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에 삭발까지 했지만… 한부모 눈물 마를 날 언제 올까
청원에 삭발까지 했지만… 한부모 눈물 마를 날 언제 올까
  • 김재희 기자
  • 승인 2019.05.16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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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공약 퍼즐 맞추기 47] 정부 출범 2주년, ‘빨간불’ 공약은? ②양육비 대지급 제도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 취임 2년. 그동안 베이비뉴스는 '문재인 공약 퍼즐 맞추기' 기획을 통해 보육·아동 관련 20개 공약의 이행 정도를 확인해왔다. 그동안 공약이 이행돼 공약신호등에 초록불을 켠 항목은 다섯 가지. 그에 반해 아직 추진이 시작조차 되지 않은 공약도 여섯 가지다. 공약신호등에 빨간불로 남아 있는 공약 중 대표적인 두 가지 공약의 의미와 현재 상황을 정리한다. - 기자 말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약속한 '양육비 대지급 제도 도입'은 얼마만큼 진행됐을까.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약속한 '양육비 대지급 제도 도입'은 얼마만큼 진행됐을까.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해 9월 유명 야구선수 C 씨 이름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등장했다. 인터넷 사이트 ‘배드파더스(Bad fathers)’에서 C 씨의 신상정보가 등록됐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개설된 배드파더스는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하는 곳이다. C 씨는 양육비를 고의로 회피했다는 의혹에 “이혼 이후 양육비를 몇 차례 지급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아 몇 차례 전달하지 못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시민단체 ‘양육비해결모임’은 배드파더스 개설 이후 지난 1월 기준으로 양육비 지급 문제 70건이 해결됐고 40여 건이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양육비해결모임은 올해 첫 날,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삭발식도 진행했다. 삭발식에 나선 강민서 당시 부대표는 양육비 소송을 20년간 진행 중인 양육비 미지급 피해 당사자다.

지난달 11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8년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서, 한부모가족의 지난해 기준 월평균가처분 소득은 219만 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가구 평균소득 389만 원 대비 한부모가족 소득 비율은 56.2%에 불과하다. 설문대상자 2500명 중 82.3%가 ‘양육비·교육비가 부담된다’고 대답했다. 

독일, 프랑스, 뉴질랜드 등은 한부모가족이 겪는 빈곤을 예방하기 위해 양육비 대지급 제도를 도입했다. 양육비를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양육부모에게 국가가 양육비를 지급하고, 비양육부모에게 양육비를 청구하는 제도다. 뉴질랜드는 국세청을 통해 양육비 대지급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양육비 대지급 제도 도입과 관련한 의견을 청취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 2월 28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양육비해결모임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양육비 이행확보 지원강화 방안을 논의하는 모습. ⓒ여성가족부
여성가족부는 양육비 대지급 제도 도입과 관련한 의견을 청취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 2월 28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양육비해결모임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양육비 이행확보 지원강화 방안을 논의하는 모습. ⓒ여성가족부

◇ 18대 국회에 시작한 논의… 연구용역까지 10년 걸렸다

한국에서 양육비 대지급 제도 도입을 논의하게 된 계기는 2009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명순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양육비 대지급법안’을 대표발의 했기 때문이다.

2011년에는 우윤근 민주당 의원이 ‘비혼 가정의 양육비 및 부양료 확보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18대 국회에서 발의된 두 법안은 회기 만료로 폐기됐다. 19대 국회에서는 김상희 의원의 ‘양육비 선지급법안’과 서영교 의원의 ‘양육비 선지급에 관한 특별법안’으로 이어졌다. 

2014년 3월 박근혜 정부는 ‘한시적 양육비 긴급지원’ 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자녀의 복리가 위태롭거나, 위태로울 만큼 위기에 몰린 한부모 가족에 양육비를 긴급 지원하고 그 비용을 양육비 채무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제도다. 지난해 개정을 거쳐 자녀 1인당 20만 원을 최장 12개월까지 지원하는 형태로 운영 중이다. 

