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의 정서적 결핍을 초래하는 주거빈곤, 아동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아동의 정서적 결핍을 초래하는 주거빈곤, 아동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 기고=이천표
  • 승인 2021.12.13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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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다운 집으로] 37.초록우산어린이재단 강원동부아동보호전문기관 이천표

코로나19 재난 상황 속에서 집의 의미와 중요성이 커지는 현재, 아이들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관심이 더욱 높아져야 할 것입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베이비뉴스는 아이들과 학부모, 전문가들과 함께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집다운 집으로’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아동의 권리 관점에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글을 전해드립니다. - 편집자 말

열악한 주거환경.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열악한 주거환경.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열악한 주거환경.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열악한 주거환경.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생활의 기본인 의식주 환경이 열악한 아동들은 매일 피부로 결핍을 느낀다. 이러한 아동들은 부모나 조부모 등 보호자들에게 이사를 하자고 하거나 친구들을 집에 초대하고 싶다고 말을 하지 않는다. 방임 가정의 아동들은 자신이 다른 아동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가난을 알게 된다.

더러운 옷을 입고 학교에 오는 아동이 있다는 아동학대 신고를 받고 출동해 보니 이미 신고되어 관리를 받고 있던 아동인 적이 있다. 곰팡이가 핀 옷을 입고 등교한 지원(가명)이는 가장 괜찮은 옷을 골랐다고 하며 옷을 빨아도 곰팡이가 생긴다고 했다. 가정방문을 해 본 결과 반지하 가정으로 환기가 되지 않아 습도가 높았고 낡은 수도시설의 누수로 벽 곰팡이가 생기는 상황이었다.

‘아니요. 없어요.’

지원(가명)이에게 소원을 물어봤을 때 돌아온 답변이다. 필자가 지난 7년 동안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근무하면서 주거환경이 열악한 방임 아동을 만나 소원을 물어봤을 때, 성별과 나이를 불문하고 거의 모든 아동이 소원을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무기력했다. 방임 아동들에게 투정이나 어리광은 사치일 뿐이었다. 2020년 서울시 아동가구 주거실태조사 통계보고서에 따르면 주거빈곤을 겪는 아동 중 정신적 질병을 앓은 적이 있는 비율은 7.1%며, 일반 아동 중 정신적 질병을 앓은 비율이 2.6%로 차이를 보였다. 또한, 코로나 19로 원격수업을 하는 부분에서도 주거빈곤아동 중 ‘불편함’을 겪는 아동이 53.7%, 일반 아동가구 중 ‘불편함’을 겪는 아동이 15.8%로 차이가 크게 났다.

이렇듯 주거빈곤은 단순히 환경적 결핍을 넘어 아동의 안전권, 교육권 등 아동에게 여러 방면으로 영향을 미치는데, 이 원인을 보호자의 책임과 역할의 소홀로 볼 수는 없다. 부모를 상담하다 보면 불안정한 노동시장과 높은 집값이 더해져 주거빈곤 탈출은 힘들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경제 상황에 맞게 주거 공간을 마련하다 보니 열악할 수밖에 없다. 해외의 경우 영국은 주거위생안전 평가를 통해 주거 급여가 설정되는데, 평가 기준에는 ‘10세 이상이면서 성별이 다른데 한방을 쓰는가’와 같이 아동을 기준으로 삼아 주거 급여가 설정된다. 스웨덴은 주거 수당이 아동의 주거권 보장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자녀 수에 따라 거주 가능한 주거 크기를 넓게 허용한다.

이처럼 해외에서는 아동의 발달에 적합한 주거를 보장하기 위해 침실 유무, 주거 크기 등 아동의 공간이 확보되는가의 기준으로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아동의 관점에서 고민하는 것이 부족한 실정이다. 주거문제는 아동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아동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며, 권리 당사자인 아동을 문제 해결 과정에 참여시켜 함께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아동을 사회적 약자이며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아동은 성인과 동등한 권리가 있으며 이를 행사할 수 있는 주체자로 보는 인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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