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다급하지 않고 간절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인구, 다급하지 않고 간절하지 않으면 안 된다
  • 기고=오승희
  • 승인 2022.01.03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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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구보건복지협회 서울지회 오승희 인구교육전문강사
인구보건복지협회 서울지회 오승희 인구교육전문강사. ⓒ오승희
인구보건복지협회 서울지회 오승희 인구교육전문강사. ⓒ오승희

젊은 세대의 결혼이 어려워졌다.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라는 신경림 시인의 시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가난하면 사랑조차 꿈꾸기 힘든 세상이다. 2020년 우리나라 총인구는 5178만 명이고,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2017년 이후 4년 연속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결혼 후 자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68%로 2년 전보다 감소했다. 그보다 심각한 것은 결혼은 안 해도 그만이라는 인식과 결혼과 출산 후 자녀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못 할 수도 있을 것이란 걱정이 더 크다는 것이다.

결혼은 국가가 강제할 수 없다. 젊은 세대에게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된지 오래됐다. 경제적으로 풍족하게 자녀를 양육할 수 없다면 자녀를 낳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또한 젊은 세대의 80.5%는 우리 사회가 아이를 키우기 좋지 않아서 아이를 낳고 싶지 않다고 한다. 그러한 까닭에 1인 가구 유형은 31.7%로 그 수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며 맞벌이 가구의 증가로 인해 자녀를 돌보는 일들은 탈 가족화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여성의 양육 부담이 줄어들었는가, 가족 내에서 남성의 돌봄 참여율은 높아졌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가정과 기관에서 아이들은 행복하게 자라고 있는지 자문하게 된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서 아직도 가사노동과 돌봄 노동은 여성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전통적인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도 많다. 이러한 전통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여성에게 출산부터 양육까지 모든 것을 혼자 책임지게 해서는 안 된다. 과거에는 결혼하고, 출산하면 여성이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삶의 과정이 당연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결혼의 가치관이 변했다. 이에 자발적 비혼 사회가 현실화되었고, 결혼 연령이 늦어지는 게 아니라 결혼 불가능 세대가 등장한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은 성장할 수 없기에 도전과 실패를 통해 배울 수 있고 느낄 수 있고 변화할 수 있다'는 자넷 랜드의 시처럼 고통 뒤에 성장할 수 있다. 저출산 해결을 위한 노력은 젊은 세대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통 뒤에 숨겨진 진실에 귀 기울여 듣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출산과 맞벌이 양립이 어려워 남녀 모두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고 있다. 이는 무자녀 딩크족의 탄생으로 출산과 양육에 집중하는 비용 대비 노동 경력에서 효용이 크기 때문에 출산에 소극적이게 된다. 이렇듯 출산은 개인의 선택으로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은 계속될 것이다. 더불어 사회가 고도화되면서 인구 구조가 바뀌고 인구수는 계속 감소하고 있는데, 문제는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이렇듯 생산 가능인구가 줄어들면 우리의 미래는 매우 심각해질 것이고 대한민국이 사라질 수도 있다. 세상은 바뀌었고 가족의 정의도 변화하고 있다. 그에 따른 저출산 원인은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따라서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함께 협력해야 한다. 이에 사회적 합의를 위한 당면한 문제의 대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 가족 친화적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이다. 고용 친화적 기업이 늘어나고 있지만 임신 출산과 아동 양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은 더욱 절실하다. 그러므로 더 많은 사회 변화와 공감대가 형성되어 가족친화 인증 기업이 늘어나고 일·가정 양립을 위해 워라밸(Work-Life Balance)이 보편화되고 워라하(Work-Life Harmony), 즉 일과 삶이 조화를 이뤄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기업문화가 필요하다.

둘째, 아빠 육아휴직이 필수이다. 여성의 육아휴직, 근로시간 단축 이용자들은 증가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아빠들은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는 남성 중심의 노동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이다. 그러므로 누구나 당당하게 무조건 활용할 수 있는 강제법의 육아휴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셋째, 인구교육도 필수이다.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는 인구교육포털에서 인구교육이란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인구 관련 가치관과 태도를 형성하여 미래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지속적인 사회 발전을 도모하는 교육 활동으로 정의한다. 그러나 대다수는 인구교육을 가족계획으로 착각하고 있다. 특히 교육과정 안에 선택과목으로 다루어지고 있는 인구교육은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교육이 잘 이루어지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에 사회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가치와 태도가 형성될 수 있는 인구 교육은 꼭 필요하다.

영국의 인구학자 폴 윌리스는 인구감소 현상으로 경제활동 인구보다 고령 인구가 많아지면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이 자연재해인 지진보다 훨씬 심각해진다는 ‘인구지진’(Age-quake)을 예측했다. 이제 행복한 가족은 상상 속에 존재하는 것일까?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함께 여가시간을 가지며 공통의 취미를 만들고 서로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이해하며 존중하는 마음에서 건강한 가족이 탄생한다. 그렇기에 저출산 고령화를 벗어나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도록 함께하려는 의식 형성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소통은 계속되어야 한다. 아울러 사회적 담론에서 벗어나 혼인과 가족에 대한 관념의 실질적인 변화의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정현종 시인의 시처럼 대한민국 미래의 희망을 위한 인구문제, 다급하지 않고 간절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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