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인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것은 범죄행위입니다"
"윤석열 당선인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것은 범죄행위입니다"
  • 기고=이영
  • 승인 2022.03.23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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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에 바란다' 특별기고] 8. 이영 사단법인 양육비해결총연합회 대표

24만 7077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득표 차다. 그만큼 치열했고 뜨거웠던 20대 대선이 끝이 났고, 오는 5월 출범할 새 정부에 모든 관심과 눈이 쏠려 있다. 윤석열 정부는 아이와 부모가 행복한 세상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까? 윤석열 정부에 바라는 점에 대해 영·유아, 교육 단체·기관 측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기자 말

양육비를 채무하면 생기는 ‘출국금지’, ‘운전면허 금지’, ‘명단공개’, ‘형사처벌’이 시행되지만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양육비해결총연합회
양육비를 채무하면 생기는 ‘출국금지’, ‘운전면허 금지’, ‘명단공개’, ‘형사처벌’이 시행되지만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양육비해결총연합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이번 대선에서 양육비 대지급제도와 신상공개 강화를 포함 양육비 이행 제재의 실효적 조치를 국민에 공약했다. 그러나 19대 대통령도 대선공약으로 한부모가족에게 대지급제도를 약속하고 지키지 않은 탓에 양육비 피해가정의 부모들이 정부를 향해 분노하며 길거리에 나서게 만들었다. 20대 국회에선 어렵게 발의된 10개의 양육비 법안들이 정쟁 속에 오래도록 계류되어 20대 국회가 문을 닫는 날까지 양육자들을 애끓게 했다. 새 정부가 시작되는 이 시점에 더 이상 이런 일들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마음으로 양육비 정책공약의 조속한 이행에 대한 바람을 전하고자 한다.

아동의 성장 비용인 양육비는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가 가난해야 주거나, 마음대로 흥정하거나, 사정에 따라 안 줘도 되는 어른의 선택적 비용이 아니다. 헌법 제34조 1항에서 보장하는 아이들의 ‘잘 자랄 권리’이자, 우리가 반드시 지켜주어야 할 아동의 생존권이다. 아동이 건강하고 안정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필요한 여러 조건의 확보를 요구할 수 있는 아이들의 권리’인 것이다.

이에 기초해 법원에서는 미성년자녀가 있는 부부의 이혼 시 양육을 하지 않는 부모에게 ‘매월 일정 금액의 자녀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린다. 그러나 우리나라 양육비 판결문은 종잇조각에 불과할 만큼 효력이 없고, 법원의 명령을 지키지 않아도 불이익을 주거나 강제할 조치마저 없어 ‘양육비는 안 줘도 그만’이라는 인식이 뿌리를 내렸다. 국가 또한 아동 양육비 문제를 사적 사안으로 치부한 채 오랜 세월을 방치해 왔기 때문에 우리나라 한부모 가정의 아동들은 양육비 미지급율 80%에 치달을 만큼 심각한 환경 속에서 자라나야 했다. 

그 사이 비양육부모들은 위장전입, 잠적, 명의이전, 재산은닉 등 간단한 방법을 통해 소송을 피해가며 자녀 양육비 의무를 해태하는 행위가 만연해졌다. 반면 국가와 사회가 이를 용인하며 아이들 생존 문제에 무관심할 때, 자녀 양육을 맡은 양육자는 생업과 양육을 병행하면서 까다롭고 불안한 기다림의 연속인 양육비 소송절차를 단계별로 그야말로 처절하게 진행했다. 정해진 법에 따라 소송을 반복해도 양육비 법은 무책임한 부모의 행위 앞에 무력했고, 그로 인해 성장 피해를 가진 아이들은 성년이 되어서도 ‘차등적인 사회진입’, ‘불평등한 출발’, ‘불공정한 기회’로 점철되는 또 다른 현실 문제에 직면토록 했다.

◇ 있으나 마나 한 양육비 이행제도, 대전환을 이뤄야 할 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양육비 관련 공약 내용. 공약집 해당 내용 캡처. ⓒ베이비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양육비 관련 공약 내용. 공약집 해당 내용 캡처. ⓒ베이비뉴스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각 정당에서 양육비 관련 공약을 일찍이 발표했다.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저출생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시점에서 당사자성 시민운동을 통해 공적 사안으로 재인식된 아동 생존권 문제는 새 정부의 당연한 고민일 것이다. 

