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비혼출산에 200년 된 제도 바꾼 프랑스
늘어나는 비혼출산에 200년 된 제도 바꾼 프랑스
  • 김재희 기자
  • 승인 2018.05.31 09: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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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 아닌 권리로 비혼출산을 말하다⑤] 유럽이 비혼출산을 받아들이는 방법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미혼모·미혼부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비혼출산 이후 사회적 편견과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양육을 선택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고, 아동의 인권과 부모의 권리라는 새로운 가치로 비혼출산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 기자 말

ⓒ베이비뉴스
유럽 국가들은 비혼출산을 제도적으로 포용하기 위해 어떤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쳤을까? ⓒ베이비뉴스

흔히 프랑스는 ‘미혼모’를 지칭하는 단어가 없다고 말한다. 엄마든 아빠든 혼자 아이를 키우고 있다면 ‘한부모가정(Famille monoparentale)’이라고 표현하기 때문이다. ‘mère célibataire’라는 단어가 있지만 이 표현도 부모의 혼인여부와 상관없이 ‘혼자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점에 방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은 출산과 결혼을 함께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보건복지포럼 2017년 1월호 ‘인구 및 출산 동향과 대응 방향’에서 1997~2015년 사이에 출생아 수는 34.4% 감소했다. 같은 기간 동안 가임여성인구(15~49세)는 3.1%(25~34세 여성은 19.3%) 감소한 것에 비해, 비슷한 기간인 1996~2014년 사이 여성 초혼 건수는 34.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책임자인 이삼식 저출산고령화대책기획단장도 “출생아 수가 가임여성인구(또는 주된 가임연령인구)에 비해 여성 초혼 건수의 변동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분석했다.

프랑스에서 살고 있는 목수정 작가는 2010년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한국은 ‘남자와 여자가 결혼이라는 약속을 하고 그 안에서만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다’는 한 가지 정답만 있다”며 “프랑스 사회는 정답이 없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2005년 7월 프랑스는 결혼한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와 혼인 관계가 아닌 부모에게 태어난 아이 사이의 법적 구별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나폴레옹 시대부터 200년간 유지해오던 제도를 폐지한 것이다. 결혼하지 않고 자녀를 출산한 여성은 부모 등록을 하지 않아도 아이와 법적 관계를 인정받는다. 프랑스 정부는 이 제도를 도입한 이유를 비혼출산의 증가에서 찾았다. 프랑스 국립통계경제연구소(INSEE) 통계에 따르면, 이미 2004년에 전체 신생아 중 46%가 비혼출산으로 태어나고 있었다.

프랑스는 ‘모든 아이는 동일한 대우를 받는다’는 원칙 아래 부모의 혼인 상태와 관계없이 아동을 지원한다. 아이 양육비용 때문에 부모가 경제력을 잃는 일이 없도록 최소한의 양육비도 정부에서 책임지고 있다. 조건이 맞는다면 출산크레딧, 가족수당, 영아보육수당, 자녀간호수당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 ‘68혁명’으로 붕괴한 결혼제도… 비혼출산에 대한 편견 옅어진 프랑스

프랑스 사회도 처음부터 비혼출산에 관대했던 것은 아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비혼 동거 커플의 증가와 프랑스의 시민연대계약(PACS)’은 과거 견고했던 프랑스의 결혼‧가족 제도가 1960년대 말에 있었던 ‘68혁명’을 거치면서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권위주의와 국가에 대항하는 사회 분위기가 퍼지면서, 자연히 결혼제도에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전체 프랑스 인구 중 단순동거, 한부모 가족, 재혼가족, 동성연인 등 다양한 가족형태가 차지하는 비율이 늘어났다. 

PACS(Pacte civil de solidarité, 시민연대계약)는 단순동거의 유연성과 결혼의 보장성을 결합한 가족구성 형태로, 1999년 성소수자들의 결혼합법화 요구에 대응할 목적으로 도입됐다. PACS는 결혼과 유사한 수준의 권리를 보장하고, 결합과 해소 절차가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2016년 기준 전체 PACS 관계 중 약 96%가 이성커플이다. 해마다 결혼 건수는 줄어드는 반면 PACS 체결은 늘고 있다.

1980년대 이후 결혼제도 바깥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이 급격하게 늘기 시작하면서, 이 아이들을 제도 안에서 보호해야 한다는 요구도 PACS의 입법배경 한편에 있었다. 프랑스에서 두 사람 사이의 사회경제적 환경은 결혼으로만 보장했기 때문이다. 법으로 비혼출산으로 태어난 아이들을 보호하기 시작하면서, 비혼출산과 미혼부모를 향한 사회적 편견도 옅어졌다.