이어,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은 제19대 대통령선거에서 공약으로 양육비 대지급 제도 도입을 내놨다. 당선 두 달 뒤인 7월, 문 대통령은 국정운영 5개년 계획 속 ‘다양한 가족의 안정적인 삶 지원 및 사회적 차별 해소(65번)’ 항목을 통해 한부모가족 아동 양육비 지원 등 다양한 가족 지원 서비스 확대를 약속했다.

양육비 대지급 제도 도입은 지난해 2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시글이 올라오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미혼모를 위한 히트 앤드 런 방지법을 만들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은 21만 7054명의 동의를 받았다. 같은 해 4월 24일 청와대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 실효성 있는 구체적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2월 28일 양육 한부모 간담회 보도자료에서 양육비 이행 강화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여러 차례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라며, ▲지난해 11월 양육비이행심의위원회(관계 부처와 민간전문가) ▲올해 1월 한부모가족 자녀 양육비 이행 강화방안 토론회(전문가) ▲올해 2월 관계부처 회의(관계 부처) ▲올해 4월 제4차 포용국가 실현을 위한 사회관계장관회의 등을 언급했다.

지난 1월 진행된 국회 토론회에서 양육비 미지급 사례 발표를 듣고 눈물을 흘리는 양육비해결모임 회원.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1월 진행된 국회 토론회에서 양육비 미지급 사례 발표를 듣고 눈물을 흘리는 양육비해결모임 회원.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여성가족부 “대지급 제도 도입보다 한부모가족 사각지대 발생 예방 우선”

양육비 대지급 제도는 어떻게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는 걸까. 지난 1월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제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박복순 연구위원의 발제문은 “지난해 수행한 연구 결과를 요약발췌 후 재구성했다”고 밝히고 있다. 

박 연구위원은 양육비 대지급 제도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도입 시기에 대해서는 “저소득 한부모가족을 위한 사각지대를 없애고, 아동수당의 안정적 정책과 함께 양육비 대지급 수당을 완성된 형태로 도입하는 것이 적절한 정책적 전략”이라고 판단했다. 

양육비 대지급 제도의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도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양육비 미지급 문제 해결 위한 토론회에서 여성가족부 담당자는 “대지급 제도 도입 시에 사별한 한부모나 양육비 채권도 없는 한부모 등의 사각지대가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다방면으로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어 한시적 양육비 긴급지원이 먼저 도입된 것”이라며, “양육비 지원 제도 개선과 불이행 재제조치 마련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는 양육비 대지급 제도를 향해 어떻게 움직이고 있을까. 양육비를 국가가 먼저 지급하고 비양육부모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을 골자로 하는 법안은 두 건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는 형태로, 자유한국당 이완영 의원은 ‘양육비 대지급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는 안으로 제출했다.

특히 이 의원은 “정당한 사유 없이 3회 이상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이행관리원장에게 대지급 신청하고 미리 지급 후 채무자에 구상권을 행사한다”는 내용으로, 양육비 미이행 횟수를 구체적으로 적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양육비 지급 여부와 관련 없이, 아이들은 지금도 자란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7일  국회 토론회에서 “양육비는 아동의 영양과 교육상태를 결정한다”며 “지급을 늦출 수 있는 돈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양육비해결모임은 지난 1월부터 5월 15일까지 세 차례 있었던 정책 토론회에서 5건의 사례를 발표했다. 그때마다 회원들은 자기 일처럼 매번 눈물을 흘린다. 이들이 사례 발표를 안 해도 되고, 눈물을 흘리지 않아도 될 때는 언제 올까.

2019년 5월 16일 현재 문재인 공약 퍼즐과 공약신호등. 문 대통령이 공약을 지킬 때마다 공약퍼즐 조각이 맞춰지고 공약신호등에 녹색불이 켜진다. 안기성 기자 ⓒ베이비뉴스
2019년 5월 16일 현재 문재인 공약 퍼즐과 공약신호등. 문 대통령이 공약을 지킬 때마다 공약퍼즐 조각이 맞춰지고 공약신호등에 녹색불이 켜진다. 안기성 기자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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