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 불난 집에 기름 붓는 최악의 AI 활용법
잘잘못 따지기·카톡 속뜻 해석·심리용어 낙인…AI가 부부갈등 키울 수도
"챗GPT한테 물어봤는데, 당신이 잘못한 거래."
요즘 부부상담 심리상담센터에서 심심치 않게 듣는 말이다.
고민이 생기면 AI 채팅창부터 여는 시대, 부부싸움도 예외가 아니다. 누가 잘못했는지 따져 달라고 하고, 배우자가 보낸 카톡의 속뜻을 풀어 달라고 하고, 사과편지를 대신 써 달라고 한다. 문제는 싸움을 끝내려고 열었던 AI 창이 오히려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2027년 창립 15주년을 맞는 헬로스마일 심리상담센터가 부부상담 현장에서 자주 마주치는 장면을 바탕으로, 부부싸움을 키우는 AI 활용법 세 가지를 소개했다.
◇ 첫째, “누구 잘못인지 알려줘”
부부 심리상담 중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장면이다. 각자 휴대폰을 들고 AI에게 상황을 설명한 뒤 누가 잘못했는지 묻는다. 그런데 상황을 설명하는 사람은 언제나 한쪽이다. 내가 얼마나 참았는지는 자세히 쓰고, 배우자가 한 말은 짧게 쓰기 마련이다. AI는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답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남편이 물으면 남편이 이기고, 아내가 물으면 아내가 이긴다. 같은 싸움에 두 개의 판단이 나오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AI의 답을 캡처해 상대에게 보내는 순간, "누가 이겼지"로 상황이 바뀐다는 점이다. 서로를 이해하기보단 서로의 잘못을 입증하기 위한 공방으로 번지고,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다.
◇ 둘째, “이게 무슨 뜻이야?”
배우자가 보낸 카톡을 캡처해 "이 말 무슨 의도야?"라고 묻는다. 짧은 답장, 늦은 답장, 마침표 하나까지 해석을 맡긴다.
AI는 상대방의 하루가 어땠는지 알지 못한다. 그리고 맥락이 빠진 AI의 해석은 대개 나쁜 쪽으로 기운다. 특히 이미 서운함이나 의심이 쌓인 상태라면 AI의 답변 중에서도 부정적인 해석에 더욱 무게를 두기 쉬워진다.
◇ 셋째, AI가 붙여 준 심리 전문용어 들이밀기
"이건 가스라이팅입니다.", "나르시스트의 전형적인 특징입니다."
AI의 답에 이런 단어가 등장하면 싸움의 성격이 완전히 뒤바뀐다. 나의 서운함을 표현하기보다는 배우자에게 문제가 있다고 규정하는 쪽으로 변질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배우자가 ‘문제를 지적받았다’, ‘낙인찍혔다’는 느낌을 받는 순간,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자 하는 마음이 사라지게 된다.
그렇다면 AI를 부부싸움 해결하는 쪽으로 사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누가 잘못했는지 묻는 대신, 내가 무엇에 서운함을 느꼈는지 정리해 볼 수 있다. 배우자의 말을 해석해 달라고 하는 대신,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다른 관점이 있는지 질문할 수도 있다.
헬로스마일 심리상담센터는 "부부싸움에서 정말 필요한 것은 누가 옳은지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서로가 왜 그렇게 느꼈는지 이해하는 과정”이라며 "AI는 한쪽의 이야기만 듣고 답하지만, 부부상담에서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함께 듣고 서로의 감정과 갈등이 반복되는 맥락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AI를 활용해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고 상대방의 관점을 헤아려 보는 것만으로도 갈등의 많은 부분이 해소될 수 있다. 하지만 대화를 시도할 때마다 비난과 방어가 반복되거나, 같은 문제로 계속 다툰다면 두 사람의 이야기를 함께 살펴볼 수 있는 부부상담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심리상담사가 대화 과정에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부부가 잠시 감정적인 대응을 멈추고 차분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며 상대방의 말을 들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서로의 감정과 갈등이 반복되는 맥락을 이해하고 대화 방식을 조금씩 바꿔 가는 것, 그것이 관계 회복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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