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 보육교사 휴게시간, 차라리 없애자?
‘진퇴양난’ 보육교사 휴게시간, 차라리 없애자?
  • 최규화 기자
  • 승인 2019.07.09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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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른 보육교사 노동현황 및 과제 토론회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8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른 보육교사 노동현황 및 과제’ 토론회. 객석에서 발언 기회를 얻은 보육교직원노조의 한 조합원은 “보육교사는 한 번 뽑아 쓰고 버리는 화장지 같다”며, 준비해온 화장지를 허공으로 뽑아 보였다. 김근현 기자 ©베이비뉴스
8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른 보육교사 노동현황 및 과제’ 토론회. 객석에서 발언 기회를 얻은 보육교직원노조의 한 조합원은 “보육교사는 한 번 뽑아 쓰고 버리는 화장지 같다”며, 준비해온 화장지를 허공으로 뽑아 보였다. 김근현 기자 ©베이비뉴스

“저는 휴게시간 이야기 했다가 원장이 학부모에게 나쁜 교사로 만들어 학부모 회의시간에 불림을 당해 보육이 먼저냐, 휴게가 먼저냐며 모진 갑질을 당했습니다.”

8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른 보육교사 노동현황 및 과제’ 토론회에서 소개된 한 보육교사의 목소리다. 보육교사 휴게시간 보장을 위해 마련된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기동민·맹성규 국회의원, 공공연대노동조합,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보육더하기인권함께하기가 함께 주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한 보육교사가 온라인 정치참여 플랫폼인 ‘국회톡톡’에 올린 제안을 계기로 마련됐다. 1061명의 동의를 얻은 제안에 기동민 의원과 맹성규 의원이 응답한 결과 국회 토론회 개최로 이어진 것이다. 현장에는 두 노조 소속 보육교사들을 비롯해 70여 명의 참가자들이 자리했다.

국회톡톡 제안의 주인공인 유미 교사의 현장 사례 발표로 토론회는 시작했다. 유 교사는 법적으로는 보장되지만 현실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보육교사의 휴게시간을 ‘가짜 휴게시간’이라 표현하며, “가짜 휴게시간 부여로 사실상 9시간 동안 어린이집에 머물면서 8시간의 임금만을 받는다”고 말했다.

또한 별도의 휴게일지를 작성하지 않고 휴게시간 사용 서명을 출근부나 보육일지에 포함시키는 방법으로, 실제로는 쉬지 못했지만 ‘서류상’ 휴게시간 부여 증거를 남긴다는 편법 사례를 소개했다. 유 교사는 “가짜 서명을 강요받고 그로 인해 쉬지도 못한 가짜 휴게시간이 서류상 완벽한 휴게시간으로 둔갑한다”고 말했다.

특히 유 교사는 2016년부터 2년간 휴게시간 미인정에 대한 임금체불 신청을 해둔 상태다. 하지만 ‘점심시간과 낮잠시간에 쉬지 못한 것은 인정하나 다른 일과 중 쉴 수도 있으니 근로자가 이를 소명하라’는 결과를 받았다. 유 교사는 “450여 일의 근무일에 대한 입증을 근로자가 하라는 건 포기하라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국회톡톡’ 제안의 주인공인 유미 교사의 현장 사례 발표로 토론회는 시작했다. 김근현 기자 ©베이비뉴스
‘국회톡톡’ 제안의 주인공인 유미 교사의 현장 사례 발표로 토론회는 시작했다. 김근현 기자 ©베이비뉴스

◇ “쉬지도 못한 가짜 휴게시간이 서류상 완벽한 휴게시간으로 둔갑”

두 번째 현장 사례 발표는 공공연대노동조합 보육교직원노조 광주지회 조합원인 김가희 교사가 맡았다. 김 교사는 “휴게시간은 죄가 없다. 그러나 휴게시간을 쓸 수 없는 우리 현실이 죄가 많다”며, 지난 6월 보육교직원노조가 736명의 보육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휴게시간 실태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실태조사 결과 응답자의 68%는 ‘휴게시간을 실제로는 사용 못한다’고 답했다. ‘휴게시간 사용 없이 휴게시간 사용 확인서에 서명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도 57%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47%는 별도의 휴게공간이 없어서 ‘아이들이 있는 보육실에서 쉰다’고 답했고, 60%는 ‘휴게시간에 자신을 대체할 교사가 없다’고 답했다.

많은 교사들이 휴게시간을 못 쓰는 이유 중 하나로 ‘과도한 행정업무’를 꼽는다. 실태조사 결과 보육 외 행정업무 시간은 하루 평균 3시간 21분으로 집계됐다. 김 교사는 “(휴게시간 보장은) 이기적인 주장이 아니라 아이들과 교사들의 마땅한 권리”라는 말로 발표를 마무리해 현장의 보육교사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이어진 발제와 토론에서는 보육교사 휴게시간 보장 문제에 대한 몇 가지 쟁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휴게시간 없는 8시간 연속근무 허용’이다. 실제로 많은 보육교사들은 ‘제대로 쉴 수도 없는 휴게시간이라면 차라리 8시간 연속해서 일하고 1시간 일찍 퇴근하게 해달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최순미 공공연대노동조합 보육교직원노조 위원장도 “휴게시간을 보장할 수 없다면 8시간 연속 근로하도록 노동법 개정이 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또한 보육현장에서는 제대로 쉴 수 없는 1시간의 휴게시간을 시간외근무로 인정해 수당으로 보상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발제자인 조현주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8시간 연속근로 방안이 현실적인 고민인 것은 맞지만 상당한 위험성도 갖고 있다”며, “수십 개에 이르던 휴게시간 특례업종을 계속 줄이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해가고 있는데 (8시간 연속근로 요구가) 큰 방향에서 타당한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현장 사례 발표는 공공연대노동조합 보육교직원노조 광주지회 조합원인 김가희 교사가 맡았다. 김근현 기자 ©베이비뉴스
두 번째 현장 사례 발표는 공공연대노동조합 보육교직원노조 광주지회 조합원인 김가희 교사가 맡았다. 김근현 기자 ©베이비뉴스

