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장벽을 넘어, 모든 아이에게 공평한 꿈의 시작점을
[이주배경아동, 함께 키워요] 29. 이주배경아동 16세 강미나(가명)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은 우리 사회에서 성장하는 모든 아이들이 차별 없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이주배경아동, 함께 키워요’ 연속 기고를 마련했습니다. 이번 연재는 언어·문화 장벽과 불안정한 법적 지위로 인해 여전히 교육과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배경아동들의 실태를 조명하고 제도적 개선 방향을 모색합니다. 모든 아동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포용적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공감과 연대의 마음이 확산되길 바랍니다. - 편집자 말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난 나는 부모님과 함께 만 8세에 한국에 왔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모든 것이 낯설었다. 거리의 간판도, 사람들의 대화도 쉽게 알아들을 수 없었다. 가장 어려웠던 곳은 학교였다. 한국어 인사밖에 할 수 없던 나에게 선생님 말씀은 외계어처럼 들렸다. 내 생각을 표현하기 어려웠고, 친구들의 말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친구들하고만 어울리게 됐다.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한국어나 학교생활에는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부모님과 병원, 은행, 관공서에 가는 일은 적응하기 어려웠다.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부모님 대신 내가 듣고 통역해 드려야 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도 한국어가 서툰 친구들을 대신해 선생님께 의견을 전달하는 일이 많아졌다. 처음에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뿌듯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혼자 감당해야 하는 일들이 버겁게 느껴졌다.
이러한 문제는 나만 마주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한국어가 미숙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채 겉돌거나, 가족의 비자 문제나 불안정한 가정환경으로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우리처럼 도움을 받아야 하는 환경의 친구들이 충분한 지원을 받기 어려운 걸까?’
지금 학교에서는 한국어 교실이 운영되지만, 학생 수가 많아 개인별 수준에 맞춰 교육이 이뤄지기에는 한계가 있다. 부모를 위한 한국어 프로그램이 있어도 생계를 위해 하루 대부분 일하는 가정이 많아 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좋은 제도와 프로그램이 있어도 정작 필요한 이주배경아동과 가정에서 참여하지 못한다면 실효성이 있다고 보긴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에 이주배경아동 개개인에 맞는 학교 적응과 한국어 향상을 위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입학 전후 아동에게는 기본적인 한국어와 학교생활, 어느 정도 학교가 익숙해진 아이에게는 교과 수업을 따라갈 수 있는 멘토 배정 및 보충 수업 등 적응 단계별로 필요한 지원이 주어지면 좋겠다. 또한, 이주배경아동 가정에서 충분히 이용할 수 있도록 주말, 야간 등 다양한 시간대에 지원 프로그램이 제공되길 바란다. 부모님들이 시간이나 장소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지원을 활성화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아동의 배경과 무관하게 꿈 꿀 기회는 공평해야 할 것이다. 언어와 환경의 차이로 인해 우리가 너무 일찍 자신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도록, 어른들이 좀 더 세심하게 아동의 상황을 살피고 지원의 문턱을 낮춰주신다면 좋겠다. 이주배경아동 모두가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고 느끼지 않고, 우리의 꿈을 마음껏 말하며 이뤄갈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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