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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년의 날, 스물다섯 자립준비청년이 말하는 ‘함께’라는 의미

[특별기고] 자립준비청년 이현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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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준비청년 이현빈. ⓒ이현빈
자립준비청년 이현빈. ⓒ이현빈

매년 5월, 거리마다 장미꽃과 향수가 가득한 풍경 속에서 사람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성년의 날을 맞이한다. 하지만 나에게 성년의 날은 조금 다른 의미였다. 보호체계의 울타리를 벗어나 자유를 얻은 날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홀로 삶을 감당해야 하는 ‘시련’의 시작이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축하받는 기념일이지만, 자립준비청년에게 성년의 날은 스스로 모든 것을 결정하고 책임져야 하는 무거운 하루이기도 하다.

보호체계 안에서의 정해진 규칙과 통제에서 벗어난다는 사실은 처음엔 큰 해방감을 주었다. 하지만 그 설렘이 슬픔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처음 LH 전세임대주택 계약을 하고 나만의 공간을 얻었을 때를 아직도 기억한다. 문을 열고 들어선 집 안에는 차가운 정적만이 감돌았다. 북적이던 시설과 달리 혼자 남겨진 공간은 생각보다 더 외롭고 막막했다.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다’는 사실은 큰 고립감으로 다가왔고, 나는 점점 마음의 문을 닫아갔다.

어린 시절 나를 시설에 맡긴 부모님에 대한 기억도 나를 위축되게 만들었다. 내가 힘들 때 곁에 없었던 가족들은 경제적 어려움이 닥치자 나에게 연락해와 도움을 청했다. 이런 경험으로 나에게 ‘가족’은 ‘나를 버린 사람들’이라는 상처로 남았고, 가족이라는 단어조차 차가운 벽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그렇게 나는 세상에 혼자 남겨졌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어둠 속을 걷던 내 삶이 달라지기 시작한 건 군 전역 이후 굿네이버스 전북특별자치도자립지원전담기관을 만나면서였다. 담당 선생님은 나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었고, 막막했던 미래를 함께 고민해주었다. 누군가 내 이름을 불러주고 삶을 함께 계획해 준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위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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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준비청년을 위한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며 나의 모습도 달라졌다. 늘 부정적이고 방어적이었던 나는 조금씩 사람들과 어울리고 웃는 법을 배웠다. 자립지원전담기관을 통해 만난 인연들은 내게 또 다른 가족이 되어주었고 차가운 벽처럼 느껴진 ‘가족’이라는 존재도, 이들을 통해 조금씩 따뜻한 의미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을 길러갔다. 

나는 현재 사회복지과에 진학해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굿네이버스 세이프온 장학금 지원사업은 전공 서적을 마련하고 자격증을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고, 내 꿈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발판이 되어주었다. 

흔히 자립준비청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자립 교육’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혼자서는 오래 버틸 수 없는 순간들이 분명 존재한다. 힘든 순간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들,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함께해주는 사회가 있을 때 비로소 앞으로 나아갈 힘도 생긴다. 내가 굿네이버스를 만나 삶의 태도를 바꿀 수 있었던 것처럼, 자립은 혼자 견디는 일이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성년의 날에는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장미꽃 한 송이와 함께 조금 더 따뜻한 관심을 보내주었으면 한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관심과 응원이, 자립준비청년에게는 다시 사람을 믿고 앞으로 나아갈 힘이 되기도 한다. 나 역시 혼자라고만 생각했던 시간에서 벗어나 다시 꿈을 꾸게 되었듯, 언젠가는 나 또한 누군가의 곁에서 손을 내밀어주고 함께 걸어주는 어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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