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 로또 맞으셨나요? 안타깝게도 '가짜'입니다
국공립 로또 맞으셨나요? 안타깝게도 '가짜'입니다
  • 기고=서진숙
  • 승인 2019.01.1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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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새해 특별기고] 서진숙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부위원장

2019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 한 해 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무수한 이슈들 중에 우리는 무엇을 기억해야 할까. 또 새해는 어떤 ‘화두’를 가지고 설계해야 할까. 보육 등 각계 전문가와 오피니언 리더들의 연속기고를 통해 2018년을 정리하고 2019년을 전망한다. - 편집자 말

서진숙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의 모습. ⓒ베이비뉴스
서진숙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한 해가 저물고 새해가 열렸다. 하루를 사이로 아이들은 한 살을 더 먹는다. 아이들의 세계에서 하룻밤 새에 한 살을 더 먹는 경험은 낯설고 경이로운 일이다. 온통 새로운 것을 경험하며 스스로 알아가는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어떤 세상을 보여줄 것인가 고민스러운 하루, 한 해의 시작이기도 하다. 보육을 둘러싸고 수많은 문제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보육의 공공성이라는 화두를 던지고자 한다.

지난해 말 서울시에서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양육자, 어린이집 교사, 원장,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보육포럼을 두 차례 개최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모아 사회서비스원 보육분야 설명회를 개최했다.

보육포럼에 참석한 한 엄마는 ‘이렇게 중요한 문제를 왜 이제야 우리에게 물어보느냐!’고 주최 측을 향해 목소리 높여 물었다. 또 다른 엄마는 ‘도대체 이걸(사회서비스원에 어린이집 포함하는 것) 왜 반대하냐!’며 참석한 어린이집 원장들을 향해 따져 묻기도 했다. 사회서비스원이 무엇이기에 이런 비난 어린 질문을 하게 됐을까?

사회서비스원의 본래 명칭은 사회서비스공단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선공약이기도 했고,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장애가 있건 없건 간에 생애주기에 따라 필요한 사회서비스를 사회서비스공단을 통해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보육과 요양’을 핵심 사업으로 지목했다. 한마디로 그동안 민간영역에서 운영하던 어린이집을 공공영역에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1년 남짓 정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사회서비스공단은 사회서비스진흥원으로, 또 다시 사회서비스원으로 그 명칭, 위상, 규모가 축소됐다. 이렇게 그 내용이 축소되는 데에는 어린이집 원장단체의 역할이 컸다.

보건복지부에서 개최한 사회서비스포럼에서 원장단체는 ‘국공립어린이집이 이미 너무 많다’며 사회서비스원에 보육이 포함되는 것을 반대했다. 원장 출신 국회의원은 한 토론회에 참석해 사회서비스공단을 막아온 경과를 설명하기도 했다. 과연 국공립어린이집이 그렇게 많은가? 사회서비스원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을 왜 그렇게 막으려는 것일까?

◇ 국공립어린이집에서도 '영수증 장난'을 칠 수 있었던 이유

익히 알고 있듯이 여러 유형 어린이집 중 국공립어린이집은 가장 선호도가 높다. 2017년 기준으로 전국에 4만 238개 어린이집이 있다. 그 중 7.8%에 해당하는 3157개가 국공립어린이집이다.

선호도는 높은데 그 수가 적다보니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우선 국공립어린이집에 대기신청을 걸어놓아야 한다. 국공립어린이집에 당첨되는 것이 로또 당첨에 비유되기도 하고 3대가 덕을 쌓아야 국공립어린이집에 당첨된다는 말까지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렇게 선호하는 국공립어린이집은 거의 다 '가짜'다.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어린이집은 전국에 단 84개뿐이다. 얼마 되지도 않는 국공립어린이집도 따지고 보면 거의 모두 민간, 개인에게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원장 한 명이 10년 이상 장기간 한 어린이집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곳이 무려 55%다. 심지어 30년 이상 위탁하고 있는 원장들도 있다.

영유아보육법이 생기고 어린이집이 본격적으로 생긴 이래 30년 동안 각 지자체는 국공립어린이집을 소유만 하고 있을 뿐 그 운영은 민간, 개인에게 맡겨왔다. 어린이집은 거의 대부분 국가지원금을 재원으로 운영된다. 결국 공공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지자체는 원장 개인에게 어린이집 건물도 주고, 돈도 주면서 알아서 운영하라고 해왔던 것이다.

지난해 유치원뿐 아니라 어린이집에서도 비리가 터져 나왔다. 어린이집 원장들이 정치인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댔다는 의혹은 차치하더라도, 아이들 발달에 가장 기본이 되는 먹을거리와 놀잇감을 가지고 '영수증 장난'을 쳤다. 공공영역에서 운영할 것이라고 찰떡같이 믿어왔던 국공립어린이집에서도 발생한 일이다.

이렇게 사람들의 믿음을 저버릴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를 단연 민간·개인위탁제도라고 본다. 민간·개인위탁 운영방식이 국공립어린이집을 개인 소유의 어린이집이나 다름없이 운영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기 때문이다. 그동안 아무런 거리낌 없이 개인 소유처럼 운영할 수 있었던 어린이집을 갑자기 사회서비스원을 통해 공공영역에서 운영하겠다고 하니 원장단체는 반대하고 나설 수밖에 없다.

◇ 사회서비스원은 어린이집 공공 운영의 시작점

서울시는 사회서비스원 보육 분야 설명회를 통해 2019년 사회서비스원을 개원하고 어린이집 다섯 군데를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25개 자치구에서 23만 4867명의 아이들이 6226개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는 서울시 규모에 비하면 어이없을 정도로 작은 규모다.

서울 외에 경기, 대구, 경남 지역에서도 2019년 3월에 사회서비스원을 개원하지만 아직까지 보육 분야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이 나와 있지 않다. 하지만 벌써부터 대구에서도 국공립어린이집 원장들이, 서울·경기 지역에서 그랬듯이 사회서비스원을 반대하는 서명을 받으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19년 4개 광역시 시범사업을 거쳐 2020년부터는 전국적으로 사회서비스원을 설치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한 지역 한 지역마다 원장단체의 반대가 만만치 않을 것이고 그래서 쉬운 과정만은 아닐 것이라고 예측된다.

아이들은 우리 사회의 미래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하지만 이 미래를 길러내기 위해서 국가는 돈만 댔지 책임은 지지 않아왔다. 그 책임을 져보겠다고 하는 첫 시도가 사회서비스원이다. 어린이집을 민간·개인에게 위탁하지 않고 공공영역에서 직접 운영하겠다는 첫 시도다.

물론 사회서비스원이 어린이집을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문제들을 단박에 다 해결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그 시작이 될 수 있다.

어린이집이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아이를 맡아 돌보고 교육하는 교사들은 제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그리고 양육자들은 믿고 맡길 수 있는 공공영역이 책임지는 어린이집이 단 하나라도 더 생길 수 있도록 사회서비스원에 대한 많은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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