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20만 원, 부모가 보내는 사랑과 책임
양육비 20만 원, 부모가 보내는 사랑과 책임
  • 기고=송문희
  • 승인 2019.05.10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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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송문희 양육비해결모임 활동가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이 모여 양육비해결모임을 만들었다. 이들은 양육비 미지급은 아동의 기본권을 위협한다고 보고, 양육비 미지급자 처벌 강화와 양육비 대지급제도 도입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양육비 지급 의무를 강화하는 제도는 왜 필요할까. 지난 7일 ‘양육비 미지급 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회’에서 송문희 양육비해결모임 활동가가 발표한 토론문을 옮긴다. - 편집자 말

양육비해결모임은 지난 2월 14일 오후 '양육비 피해아동 및 부모 250명 청구인단 헌법소원'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를 제출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양육비해결모임은 지난 2월 14일 오후 '양육비 피해아동 및 부모 250명 청구인단 헌법소원'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를 제출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저는 가정의 달인 5월에 결혼했고, 또 5월에 이혼했습니다. 모두에게 의미 있는 5월이 저 개인에게는 가슴 아프고 슬픈 달로 기억됩니다.

이혼하던 해가 얼마 지나지 않아 어린이날이 있었습니다. 저는 딸아이 생일과 어린이날마다 제 선물과 아빠 선물, 이렇게 두 개씩을 준비했습니다. 크리스마스에는 산타할아버지가 주신 거라며 한 개 더 준비했고요. 아빠의 빈자리를 조금이나마 채워주고 싶은 마음에 매년 그렇게 준비했습니다.

그러다 딸아이가 12살이 되던 해에 말했습니다.

“엄마, 아빠 꺼랑 산타할아버지 꺼 선물 챙겨주는 거 아니까 앞으로 안 그래도 돼요.”

저는 ‘내가 무엇을 잘못해서 들킨 거지?’하는 마음에 허술하게 변명을 했지만, 딸아이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아빠가 선물을 준비할 정도로 나를 생각했다면 왜 연락은 한 번도 없었고, 한 번 만나자는 그런 엽서 한 장도 없었을까요?”라고 말하더라고요. 저는 현문을 던진 아이에게 어떤 답도 해줄 수 없었습니다. 

혹시라도 부모의 이혼으로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것은 아닌지, 자책을 하는 것은 아닌지, 사춘기에 어긋나는 것은 아닌지 항상 마음을 졸였습니다.

협의이혼을 하면서 주기로 했던 양육비는 20만 원입니다. 누구에게는 한 달 용돈일 수 있고, 누구에게는 하루 저녁 술값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20만 원은 제가 아이를 키우는데 꼭 필요한 비용입니다.

처음에는 진짜 없어서 안 주나 싶어 기다렸습니다. 그 사이 전 남편은 재혼도 하고 직장도 버젓이 다니고 있었고 해외여행도 다니고 있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없어서 안 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고, 분노했습니다. 

양육비는 안 줘도 불편한 게 없으며 법적 제재 또한 없습니다. 양심을 눈 감으면 당연히 안 줘도 되는 돈이 돼버린 겁니다. 친권과 양육권을 다 포기했다고 해서 아이 아빠로서의 의무까지 없어지지 않습니다.

저는 양육비이행관리원과 무료법률공단의 도움을 받아 양육비지급명령과 재산명시를 신청했습니다. 현재는 채무불이행과 함께 재산조회도 신청했습니다. 여러분은 아십니까? 저는 양육비를 받기 위해 무려 5년 동안 노력해왔습니다. 9살이었던 제 아이는 14살의 소녀가 됐고, 40살이었던 저는 45살이 됐습니다. 

법원에 서류 신청 하러 갔다 오려면, 회사에서 반차를 쓰거나 월차를 써야 합니다. 법원에서 서류를 떼고, 법률공단에 접수를 하려면 또 월차를 써야 합니다. 직장인들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평일 월차를 쓸 수 있고 그마저도 여의치 않는 곳도 많습니다. 그렇기에 스스로 시간을 놓치기도 합니다. 

