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는 아동의 ‘권리’… 하지만 시간도 공간도 없다
놀이는 아동의 ‘권리’… 하지만 시간도 공간도 없다
  • 최규화 기자
  • 승인 2020.11.02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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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서울시 아동의 놀이권 보장을 위한 토론회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쉼을 얻고 여가를 즐기며 놀 수 있는 시간과 공간, 친구들을 돌려주십시오. 자신의 존재 의의와,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을 스스로 찾을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휴식과 쉼, 놀이는 우리들의 것입니다.”

‘서울시 아동의 놀이권 보장을 위한 토론회’에서 사례발표자로 나선 조대원 거꾸로캠퍼스 학생이 한 말이다.

지난달 30일 서울 서소문동 서울시의회에서 ‘서울시 아동의 놀이권 보장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서울시의회 유튜브 생중계 화면 캡처 ⓒ서울시의회
지난달 30일 서울 서소문동 서울시의회에서 ‘서울시 아동의 놀이권 보장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서울시의회 유튜브 생중계 화면 캡처 ⓒ서울시의회

지난달 30일 서울 서소문동 서울시의회에서 ‘서울시 아동의 놀이권 보장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놀 권리와 시간을 잃어버린 아이들에게 제대로 놀고 쉴 권리를 되찾아주기 위한 소통의 장으로 마련된 자리다.

발제자인 양신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선임연구원은 ‘놀이권 실태와 문제점’을 중심으로 이야기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당사국은 휴식과 여가를 즐기고, 자신의 연령에 적합한 놀이와 오락 활동에 참여하며, 문화생활과 예술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아동의 권리를 인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2013년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놀이할 권리를 실현하지 못하게 하는 원인으로 ‘학업성취에 대한 부담’을 꼽았다.

2014년 ‘한국 아동의 놀 권리, 현주소와 대안’(황옥경 외) 연구에서도, 놀이와 여가의 장애 요인으로 ‘학교 학습으로 인한 시간 부족’(20.8%, 2위), ‘너무 많은 학원 교습’(17.5%, 3위)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양 선임연구원은 위와 같은 내용을 비롯해 ‘사교육 학습으로 인한 시간 부족 실태’를 전하며, 놀이권 보장 문제에서 ‘시간’의 문제를 강조했다. 초ㆍ중ㆍ고는 물론 취학 전인 영유아기까지 사교육은 만연해 있다. 육아정책연구소의 2016년 조사에 따르면, 5세아의 83.6%가 평균 2.2가지의 사교육을 하고 있었다.

사교육으로 인한 놀이시간 부족뿐 아니라 교육과정 내 놀이시간 부족 문제도 심각하다. 2016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5세아의 평일 바깥놀이시간은 어린이집 47분, 유치원 46분이었다.

양 선임연구원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제시한 권장 운동시간은 5~17세 아동의 경우 하루 최소 60분 이상이며, 호주 보건부는 3~5세는 최소 3시간 이상의 신체활동을 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며, “이런 기준에 비추어볼 때 (한국 유아 교육과정 내 놀이시간은) 매우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놀이가 여가를 넘어 권리에 해당한다는 사회적 인식 전환 주도해야”

‘서울시 아동의 놀이권 보장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양신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선임연구원. 서울시의회 유튜브 생중계 화면 캡처 ⓒ서울시의회
‘서울시 아동의 놀이권 보장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양신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선임연구원. 서울시의회 유튜브 생중계 화면 캡처 ⓒ서울시의회

놀이 공간 문제도 있다. 양 선임연구원은 2018년 육아정책연구소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대도시에서 연간 이용률이 가장 높은 지역사회 놀이시설은 ‘사설 키즈카페’(89.1%)라고 전했다. 이용 빈도에 있어서는 ‘아파트 단지 내/주택 주변 놀이터’가 연 평균 105.4회가 가장 높았다.

하지만 놀이시설의 만족도를 5점 만점으로 질문한 결과, ‘아파트 단지 내/주택 주변 놀이터’와 ‘유치원, 어린이집 놀이터, 학교운동장’의 만족도가 각각 3.56점, 3.39점으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또한 도시 아동의 56%가 ‘집 주변에 자연이 존재하지 않는 환경에 살고 있다’고 응답했다.

