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난 상황 속에서 집의 의미와 중요성이 커지는 현재, 아이들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관심이 더욱 높아져야 할 것입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베이비뉴스는 아이들과 학부모, 전문가들과 함께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집다운 집으로’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아동의 권리 관점에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글을 전해드립니다. - 편집자 말
어린 시절 읽었던 아기 돼지 삼 형제 이야기를 떠올려보자. 늑대의 입김에 지푸라기로 지은 첫째 돼지의 집도, 나무로 만든 허술한 둘째 돼지의 집도 쉽게 무너졌지만, 벽돌로 튼튼하게 지은 셋째 돼지의 집은 늑대가 입김을 불고 몸으로 부딪혀도 부서지지 않은 덕분에 아기 돼지 삼형제가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이처럼 안전하고 튼튼한 집은 아동의 생존권과 직결되며 아동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이다.
강원도 내 주거빈곤아동은 총 3만 1339명(11.2%)으로 전국에서 3번째로 열악한 상황이다. 특히 노후주택 속 아동 주거문제가 심각한데 2020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년 이상 도내 노후주택 비율’은 55.9%로 전국 평균인 49.1%를 웃돈다. 또한 ‘30년 이상 노후주택 비율’은 24.6%로 전국 평균인 19.4%보다 월등히 높다. 노후주택은 최저주거기준에서 정한 필수 설비(전용 수세식 화장실 및 목욕시설 등)를 갖추지 않고 있거나, 낡고 파손되어 구조 성능 면에서 방열·환기·방습·난방설비 설치 등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가 많다. 노후화가 매우 심해 개보수만으로 해결할 수 없어 집을 새로 지어야 하는 경우가 있지만,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는 꿈같은 이야기다.
중학생 민호(가명)는 위 사진 속 집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무상으로 거주하고 있어 이사 가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60년이 되어가는 노후주택은 슬레이트 지붕 아래에 철판을 덧댄 상태지만 겨울이면 외풍이 심하다. 난방이 전혀 되지 않는 방 한 칸에서 엄마, 민호, 동생은 이불을 두른 채 서로의 온기에 기대어 기나긴 겨울을 버텨야 한다. 출입문은 유리가 파손되어 수건과 단열 벽지로 막아 놓았고 부엌의 벽면은 곰팡이가 가득하다. 화장실은 재래식으로 외부에 있고 샤워 공간이 없어 부엌 구석에서 씻어야 한다. 민호의 꿈은 목수가 되어 집을 직접 고치는 것이라고 한다.
또 다른 노후주택에 거주하며 아동을 양육해오고 있는 김미진 씨(가명)는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그나마 나은데 주택은 위생이 열악하거나 시설이 안 좋은 곳들이 대부분이에요. 이사를 하고 싶어도 이사 비용, 가구 구매, 보증금 부족으로 인해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주거권은 모든 아이가 보장받아야 할 마땅한 권리로 아이들은 어느 지역에 살아도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 특히 강원도는 지리적 특성상 농어촌과 도시가 혼합된 형태로, 지역별 실정에 맞는 아동 주거복지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3년마다 실태조사를 선행하여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 방향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정책을 마련할 때 ‘아동 우선(Child First)’ 주거 정책 원칙을 도입하고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아동들에 대한 적극적 대안 마련하고 예산을 확보하여 사회 안전망으로서 역할을 강화해나가야 한다. 영하로 내려간 기온에 겨울이 왔음을 체감하는 요즘, 주거환경개선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 추진을 통해 집에서도 추위에 떠는 아이들이 더는 없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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