법률공단에 접수한 후, 법원으로 다시 접수가 되면 그 이후에는 한 달이 될 수도 있고 몇 달이 될 수도 있습니다. 상대방에게 우편으로 서류를 보냈다가 주소보정 명령이 나오면 다시 또 접수해야 합니다. 서류 유효기간이 끝나면 또 서류를 떼러 가야 합니다. 송달료와 수수료, 인지세는 모두 양육비를 청구하는 양육자의 몫입니다. 이 악순환은 어떻게 해야 끊을 수 있을까요?

◇ 양육비 이행 강화 법안 통과되면 ‘양육비는 안 줘도 되는 돈’ 인식 개선될 것

저는 평일 오전과 오후, 그리고 주말에도 모두 일을 하고 있습니다. 1년 365일 중 360일 일하고 있다고 저를 소개합니다. 이러다 보니 제 건강을 돌본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합니다. 제 아이 또한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회에 대하여, 이성에 대하여 부정적인 생각을 더 많이 하고 있습니다. 

나라에서는 온갖 선심성 정책들로 결혼과 출산을 장려합니다. 하지만 제 아이는 결혼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겠다고 합니다. 제 아이만 이런 마음을 갖고 있는 걸까요. 태어나지 않은 아이들을 위한 정책은 넘쳐납니다. 반면 우리 아이들을 지켜줄 수 있는 정책은 이토록 부족합니다.

이혼은 부부의 선택입니다. 저는 전 남편을 괴롭히려고 하거나, 미련이 남아서 아이를 내세워 양육비를 지급하라고 질척대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를 더 잘 키울 수 있는 사람이 아이를 맡게 되고 양육자가 됩니다. 비양육자는 약속한 양육비를 잘 지급하고, 약속된 면접교섭을 성실히 이행하며, 아이에게 관심을 갖고 아이를 만나 정서적인 안정감과 유대감을 형성해줘야 합니다.

만약에 양육자인 제가 아이에게 밥도 안 먹이고, 학교에 가든지 말든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제게 아동학대라며 법적인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하지만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고 아이를 교섭하지 않는 비양육자에게 아무런 제재가 없습니다. 왜 무책임과 정서적, 경제적인 학대는 처벌받지 않을까요?

양육비를 지급하라고 하자 비양육자가 양육자를 협박한 경우도 있습니다. 비양육자의 집을 찾아다니고 직장을 찾아다니느라 생업을 그만둔 양육자도 있습니다. 아이의 권리를 양육자가 포기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 결과가 비난 받는 일도 허다합니다. 양육자는 생업과 육아만으로 지치고 힘들지만, 양육비를 받기 위해서는 직접 나서야만 합니다. 

최근 다수의 국민이 아이를 위한 양육비를 중요하다고 인지하기 시작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양육비 대지급제’를 대선 공약으로 발표하셨습니다.

당장 예산 문제로 대지급제도가 어렵다면, 대지급의 구상권적 차원에서라도 발의된 양육비 이행 강화 법안의 내용인 양육비 미지급자 명단 공개와 운전면허 정지, 출국금지 등의 제재가 이뤄진다면 자발적으로 양육비를 지급하려는 비양육자가 많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양육비 지급 캠페인 활동과 언론의 노출, 법안 발의 발표만으로도 이미 많은 변화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만약 법안이 통과된다면 변화는 현실로 나타날 것입니다. 양육자들이 안정적으로 양육환경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양육비는 안 줘도 되는 돈’이라는 인식도 빠르게 개선될 것입니다. 

이혼가정이 늘어나면서 이혼을 중재하려는 정책도 중요하겠지만, 이미 이혼한 가정의 사회문제에 대한 정책 또한 더욱 중요합니다. 이혼 가정 아이들에 대한 정서적인 부분을 위해 양육비 지급과 면접교섭 이행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사회가 함께 주시해야 합니다

안정적으로 양육비를 받게 되면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물어오십니다. 저는 아이에게 “네가 하고 싶은 공부를 더 열심히 할 수 있도록 너를 사랑하는 아빠가 보내는 ‘사랑’이며 ‘책임’”이라고 말해주면서 모아줄 겁니다. 그렇게 쌓여가는 그 책임과 사랑은 언젠가 딸이 꾸는 꿈의 결실을 위한 밑거름이 돼줄 거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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