INSEE 통계에서 2017년 프랑스에서 태어난 아이 중 59.9%(잠정치)는 결혼 관계가 아닌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조사됐다. 같은 인터뷰에서 목수정 작가 자신도 자녀가 있지만 결혼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PACS 제도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에서 미성년 자녀와 살고 있는 부모의 23%를 단독양육인이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 중 90%가 단독양육모, 즉 여성이 키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베이비뉴스
독일에서 미성년 자녀와 살고 있는 부모의 23%를 단독양육인이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 중 90%가 단독양육모, 즉 여성이 키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베이비뉴스

◇ “불완전한 가족”에서 새로운 생활 방식으로 

독일 사회 또한 결혼과 출산을 분리해서 인식한다. 혼자 아이를 키우는 사람도 단독양육인(Alleinerziehende)이라 부른다. 혼인여부보다 아이를 기르는 행위 자체에 방점을 둔 용어다. 독일도 단독양육인을 ‘죄 없이 운명적으로 이뤄지게 된 불완전한 가족(unschuldig und schicksalhaft gewordene nicht vollstandige Familie)’이라 인식하는 것이 일반적이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사회적 변화에 따른 새로운 생활방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독일 정부가 내놓은 2017년 가족 통계(Family Report)에서 미성년 자녀와 살고 있는 부모 중 23%가 단독양육인이며 이들 중 90%가 단독양육모, 즉 여성이 키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독일도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부모의 혼인여부와 관계없이 아동이 차별받지 않고 자라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독일 기본법 제14조제5항은 ‘혼인 외 출생 아동에게 법률 제정을 통해 그들의 육체적·정서적 발달과 사회 내에서의 지위를 위해 혼인 중 출생 아동과 같은 동일한 조건들이 형성돼야 한다’고 적고 있다. 

신옥주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11년에 발표한 ‘독일의 단독양육모를 위한 법적·실무적 장치에 대한 연구’에서 “단독양육모만을 대상으로 하는 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소득세법상의 아동수당과 부모수당, 부모육아휴가법, 실업수당, 임신비용 등 일반적인 제도를 통해 복지혜택을 제공한다. 구분으로 인한 차별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로 해석된다. 독일시민 또한 정부와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2008년에 실시한 한 조사에서 ‘단독양육인에게 특별한 지원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독일인의 72%이 찬성한다고 답했다. 

단독양육인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는 사회복지 차원에서 해결한다. 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10대 미혼모 교육권 보장 : 독일 사례’에서 “혼자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겪어야 하는 문제는 개인의 해결 능력 범위를 벗어나는 사회 구조에 기인하고 있다”며 “독신모로서 겪어야 하는 공통 문제가 독신모가 사회복지정책의 대상이 되는 근거를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양육비 대지급제, 실업급여, 아동보조금제도와 아동수당 등으로 단독양육인의 생활을 직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부모 두 사람이 14개월을 나눠 사용해야 하는 부모양육휴가의 경우, 교대할 상대가 없는 단독양육인은 14개월을 혼자 쓸 수 있도록 했다. 

김정숙 여사가 지난 10일 오후 2시 '한부모가족의 날' 제정 기념행사 및 정책세미나 현장에 깜짝 등장했다. 김 여사는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며 한부모가족과 미혼모들을 응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김정숙 여사가 지난 10일 오후 2시 '한부모가족의 날' 제정 기념행사 및 정책세미나 현장에 깜짝 등장했다. 김 여사는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며 한부모가족과 미혼모들을 응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한부모가족의 날’ 제정하고 대지급제 도입 검토하는 한국 정부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에서 비혼출산율이 가장 낮다. 1997년(0.63%)부터 2013년(2.14%)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하다가 2014년 기준 1.9%로 집계됐다. 신생아 100명 중 1~2명 정도가 법률혼이 아닌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는 셈이다. 2014년도 기준 OECD 회원국은 평균 비혼출산율 40.5%를 기록했다. 가장 높은 나라는 칠레로, 71.1%에 달한다. 한국과 비슷한 문화 배경을 가진 일본도 2.3%로 낮은 편이다. 

“오늘이 문재인 정부 1주년이 되는 날로써 지난 1년간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이 바로 한부모가족과 함께한 일정들입니다.”

지난 10일 오후 김정숙 여사가 ‘한부모가족의 날’ 제정 기념행사에 깜짝 등장했다. 이날 김 여사는 한부모가족과 미혼모들에게 응원하며, 이들에게 가진 각별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전 정부보다 다양한 가족형태를 정책적으로 포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 속에 양육비대지급제 공약을 약속하는가 하면, 지난 1월 ‘한부모가족지원법’ 개정으로 매년 5월 10일을 ‘한부모가족의 날’로 제정하고,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안에 ‘가족다양성 태스크포스’를 만들었다.

세대가 바뀔수록 ‘결혼’을 대하는 인식은 변하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조사에서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은 51.9%로, 2010년 조사에서 64.7%로 나타난 것과 비교해 13%p가량 낮아졌다. “사회는 이미 변화하고 있고 점점 더 다양한 가족 형태도 포용할 준비가 돼 있다”는 김 여사의 축사처럼 한국도 비혼출산을 향한 새로운 인식을 준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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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gka**** 2018-05-31 22:21:18
우와, 프랑스는 정말 부럽네요 한국에도 널리 알려졌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