양 선임연구원은 “공간은 놀이의 필수 요소이며 공간에서의 차별과 배제는 놀이권의 침해로 이어지게 된다”고 그 의미를 강조하며, “특히 대도시의 아동은 자연 환경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고 수시로 이용할 수 있는 지역사회 내 놀이시설이 매우 제한적임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발제자인 이수정 놀이하는사람들 대표는 놀이권 조례 제정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대표는 “(여러 지역에서) 놀이권 관련한 조례 제정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주로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목표로 하는 조례가 월등하게 많다”며, “인증을 경쟁적으로 하면서 해당 조례는 각 지역의 특성을 살리거나 다양한 내용과 의미를 담기 보다는 ‘형식과 속도’에 치중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많은 지자체들이 아동친화도시 인증에 나서고 있지만, 우리 사회의 놀이권 인식 수준은 높지 않다. 이 대표는 “아동의 놀이할 권리에 관한 우리 사회 인식 수준은 여전히 낮은 단계”라며, “성인의 주 52시간 이상 노동 금지에는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아동의 휴일 사교육 금지에는 고개를 젓기도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대표는 “(놀이권 보장을) 행사나 프로그램으로 때우려 할 것이 아니라 아동의 현실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다양한 지원, 전담기구 설치, 민관 네트워크 운영 등 다방면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놀이권 조례가) 아동의 놀이가 여가를 넘어 권리에 해당한다는 사회적 인식의 전환을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놀 권리 조례 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시민들의 기대 확인”

‘서울시 아동의 놀이권 보장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이수정 놀이하는사람들 대표. 서울시의회 유튜브 생중계 화면 캡처 ⓒ서울시의회
‘서울시 아동의 놀이권 보장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이수정 놀이하는사람들 대표. 서울시의회 유튜브 생중계 화면 캡처 ⓒ서울시의회

지난 8월 권수정ㆍ봉양순 의원은 ‘서울특별시 아동의 놀이권 보장을 위한 조례안’을 공동발의한 바 있다. 조례안은 ▲아동의 놀이시간 확보 ▲놀이공간의 물리적 확대 ▲놀이 친화적 지역사회 조성 ▲지원 인프라 구축 및 전담기구 구성 ▲양육과 돌봄인력ㆍ공적 담당자들의 인식 변화 등의 내용을 두루 담고 있다.

지난 8월 13일부터 한 달간, 서울시 시민참여 플랫폼 ‘민주주의 서울’에서는 “아이들의 놀 권리를 보장하는 조례를 만들면 어떨까요?”라는 주제로 온라인 시민토론이 진행됐다. 강윤경 서울시 서울민주주의담당관 민주주의공론기획팀장은, 361명이 참여해 369개의 의견을 남긴 온라인 시민토론 결과를 전했다.

그 결과 ‘놀이의 필요성에 공감’ 34.0%, ‘놀 권리 보장을 위해서 경쟁적 교육환경 개선 필요’ 20.3%, ‘놀이공간 조성의 필요성 강조’ 11.8%, ‘놀이방식의 보급과 시간 확보’ 10.4% 등의 의견이 모아졌다.

이를 바탕으로 강 팀장은 ▲놀이는 아동의 성장과 발달에 교과과정만큼 많은 영향을 미치므로 놀 권리 조례 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시민들의 기대를 확인 ▲입시 위주의 교육환경에서 놀 권리 보장을 위해 놀이시간 확보는 물론 놀이방식을 보급하고 확대할 수 있는 전담부서와 인력 필요 등의 시사점을 도출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아동ㆍ청소년 당사자들이 직접 사례발표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청소년의 놀이와 쉼’(조대원 거꾸로캠퍼스 학생), ‘청소년에게 놀이가 중요하고 필수적인 이유’(김은하수 서울 중화중학교 3학년), ‘우리가 원하는 놀이 공간’(이의령 서울 문창초등학교 6학년)을 주제로 세 명의 발표자가 이야기했다.  

‘서울시 아동의 놀이권 보장을 위한 토론회’는 서울시의회가 주최하고, 서울시의회 권수정ㆍ봉양순 의원과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서울시 아동 놀이권 조례 제정을 위한 시민연대’가 함께 주관했다.

‘서울시 아동 놀이권 조례 제정을 위한 시민연대’에는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놀이하는사람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어린이어깨동무, 중랑행복교육,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서울아동옹호센터 여섯 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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