◇ “8시간 연속근로 방안, 현실적 고민 맞지만 상당한 위험성도”

토론자인 최은영 충북대학교 아동복지학과 교수도 “8시간 연속근로를 원하는 보육교사들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다수결 원칙으로 정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과중한 업무를 중간에 끊고 제대로 된 ‘쉼’을 주려는 법률의 의도에 비춰볼 때 비용 보상으로 탈바꿈해서도 안 된다”고 의견을 밝혔다.

보육교사의 휴게시간 보장 문제에 대해 정부가 내놓은 주된 해답은 보조교사를 늘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 유미 교사는 “보건복지부 지침상 (보조교사를) 교사 휴게시간에 적극 활용하라는 내용이 있지만 실제로는 원장·원감·주임교사의 보조업무를 한다”고 말했다.

보육교직원노조 실태조사에서도 ‘보조교사가 원장반 지원 업무를 한다’는 응답자가 30%였다. 보조교사 지원 목적과는 다르게 활용되고 있다는 것. 최순미 위원장도 “대체인력이 휴식시간을 대체한다 해도 그동안 벌어지는 사고에 대해서는 담임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보조교사 지원이 대안이 될 수 없음을 지적했다.

조현주 변호사 역시 “종일반 영유아들을 보조교사가 돌보게 된다고 하더라도 담임교사들이 공간적으로 영유아들과 분리되지 않는다면 온전히 쉴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보건복지부의 보육교사 휴게시간 보장 관련 지침은 보조교사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보충적인 지침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보육교사의 휴게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대면보육 7시간+휴게시간 1시간+행정업무 1시간’으로 구성된 보육지원체계 개편안을 내놨다. 내년 3월 전면 시행을 목표로, 지난 5월부터 시범사업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에서는 보육지원체계 개편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발제자인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현실적으로 7시간 대면보육은 불가능한 목표”라며, “대면보육 시간을 5~6시간으로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2교대제, 5시간 대면보육, 3시간 행정업무, 8시간 근무시간을 유지하면서 휴게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면 정책의 안착이 보다 용이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기동민 의원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마지막 객석 토론자의 발언까지 경청하는 모습으로 참가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김근현 기자 ©베이비뉴스
기동민 의원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마지막 객석 토론자의 발언까지 경청하는 모습으로 참가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김근현 기자 ©베이비뉴스

◇ “휴게시간-근로시간 구분 지침과 적극적인 근로감독 필요”

개편안 중 휴게시간 사용 시 특정시간(낮잠시간) 동안 교사 대 아동 비율을 두 배까지 완화하는 방안도 비판을 받았다. 토론자인 강미정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4세 이상은 낮잠시간에 교사 1인이 40명을 돌봐야 하는데, 40명 아동이 일제히 잠들고 일어나는 일은 공무원의 상상 속에서나 벌어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유미 교사도 “실제와 다른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며,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안전사고의) 경우의 수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 교사는 (휴게시간에도) 자리를 뜰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가희 교사 역시 “교사 대 아동 비율이 두 배가 되면 보육의 질은 현저히 낮아진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더했다.

대안으로는 휴게시간 규정이 보다 명확하게 적시돼야 할 필요성이 강조됐다. 박창현 부연구위원은 “보육교사 휴게시간의 문제는 근로시간 도중 부여라는 최소한의 기준만 제시하고 있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며, “휴게시간의 길이, 배치, 원칙 등을 정하고 이에 알맞게 사용자와 근로자 대표가 합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현주 변호사는 휴게시간과 근로시간의 구분에 대한 지침과, 고용노동부의 적극적인 근로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영유아보육법에 “보육교사가 보육업무를 대체하고 있지 않은 시간은 근로시간으로 본다”는 문구를 넣는 방안 ▲휴게시간 보장 사실 입증 책임을 사용자에게 지우는 방안을 제안했다.

토론자인 이현림 공공운수노조 보육1·2지부 지부장도 “대체교사가 없는 시간은 휴게시간이 아니라는 가이드라인을 설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고, 덧붙여 “교사들이 원장의 불법을 고발하면 그들을 보호할 장치가 전혀 없어서 일자리를 잃기 때문에 현장의 자발적인 정화작용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했다.

한편 대개의 국회의원들이 인사말 이후 자리를 뜨는 것에 비해, 이날 기동민 의원은 정해진 모든 순서 이후 마지막 객석 토론자의 발언까지 경청하고 마무리 발언까지 하는 모습으로 참가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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