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도 하나의 정상가족, '1인분의 삶'을 존중해요
1인가구도 하나의 정상가족, '1인분의 삶'을 존중해요
  • 기고=채이소
  • 승인 2021.12.15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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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구보건복지협회 서울지회 Top-Us 채이소 씨
인구보건복지협회 서울지회 Top-Us 채이소 씨. ⓒ채이소
인구보건복지협회 서울지회 Top-Us 채이소 씨. ⓒ채이소

사람들은 모두 자신이 주인공인 삶을 산다지만 그것이 모두가 씩씩하고 주체적으로 삶을 꾸려나간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다양한 유형의 주인공이 있듯이, 누군가는 혼자서도 모든 것을 잘해내지만 누군가는 혼자 하는 모든 것에 서툴 수도 있다.

대학생 1인 가구를 생각해보면 그들은 후자인 경우가 대부분이 아닐까한다. 가족에게서 벗어나 모든 것을 혼자서 해야 하는, 진정한 1인분의 삶을 살아내기 위한 첫 번째 걸음을 떼는 초보 어른. 어른이 되려고 하는 내 또래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이번 활동의 주요한 목적이었다.

대학생 1인 가구를 주제로 팀원들과 토론을 하며 나왔던 첫 번째 발언은 '부럽다'였다. 누구에게도 통제받지 않고 혼자만의 생활 패턴을 만들어나가는 것은 어른이 되는 첫 번째 단계로 보였다. 다만, 그 다음 나온 발언에 모두가 공감한 것을 보면 자유로움 뒤에 숨겨진 것들을 마주하는 것이 진짜 1인 가구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근데 난 혼자 살면 진짜 귀찮을 것 같아."

사실 혼자 산다는 것은 귀찮음과 번거로움을 대가로 지불하여 자유로움을 사는 일일 것이다. 먼지는 왜 이렇게 자주 쌓이는지, 음식물 쓰레기는 내놓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왜 냄새가 나는 건지, 내가 미리 빨래해놓지 않으면 샤워 후 몸을 닦을 뽀송한 수건이 없다는 건 정말 적응되지 않는 일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부지런함의 영역이기에 스스로가 조절 가능한 일이다. 분명 귀찮고 지치지만, 마음만 먹으면 제대로 굴러가는 집안일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진짜 도움이 필요한 부분은 개인이 조절할 수 없는 곳에 있다.

내 주변의 초보 1인 가구 친구들은 학기가 시작되고 자취방에 가면 살이 빠진다고 한다. 혼자 밥을 해먹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은 식재료가 4인 가족 기준으로 판매되는 세상에서 혼자 사는 사람이 밥을 해먹는 것은 4일내내 같은 음식을 먹어야 된다는 뜻이 된다. 좁은 자취방에 진동하는 음식 냄새는 덤이다.

이런 친구들의 경우를 떠올리며 4차 캠페인에서는 '독립생활의 불편한 점이 무엇인가요?' 라는 질문의 보기 중 하나로 '남는 음식 처리하기'를 제시했고, 209명 중 97명의 선택을 받아 1인 가구 생활의 제일 불편한 점으로 선정됐다. 또한, 1인 가구에게 필요한 지원 정책에 대해 주관식으로 작성 받아 의견을 모았을 때 주거 및 경제적 지원과 안전 및 보안 지원 관련이 주를 이룬 것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내가 손댈 수 없는 영역에서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인 가구 지원 정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지원 정책을 조사하였을 때는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전·월세 지원 정책이 눈에 많이 띄었다. 각 지자체와 정부에서 시행하는 경제적인 지원은 막 사회에 나와 아직 혼자 경제적인 부분을 부담할 수 없는 대학생과 청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걸 정확한 수치를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가족의 의미가 점차 다양해지는 우리 사회에서 혼자 사는 것이 그저 결혼을 하여 정상가족의 모습을 이루기 전 겪는 짧은 단계라 여겨지는 것은 무의미 하다고 생각한다. 그들도 엄연한 가족이며 '1인 가구'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이들을 하나의 가족 형태로 인정하고 제대로 된 지원정책을 마련하는 것은 생활 부분에서도 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사회에서 정상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일 년 동안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대학생들의 주거형태, 가족의 친밀감이 개인의 행복감에 미치는 영향, 주거형태와 가족건강성의 관계에 대한 많은 대학생들의 의견을 들었고 팀원들과의 토론을 통해 많은 생각을 나누었지만 그중에서도 대학생 1인 가구 관련 캠페인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세상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많은 사회 초년생들이 요구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나 또한 1인 가구도 하나의 가족 형태임을 인정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수많은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것 같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튀지 않고 자연스럽게 녹아 드는 한 개의 톱니바퀴가 되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목표이다. 내가 선택한 가족의 형태가 나를 톱니바퀴에서 튕겨지게 만드는 걸림돌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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