그러나 양육비 정책 공약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함께 제시되지 않았다. 정책 수립의 필요성을 인식했지만 보다 세심한 논의와 준비가 필요한 상황인 것으로 생각된다. 답은 현장에 있다. 나라가 정한 양육비 제도를 착실하게 따르며 피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던 많은 양육 부모들은 단순히 불만을 토로하고 억지 요구를 외치고 있지 않다. 내 자녀를 위해 기꺼이 겪어내며 경험한 제도의 구조적 문제들에 대해 신속히 해결방안을 찾고자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하는 것이다. 피해 현장의 소리에 귀 기울여 피해 아이들이 처한 현실에 맞는 규제기준을 설정하고 구태의연하고 무의미한 제도들은 싹 걷어내어 주시라.

◇ 양육자가 가사소송법·민법 근거 소송 제기 아닌 형사법 근거로 개정이 이뤄져야 할 것

새 정부에 제안하고 싶은 것은 먼저, 양육비 소송절차는 간소화하고 강력한 행정적 제재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양육비 소송은 절차마다 전제되는 소송을 반드시 치르도록 하고 있어 단계별로 연속해 소송을 치러야 하는 구조다. 이는 양육비 확보의 효력은 없이 긴 시간만 소모하게 만든다. 새로 도입된 개정법에서조차 ‘집행력이 없어 가장 무의미하고, 까다롭기만 한 감치 소송’을 반드시 치르도록 했다.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부모가 자녀의 고사리손과 생계 일손을 놓고, 숨어버린 채무자를 직접 찾아다니며, 증거자료를 모아 소장을 쓰고, 서면을 작성해 재판을 받아야 하는 불행한 삶을 지속하게 한 것이다. 양육부모는 아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안정된 양육환경을 조성하고, 자녀 돌봄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의 한부모 가정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중요한 이유다.

또, 독립적 권한과 역할이 부여된 양육비전담기구를 중심으로 통합체계를 구축해 양육비 이행정보와 현황을 파악해 향후 개선되고 마련될 정책들의 수행이 원활해지도록 해야 한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은 그동안 여성가족부의 가장 하위기관으로서 구조적인 한계를 해소하지 못해 본연의 목적에 맞는 제 역할을 하기가 어려웠다. 새 정부는 이를 고려해 양육비의 전문성을 가진 양육비이행관리원의 권한을 강화하고 인력, 예산, 역할을 확대, 양육비 법률 지원 및 양육비 대지급과 징수, 사각지대에서 성장하는 위기 아동의 구제 등 양육비를 전담하는 중추적이고 강력한 기구로 전환되어 새 정부의 양육비 정책을 제대로 수행 할 수 있길 바란다.

궁극적으로는 가사소송법과 민법을 근거로 해 양육자가 소송을 제기하는 방식이 아니라 ‘형사법’을 근거로 개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현재 감치 절차에서 수사기관 및 관련 지자체 등에 협조와 지원을 받는 형식으로 제도를 마련해 놓았지만 정작 가사소송법과 민법으로는 실제적인 업무가 연계될 수 없는 상황이다. 

감치 집행은 감치 인용 건수의 4%에 머문 수준이고 96%가 집행 실패다. OECD 주요 국가 36개국 중 양육비 미지급 행위를 형사법에 근거해 범죄행위로 다루지 않는 국가는 우리나라와 스코틀랜드뿐이다. 그 원인을 돌아보고 양육비 미지급 행위를 중대한 아동학대의 개념으로서 형사적인 엄중한 제재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으로 본다. 

나라의 미래를 위해 아이 한 명 한 명이 너무나 소중한 시기다. 미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방안을 말하기에 앞서, 모든 아이들에게 주어진 평등한 기본권리가 위협받지 않는 정책을 수립하고, 어떤 아동이든 안정적인 성장 환경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이들이 당장 생존의 위태로움에서 벗어나 정서적 행복감과 함께 스스로 능력을 키울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주는 길이 융성한 나라를 만드는 초석이다. 아이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자라고 있다. 새로운 정부에서는 문제 해결이 더 이상 미루어지지 않도록 공약이 신속히 이행되길 소원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시원한 한 마디처럼 “좋아! 빠르게 가!”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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