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무조건 ‘안돼’는 안돼요!
아이에게 무조건 ‘안돼’는 안돼요!
  • 칼럼니스트 정효진
  • 승인 2021.08.0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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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는 육아법] 아이에게 쓰는 '안돼'라는 말의 의미
물론 ‘안돼’는 아이가 위험한 상황이거나 버릇없는 행동을 할 때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무조건 ‘안돼’는 뇌가 한창 발달하는 시기에 자신의 욕구를 거부당한 아이는 부모의 눈치를 보는 일이 많아진다. ⓒ베이비뉴스
물론 ‘안돼’는 아이가 위험한 상황이거나 버릇없는 행동을 할 때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무조건 ‘안돼’는 뇌가 한창 발달하는 시기에 자신의 욕구를 거부당한 아이는 부모의 눈치를 보는 일이 많아진다. ⓒ베이비뉴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이 있다. 아이는 무언가를 사달라고 칭얼대고, 부모는 단호하게 ‘안돼’라고 한다. 아이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급기야 울음을 터뜨리는데, 결국 부모는 ‘이번이 마지막이야. 다음부터는 절대 안 돼’라고 하며 아이에게 그것을 사준다. 부모는 분명 처음에는 ‘안돼’라고 했지만, 뒤늦게 아이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말(言)과 행동(行)이 일치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처음부터 ‘안돼’라고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마 아이의 버릇이 나빠지거나 자기중심적 성향을 갖게 될까 봐 염려해서 일 것이다. 그러나 ‘안돼’라고 해놓고 어떤 기준이나 지침 없이 요구를 들어주면 아이의 정서 발달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아이는 늘 처음엔 거부당했기 때문에 부모가 해준 것이 없다고 기억한다. 부모는 다 해주었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는 맨 처음에 제시된 정보를 나중에 제시된 정보보다 더 잘 기억하는 경우가 많아 ‘우리 엄마 아빠는 맨날 안된대’라는 말을 하곤 한다. 그리고 칭얼거리거나 떼를 쓰고 울면 결국 부모는 통제권이 없어진다는 것을 터득하고, 이를 흥정의 막강한 도구로 활용한다. 이처럼 부모는 다 해주고도 아이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하는 꼴이 된다. 특히 지나치게 예민한 아이는 ‘안돼’라는 말 자체를 위협이나 공격으로 받아들여 이에 대한 대항으로 말대꾸를 하기도 한다. 부모는 아이의 반응에 대응하기 괴로워, 되도록 건드리지 않으려고 지나치게 허용하는 육아를 하게 된다. 결국 일관성 없는 부모의 양육 태도는 악순환을 거듭하게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부모가 결론적으로 아이의 요구를 들어줄 거라면 ‘안돼’가 아니라 ‘그래!’라고 긍정의 대답을 해준다. 예를 들어, 아이가 ‘엄마!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요’라고 할 때, ‘안돼, 못 사줘’가 아니라 ‘그래! 날씨가 너무 더우니까 아이스크림 먹고 싶지? 엄마도 먹고 싶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 막 도서관에 들어왔는데 어떻게 먹지?’라고 한다. 이같이 처음부터 ‘안돼’가 아닌 ‘그래’라는 말로 부모도 아이와 뜻이 같다는 사실과 함께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고 하면서 일관성을 유지한다. 그리고 현재 상황에서는 왜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없는지에 대한 이유도 설명하고, 아이에게 아이스크림을 먹는 방법을 찾게끔 질문까지 던진다. 그럼 아이는 ‘책 다 보고, 있다가 도서관 나가서 먹을까’라고 할 것이고, 부모는 ‘이제 그럼 아이스크림 먹기 전에 어제 읽고 싶었던 책 찾아서 읽어볼까’라는 말을 이어갈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부모와 아이는 서로 간의 상호작용 방식을 배우고, 어떻게 협력해 나가야 하는지를 경험한다.

물론 ‘안돼’는 아이가 위험한 상황이거나 버릇없는 행동을 할 때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무조건 ‘안돼’는 주의해야 한다. 뇌가 한창 발달하는 시기에 자신의 욕구를 거부당한 아이는 부모의 눈치를 보는 일이 많아진다. 부모의 강한 제재로 다음 행동을 망설이고, 새로운 변화를 두려워할 수 있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대로 ‘안돼’를 일관성 있게 적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돼’, ‘하지마’, ‘그만해’와 같은 부정형과 명령형의 표현보다는 ‘기다려야지’, ‘기억할게’, ‘생각해볼게’와 같은 회유하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달성하지 못한 것보다 부모의 핀잔과 면박에 더 큰 상처를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주면서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지시켜준다. 이처럼 무조건 ‘안돼’가 아닌 ‘안돼’의 올바른 사용으로 아이 스스로 상황을 통제하고 행동을 개선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칼럼니스트 정효진은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글쓰기말하기센터 연구교수로 일하고 있다. 서로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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