 아이와 부모가 현장에서 그 변화를 실제로 체감하느냐에 달려 있다.
저출생으로 아이 한 명 한 명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시대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소중하게 여겨야 할 아이의 범위를 좁게 설정해서는 안 된다. 태어난 곳과 부모의 배경이 다르다는 이유로 어떤 아이의 가능성이 충분히 펼쳐지지 못한다면, 그것은 그 아이만의 손실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손실이다. 모든 아이가 자신의 능력을 키우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일은 미래를 위한 투자이기도 하다.
281만이라는 숫자는 우리 사회가 이미 달라졌다는 확인이자, 이제 준비하라는 신호다. 이주배경 아동의 증가는 언젠가 닥칠 미래의 과제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다. 같은 교실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출발선에서부터 다른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하는 것. 서로의 차이를 낯설어하거나 배척하기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저출생 시대에 아이 한 명 한 명의 가능성을 소중히 여기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출신 국가를 선택하지 않는다. 어떤 언어와 문화 속에서 태어날지도 선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떤 환경에서 배우고 성장할지는 우리 사회가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다. 모든 아이가 같은 교실에서 존중받고, 자신의 꿈을 키우며, 우리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준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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