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민청 1호 결혼식이 특별했던 진짜 이유
결혼식 비용 아껴 기부…결혼식 소품은 친환경적으로
12일 정오. 서울시청에서 결혼한 첫 번째 커플이 탄생했다. 서울시는 신청사를 개관하며 지하 1층, 2층에 ‘시민청’을 마련해 시민들이 전시회나 공연, 각종 체험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제공했다. 이날 시민청 지하 2층 태평홀에 마련된 결혼식장에서 첫 웨딩마치가 울렸다.
시민청 1호 커플의 결혼식은 달랐다. 공공기관 결혼식장의 고정관념을 깨는 사랑스럽고 로맨틱한 결혼식장, 신랑 신부와 하객 모두 함께하는 프로그램,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하며 등장한 깜짝 게스트까지…. 7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이날의 주인공이 된 권준명 씨와 서현진 씨의 결혼식을 꼼꼼하게 뜯어봤다.
◇ 신부가 신부대기실을 박차고 나오다
신랑 측이든 신부 측이든 하객이라면 결혼식에 가서 인사하는 코스가 있다. 식장 앞에서 하객들을 맞이하는 신랑을 거쳐, 신부대기실에 들러 다소곳하게 앉아 있는 신부를 보는 것이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결혼식장인 지하 2층으로 내려오며 로비를 내려다보니 유독 로비에서 눈에 띄는 인물이 있었다. 바로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 서현진 씨였다.
이날 시민청 결혼식장에서는 신부대기실이 없었다. 서 씨는 부케를 손에 들고 결혼식 전 로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신랑과 함께 하객들을 맞이하고, 사진 촬영을 했다.
신랑 신부는 마치 결혼식이라는 파티를 즐기듯 결혼식장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결혼식에 와준 하객들에게 미소와 대화로 감사를 표현했다.
서 씨의 웨딩드레스는 여느 신부와 다르게 신부가 이동하기 편하게 발목 정도까지 내려오는 길이였고, 뒤쪽 자락만 웨딩드레스 트레인처럼 바닥에 끌릴 정도의 길이였다.
◇ 공공기관 결혼식 고정 관념을 깨다
공공기관 결혼식장은 일반 결혼식장보다 비용적인 장점이 있지만, 결혼식을 위해 마련된 장소가 아니기 때문에 신부들이 꿈꾸는 로맨틱하거나 화사한 분위기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이날 첫 선을 보인 시민청 결혼식장은 화이트를 메인 컬러로 밝고,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돔 형식의 높은 천장은 마치 고급 호텔이나 유럽의 웅장한 대성당에서 풍기는 우아함과 고급스러움도 느끼게 했다. 식장 곳곳에 장식된 꽃장식도 화이트를 메인으로 그린의 싱그러움을 더해 식장을 더욱 아름답게 연출했다.
이날 우연히 시민청 결혼식 하객이 된 한 시민 유숙희 씨는 “시청이 개관했다고 하기에 놀러 나왔다가 결혼식을 한다고 해서 ‘진짜 결혼하나?’하고 호기심에 보러왔다. 우리 딸도 얼마 전에 결혼을 했는데 내 딸 결혼식인 마냥 기뻤다. 처음 보는 신랑 신부를 붙잡고 축하인사까지 했다. 시청 결혼식장이라 조촐할 줄 알았는데 굉장히 화려하다. 비용까지 절감할 수 있다니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 하객 모두가 결혼식 증인이 되다
시민청 1호 커플의 결혼식은 주례 중심의 틀에 박힌 결혼식에서 벗어나, 신랑 신부가 주인공이 되는 ‘주례 없는 결혼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이날 결혼식은 ‘주례 없는 결혼식’이라는 표현보다는 ‘하객 모두가 증인이 되는 결혼식’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이제 신랑 권준명 군과 신부 서현진 양은 오늘 우리가 지켜보는 자리에서 건강한 정신과 건강한 몸으로 일생 동안 함께 할 부부가 되기를 굳게 맹세했습니다. 이에 우리는 이 혼인이 원만하게 이뤄진 것을 엄숙하게 선언합니다.”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 150여명은 미리 받은 신랑 신부의 성혼 선언문을 직접 낭독하며 두 사람 결혼의 진정한 증인이 됐다.
신랑 신부, 하객들이 깜짝 놀랄 게스트도 등장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예정에 없이 결혼식장에 방문해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했다.
박 시장은 “결혼식 주례는 할 수 없지만 축사는 할 수 있다”며 유쾌하게 말문을 연 뒤 “시민청 결혼식 1호 커플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요새 결혼 때문에 많은 부모님들이 고통을 받고 계신데 서울시 신청사에서 이렇게 많은 분들이 결혼할 수 있게 돼서 기쁘다. 특히 1호 결혼식인데 두 사람은 정말 잘 살아야 한다. 온 서울시민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천만인이 축하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축복하면 당연히 아이도 많이 낳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축하인사를 건넸다.
◇ 1호 커플답게 개념 있는 신랑 신부의 마음
이날 결혼식은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는 결혼식이었다. 신랑 신부는 지구환경을 오염시키지 않겠다는 정신으로 친환경 결혼식을 치렀다.
우선 신부 웨딩드레스는 천연 섬유로 제작했다. 이 드레스는 결혼식이 끝난 뒤는 약간의 수선을 거치면 일상복으로도 입을 수 있다. 지구 환경을 오염시키는 화학섬유로 만든, 결혼식 당일만 빌렸다가 돌려주는 웨딩드레스는 선택하지 않았다. 웨딩부케와 부토니아도 뿌리가 살아 있는 것으로 결혼식 후 화분에 심어 기를 수 있다.
결혼식장 버진로드 화분도 살아있는 꽃과 식물로 장식했다. 결혼식 후 이 화분들은 하객들에게 답례품으로 제공됐다. 신랑 신부가 추구하는 친환경 결혼식의 취지를 널리 전파하고, 두 사람의 결혼을 더욱 의미 있게 기억하게 하도록 화분이 역할을 하는 것이다.
특히 두 사람은 이번에 절약한 결혼식 비용을 사회에 기부하기로 했다. 신랑 권준명 씨는 결혼식을 마치고 “우리가 절약한 비용을 두 사람이 일하고 있는 학교와 병원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눌 것”이라며 “평소 허례허식이 없는 결혼식을 하고 싶었다. 마음이 더 중요한 결혼식이 하고 싶었다. 먼 훗날 어느 누구한테 자랑할 수 있는 결혼식이기 보다 나중에 태어날 우리 아이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결혼식을 하고 싶었다. 정말 잘 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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